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정 작가는 KBS '1박2일'의 인큐베이팅부터 시즌1이 끝날때 까지 5년간 함께 한 메인 작가다. 이 작가는 외부로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예능계에서는 하나의 브랜드나 다름없다. 그동안 수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드라마계에 김영현이 있다면, 예능계에는 이우정이 있다. 이우정 작가는 예능계의 김영현이다.

13년차 예능 작가인 이우정은 '1박2일'을 놓고 Tvn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러브 리얼리티 '더로맨틱'을 하고 있고 새로운 시트콤도 준비중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 '더로맨틱'은 '1박2일'을 함께 했던 이명한 PD와, 새 시스콤은 '남자의 자격'을 함께 한 신원호 PD와 함께 계속 일하고 있다.

0세부터 103세까지 보는 '1박2일'을 만들다가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더로맨틱'을 만들려고 하니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요즘 예능 작가의 업무가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게임 개발, 예컨대, 쥐돌이 게임, 드림팀 게임 등 게임을 개발하고 상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작가의 큰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작가의 업무가 PD와 많이 비슷해졌다고 한다. 프로그램 컨셉을 기획하고 답사, 편집까지 작가가 개입한다. 예능 작가는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게 하는 현장에서의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작전참모'가 돼야 한다는 것. 강호동과 은지원을 어떻게 물 속에 집어넣느냐 하는 문제도 이에 해당한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와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PD가 맡은 큰 업무다. '1박2일'에는 나영석과 강호동, '남자의 자격'에는 신원호와 이경규, 이런 식으로 밀당을 잘하는 PD가 있었다.

하지만 이우정 작가가 이를 크게 도왔다. '남격'의 건강검진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겉도 잘 보여주지 않으려는 연예인이 속을 쉽게 보여줄 리가 없었다. 신 PD와 이 작가가 의도한 멤버들과의 '밀당'에 의해 건강검진편을 방송할 수 있었고, 김태원의 위암 증세도 조기에 발견될 수 있었다.

이 작가는 고향이 경남 진주다. 그래서인지 아날로그 정서를 좋아하고 시골장터와 참기름 짜는 집 같은 곳을 선호한다. 현재 '1박2일'의 메인 작가인 최재영 작가의 고향도 경남 마산으로 제작진 대다수가 지방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1박2일'의 작업형태도 작가의 전원 답사, 전원 편집, 전원 시사의 토탈사커시스템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천재적 발상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협업 결정체라는 의미다.

이 작가는 '1박2일'을 일부러 안봤다는 말도 했다. 마지막 방송에서도 울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승우는 마초같은 느낌이 들지만 애 같은 순수한 면모도 있다고 한다.

그는 또 '1박2일'을 된장찌개, '무한도전'을 스파게티나 햄버거라는 식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1박'은 된장찌개처럼 매번 똑같은 것 같지만 미세하게 다르며 '무도'는 계속 바꿔나가는 것이다.

예능계는 신석기 시대에서 아이폰을 쓰는 시대까지의 큰 변화를 거치며 K팝스타, 나가수, 정글의 법칙 등을 탄생시키고 있다. 전 네티즌은 미디어학과 교수 내지는 예능과 드라마 평론가이다. 이런 예능생태계에서 이우정 작가가 또 한번 큰 일을 해낼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