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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탐하다니…경찰을 불러라”

[기타] | 발행시간: 2013.12.28일 12:05

“키스를 하기 전엔 가벼울지 무거울지 아무도 몰라요.” 영화 <쉘 위 키스>(2007)의 여주인공 에밀리(왼쪽)는 첫눈에 호감을 느끼고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한 가브리엘(오른쪽)의 작별 키스를 거절한다. 키스를 한 이후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키스를 할 때 느껴지는 오감은 자기에게 맞는 배우자를 감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토요판] 몸 / 키스의 역사

▶ 추운 겨울날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어떤 연인이 만나자마자 입술을 포갰습니다. 두꺼운 옷으로 몸을 칭칭 감은 이 연인에게 키스는 세상의 그 어떤 난로보다도 따뜻해 보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뒤에 있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은 키스를 했을까요. 키스는 본능적 행동일까요, 아니면 문화적 산물일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키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이제훈 분)은 친구 납득이(조정석 분)에게 키스학 강의를 듣는다.

“키스라는 건 말야. 봐봐! 입술이 다 붙잖아. 그럼 이게 걔 혀. 이게 니 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스르르 뱀처럼. 알지? 스네이크. 그래서 만나. 자연스럽게 막 섞여. 막. 하나가 되는 거야. 그리구 비벼. 막 비벼. 일루 갔다 절루 갔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비벼 막. 그리구 환상!! 이게 키스야. 니가 한 건 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하는 뽀뽀뽀. 그것도 자는 애한테 그건 범죄야 범죄.”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 묘사는 현대사회에서 키스가 지니는 특정한 위상과 의미를 나름대로 표현한다. 키스는 연인관계에서만 이뤄지는 배타적인 애정 표현으로 부모와 자녀 간, 형제자매 간 행위와 구분된다. 또한 일정 시간 입을 맞대어 입술과 혀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 입술을 마주치는 뽀뽀와도 차이가 있다. 키스는 애정 표현들 가운데 하나지만, 분절화된 형태로 의미가 부여되고 대중화됐다. 원래 애정 표현은 신체 모든 부위를 사용하는 연속적인 행동이다. 사람은 팔과 다리, 손과 발, 입술과 코, 볼과 이마 등 신체의 각 부위로 다른 사람의 신체 곳곳을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비비면서 애정 표현을 한다. 키스는 이 행동들 가운에 일부분이었으나, 어느 순간 독립했다. 특히 남녀 사이 성교 이전의 애정 표현 중에서 이름이 붙여지고, 특정한 의미가 더해진 행동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다. 이제 키스는 거의 전세계의 문화권에서 비슷한 의미로 통용되는 행위가 됐다. 키스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특별할까. 키스는 누가 먼저 시작했고, 언제 어떻게 퍼져 나갔을까.

<운명의 손> 키스신에 여배우 남편이 감독 고소

요즘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키스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1896년 미국 영화 <메이 어윈과 존 라이스의 키스>에서 처음 키스 장면이 등장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영화를 관람한 출판업자 허버트 스톤은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경찰의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프렌치 키스’라고 불리는 ‘딥 키스’(깊은 키스)가 처음 등장한 영화는 1961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초원의 빛>이었다. 1919년부터 시작된 한국 영화사에서 최초의 키스신이 등장한 시기는 1954년으로 한형모 감독의 <운명의 손>이란 작품이 시초였다. 이 영화에서 키스신은 후반부에 죽어가는 여자를 끌어안은 남자 주인공이 입술을 살짝 밀착시킨 것이 전부였지만, 이 키스신으로 여주인공 윤인자의 남편이 영화감독을 고소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 당시만 해도 키스는 부부간, 연인간에 은밀히 이뤄지는 사적인 행위였다. 소설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키스가 등장하지만 이 역시 문화권마다 다르다.

