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말띠 여자 팔자 더 세다?
십천간·십이지지 결합… 미신 만들어
전문가 “상술일 뿐… 역사적 근거없어”
“청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
내년에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중에는 ‘말띠 여자는 원래 팔자가 센데, 그중에서도 청말띠는 더 그렇다’는 속설을 신경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내년에는 출산을 삼가려는 분위기가 일면서 출산·유아용품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갑오(甲午)년인 2014년이 ‘청마의 해’인 이유는 ‘갑’이 청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색깔띠’ 속설은 사주풀이를 할 때 쓰이는 음양오행에서 비롯됐다.
음양오행에서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표현하는 십천간을 두 개씩 묶어 각각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을 나타낸다고 여긴다. 십천간과 띠를 나타내는 십이지지가 결합해 속설을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속설이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은 2007년 정해(丁亥)년이 ‘황금돼지해’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다. 적색을 의미하는 ‘정’과 돼지가 합쳐져 ‘붉은 돼지=황금돼지’가 됐고,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사람은 재물운이 좋다는 말이 나돌았다.
당시 한 해 동안 출생아는 49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5000명이 늘었고, 합계출산율도 1.25명으로 높아졌다. 출산·유아용품 업체는 매출이 올라 쾌재를 불렀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에는 학습지 업체들이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황금돼지 이후로도 2010년 경인(庚寅)년은 ‘백호의 해’라고 해서 자식을 낳으면 운명이 길하다는 말이 있었다. 황금돼지해 이후 2년 연속 하락(2008년 1.19명, 2009년 1.15명)하던 출산율은 2010년 1.22명으로 다시 상승했다.
‘흑룡의 해’였던 지난해 임진(壬辰)년은 출산율이 1.3명으로 더 올라갔다. ‘흑룡띠가 팔자가 좋다’는 속설 덕분이었다.
‘색깔+띠’ 속설은 그러나 역사적 근거 등이 없이 상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앙대 임장혁 교수(민속학)는 “삼국유사 등에 흑룡이 나타났다는 등의 구절은 있지만 (색깔+띠 속설은) 전통과 거리가 멀다”며 “말띠 여자가 팔자가 세다는 것은 구전으로 내려온 ‘속신(俗信)’일 뿐이고, 청말띠 여자가 유독 팔자가 세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