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부상담사 샤론 길크레스트 오닐은 처음 그녀를 방문한 부부에게 왜 심리 치료를 받길 원하냐고 물었다. 부부는 몇 년 동안 재정 문제로 다툼을 벌였으며 최근 최악의 싸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남편은 부인이 돈을 많이 쓴다고 불평했고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너무 통제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몇개월째 각방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뉴욕주 마운트 키스코에서 활동하는 오닐은 부부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종종 던지는 질문을 이들에게 내놨다. “자신의 결혼 생활에 점수를 매긴다면 1점부터 10점까지 몇 점을 주시겠어요?”

이 부부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7.5” 그리고 “거의 8점”이었다.

오닐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부부가 말하는 내용은 그 점수와 전혀 맞지 않았다”며 자신이라면 4점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점수들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당신의 결혼 생활은 몇 점인가?

부부는 다음 40개 질문에 1점부터 5점까지의 점수를 매김으로써 자기 결혼 생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설문은 과학적이진 않지만 통찰을 얻거나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래픽 보기

연구자들은 왜 어떤 결혼은 유지되고 어떤 결혼은 무너지는지 연구하기 위해 자기 결혼 생활에 점수를 매기는 설문조사를 종종 이용한다. 심리치료사들은 부부가 한 발자국 물러서 결혼 생활에서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때때로 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점수 매기기는 대화를 이끌어내고 강점과 약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결혼 생활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 샤론에서 활동하는 부부 및 가족 상담사 카렌 러스킨은 “점수 매기기는 자신이 느끼는 것에 솔직해지도록 도와준다”며 “무언가를 고치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부부가 관계 전체를 숫자 하나로 평가하기보다는 연구자들과 임상의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동의하는 여러 가지 측면을 검토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임상의들은 부부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평가하라고 요청함으로써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각 배우자의 인식과 답변의 솔직성 등도 알 수 있다. 둘 중 누가 점수를 먼저 말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종종 더 화가 난 사람이 먼저 점수를 말한다. 부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순서를 통해서는 마치 로드맵처럼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순서를 알 수 있다. 뉴욕과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턴에서 활동하는 부부 및 가족 상담사 폴 호크메이어는 “그것만으로 6개월치 상담을 한 셈”이라고 말한다.

물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에 구체적 수치를 매기는 것에는 위험도 따른다. 실제로 어떤 측면이 잘 풀리고 있지 않는지 정량화하면서 냉정해질 수 있다. 호크메이어 박사는 “숫자를 얼버무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계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부부들에게는 점수 매기기가 기준치로 쓰인다고 호크메이어 박사는 설명했다. 그 지점으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Rob Shepperson

부부의 점수가 서로 다른 것은 무슨 의미일까? 오닐은 자신이 만나는 부부 중 25%가 서로 다른 점수를 말한다고 추정했다. 이 경우 매우 낮은 점수를 매긴 배우자는 이미 이 관계로부터 정신적 거리를 두고 있는 한편 높은 점수를 매긴 배우자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녀는 최근 상담한 부부처럼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으면서도 높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는 방어 기제”라며 “사람들은 정말 포기하고 싶기 전까지는 자기 결혼 생활이 파탄 직전이라거나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결혼 생활이 건강한지 분명히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한 가지 이유는 우리에게 롤 모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우리가 그 ‘내부’를 볼 수 있는 실제 결혼 생활은 우리 부모의 결혼 생활뿐이다.

사람들은 각각 부부 관계에서 서로 다른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자신의 결혼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부부 관계가 다른 이들의 부부 관계와 어떻게 다른지 알 도리가 없다.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타인과 비교할 때 자기 결혼 생활이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결혼에서는 단점에만 집중하고 자기 결혼 생활에서는 장점에만 집중한다. 이는 ‘우수성 편향’으로 불리는 현상으로서 부부는 관계에서 위협을 느낄 때 자신감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이런 경향을 보인다.

스토니브룩 대학에서 관계를 연구하는 아서 아론은 “우리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때 현상을 왜곡한다”며 “체계적으로 다른 대안을 평가 절하하기 위해 자기 파트너의 자질을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결혼을 과소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관계에 점수를 매기려고 할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연구자들이 결혼이나 연애 관계에서 중요하다고 동의하는 특정 분야들을 평가하라고 제안한다. 여기에는 신뢰, 동료애, 신체적 친밀감, 팀워크 등이 포함된다. 일부 분야가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 결정할 수도 있다.

일부 배우자들은 사생활에 점수를 매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 중 한 사람만 점수를 매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점수 매기기가 끝났다면 가장 낮은 점수를 보라. 당신과 배우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야인가? 미시간 대학 사회연구원의 테리 오버치 연구교수는 “낮은 점수 한두 개는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두 개보다 더 많다면 대화가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러스킨 박사는 “긍정적인 말로 시작하라”며 이렇게 말을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우리 부부 관계를 소중히 생각해. 우리 관계가 더 끈끈해지고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지 생각해 봤어.”

러스킨 박사는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배우자에게 이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배우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하라.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시점에서 점수 매기기에 대해 이야기하라. 당신은 처음에 이것이 우스운 짓이라고 생각했고 배우자도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러스킨은 박사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결과가 덜 심각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개선시킬만한 분야가 몇 개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꺼내고 배우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라. 의견 차이가 있어도 괜찮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

배우자에게 두 사람이 함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라. 두 사람이 관계 개선을 위해 한 분야 당 한 가지씩 각자 할 일을 떠올릴 수 있는가? 문제가 너무 심각하게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무엇을 하든 자신을 다른 부부들과 비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의 사회심리학자 리사 네프는 “자신의 기대를 평가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관계에서 얻고 있는 것을 우리가 얻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과 비교하곤 한다. 우리가 얻고 있는 것이 기대를 넘어선다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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