[전국 검사들, 국감 생중계 지켜보며 낙담·개탄]
"검찰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의원 "조폭보다 못해" 질타에 일부 "우리가 자초, 할 말 없어"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이 사실상 조영곤(曺永昆)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尹錫悅) 여주지청장의 ‘대질신문장’이 되어 버리자 검사들은 낙담한 표정이었다. 검사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언론을 통해 접했던 내부의 갈등이 눈앞에 적나라하게 나타나자 놀라워하면서 “조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날 전국 검사들의 눈길은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국감장으로 쏠렸다. 법사위 국감은 지상파나 종편을 통해 조각조각 볼 수 있었지만, 검찰 내부 방송은 전국 검찰청에 생중계됐기 때문에 검찰 직원들이 각자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검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윤 지청장이 영장 청구 등의 내용을 조 지검장에게 “보고했다”,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윤 지청장의 ‘폭로’가 이어지자 내부 메신저를 통해 친한 검사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이런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믿고 어떻게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는지 걱정이 된다”며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이라고 질타하자, 일부는 “우리가 자초했다”며 고개를 돌리거나 “할 말이 없다”며 방송 소리를 줄였다. 오전 국감이 정오를 넘어 계속되자 상당수는 점심을 사무실에서 간단히 해결하면서 방송 중계를 지켜봤다.
검사장과 지청장의 충돌이 오후에도 계속되자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는 “국민이 다 보는 데 저렇게 막 나가면 조직이 어떻게 보이겠느냐”고 했다. 지방의 한 지청장은 “놀랍고 부끄러웠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다 드러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말도 있었다. 재경지역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시작하면 좋겠다”고 했다.
검찰 출신 원로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쌓아 올리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걱정했다.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와 공안의 건전한 긴장 관계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잘못 나갔다”고 했다.
[윤주헌 기자]
조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