애정표현은 신체 전 부위를

동원하는 연속적인 행동이지만

연인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키스는 어느 순간 독립했다 

인사와 친밀감의 표시였다가

종교·의례적 의미 더해졌지만

르네상스때 낭만적 사랑과 만나

특별한 사랑의 상징으로 거듭나

한국의 경우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고대 문헌뿐 아니라 <구운몽> 등 조선 중기의 소설에서도 거의 키스가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 후기 소설로 성애가 노골적으로 묘사된 <춘향전>에서 키스로 볼 만한 행위는 단 한 차례 나온다. 그것도 춘향이와 이몽룡의 애정 표현 장면이 아니라, 이몽룡이 하인 방자와 단어놀이를 하는 중에 “네 입(口)과 내 입(口)을 대니 두 입 맞춰 법칙 려(呂)가 된다”는 구절이 나올 뿐이다. 한반도에선 조선시대까지 키스가 연속적인 애정 표현 가운데 하나였을 뿐 독립적인 행위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서구 문화권에선 동양보다 훨씬 이전 문헌에서부터 키스가 등장했다. 기원전 3000년께에 쓰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선 연인 사이의 키스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아들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우스에게 찾아가 손에 키스를 한다. 전사한 아들의 시체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고대 페르시아에선 같은 신분끼리 친밀감을 표시하기 위해 키스를 했고, 고대 그리스에선 키스가 점점 애정 표현 등으로 의미가 분화됐다. 로마인들은 현대인들이 ‘뽀뽀’와 ‘키스’를 구분하듯, 입맞춤을 오스쿨룸(osculum, 우정과 존경의 의미), 바시움(basium, 가족 사이의 애정 표현), 사비움(savium, 에로틱한 표현)으로 분류했다. 서기 3세기께의 기록물로 추정되는 인도의 <카마수트라> 역시 키스의 방법 3가지를 분류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솔로몬이 지은 ‘아가서’에는 ‘그분이 내게 와 입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분의 사랑은 포도주보다 더 맛있다’고 적혀 있는 등 연인 사이 키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유럽에서는 입맞춤의 의미가 인사, 애정 표현 등으로 일찍부터 분화됐으나 중세를 거쳐 종교적, 의례적 의미가 더해졌다. 중세 프랑스의 사제인 제르뱅은 여왕인 이디스의 키스를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한 기록이 있고, 12세기엔 봉건 영주와 가신 사이에 충성 서약을 키스로 하기도 했다.

중세 암흑기에도 키스는 여전히 성애적인 행위였으나 기록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14세기 작품인 단테의 <신곡>에는 ‘키스를 받은 입술은 빛이 바래기는커녕 달처럼 더욱 윤기가 난다’는 등 여러 차례 키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의례로서의 키스는 16, 17세기를 거쳐 점점 퇴색하게 된다. 당시 페스트와 매독 등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종교개혁 등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특히 키스는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며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과 연결된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낭만적 사랑’을 그 이전의 열정적 사랑(passionate love)이 종교적인 헌신성 등과 결합해 개인의 삶에 서사를 부여하는 형태로 발전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파푸아족은 안 하지만 보노보는 하는데…

키스와 낭만적 사랑이 결합된 형태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잘 나타난다. 로미오는 첫눈에 반한 줄리엣에게 키스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줄리엣, 당신의 입으로 인해 내 입은 모든 죄에서 면하게 되었어요.” “로미오, 그렇다면 내 입은 은총에 대한 보상으로 죄를 받은 건가요?” “그 죄를 다시 내게 주시오.”(다시 다가가 키스) “로미오, 당신은 예법에 따라 정식으로 키스를 하는군요.”

근대 이후 여러 소설은 연인 사이에 특정한 의미를 가진 애정 표현으로 키스를 구체화한다. 독사과를 먹고 의식을 잃은 백설공주는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고, 인어공주는 사흘 안에 왕자에게 키스를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거래를 하고서 인간으로 변신한다.

모든 문화권에서 키스가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정서 표현>이란 저서에서 “유럽인들은 애정의 징표로 키스에 너무나 익숙해져 그것을 인류의 천부적 행동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다르다. 뉴질랜드, 타이티,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파푸아족, 아프리카 소말리아족, 에스키모(이누이트)에겐 키스란 행위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누이트에겐 입술이 아닌 코를 비비는 행위가 중요한 애정 표현이었다.

키스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각 문화권에서 입맞춤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고, 지금의 의미로 굳어진 키스가 어떤 식으로 퍼져 나갔는지도 남은 연구 과제다.

‘동물도 키스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지’도 아직 연구중인 분야다. 알려진 동물들 가운데 인간의 키스와 가장 유사한 행동을 하는 이는 아프리카 콩고에 사는 유인원인 ‘보노보’다. 보노보는 수시로 키스를 한다. 다툼 뒤에 긴장 해소를 하거나, 동료와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도 키스를 한다. 보노보는 키스를 하며 입속에 혀를 집어넣는 ‘프렌치 키스’를 하기도 하고, 인간과 유사하게 마주보며 성교(정상위)를 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보노보의 키스가 인간과 완전히 일치된 형태는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키스가 본능적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키스가 문화적 산물이든 본능적 행동이든 간에 분명한 사실이 있다. 키스를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키스를 하면 아드레날린 효소가 분비되며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10여분 정도 열정적인 키스를 할 경우 최대 12칼로리 정도가 소모된다.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늘어나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과 세로토닌도 분비된다. 다만 침으로 옮길 수 있는 간염, 헤르페스 등의 전염병은 조심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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