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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사생팬, 일본엔 야라카시

[기타] | 발행시간: 2012.03.18일 05:06

최근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아이돌 그룹 ‘JYJ’(사진)의 사생팬(私生fan) 관련 뉴스에 대해 일본은 비교적 조용했다. ‘JYJ’의 인기가 일본에서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의외의 반응이다. 물론 외국인 입장에선 동영상에 나오는 욕설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힘들다는 게 하나의 원인일 듯하다. 그러나 보다 큰 이유는 아이돌 극성팬들에 의한 소동이 일본인들에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돌 팬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열성팬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일본어로는 학업이나 사회활동을 전폐하고 연예인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행위를 ‘옷카케(追っかけ·뒤를 쫓는다는 뜻)’라고 하는데, 옷카케를 일주일에 4일 이상 하는 광팬들을 ‘오리키(オリキ)’라고 부른다. 특히 남자 아이돌 전문 기획사인 쟈니스의 오리키들이 유명해, 쟈니스 소속 가수들의 ‘옷카케’를 안내하는 ‘쟈니스 옷카케 맵’이라는 책이 매년 인기리에 발매되고 있을 정도다. 이 책에는 소속 가수들의 고향집이라든가, 단골 식당, 휴일 주요 동선 등이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90년대 들어 오리키들의 과도한 행동이 문제가 되면서 일본에서는 기획사와 팬들이 이를 규제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 왔다. 오리키들의 대표격인 ‘톱상’을 뽑아 연예인 소속사와 긴밀하게 연락하게 하면서 오리키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정한 것이다. 규칙에는 다양한 것이 있는데, 일단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금지, 택시나 차를 빌려 연예인의 차를 뒤쫓는 행위(옷타쿠)도 금지, 연예인에게 손을 대거나 사진 촬영, 사인을 요청하는 행위도 금지다. 세세한 것도 많다. 예를 들면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밤 10시 이후에는 10대 아이돌의 옷카케를 하면 안 된다. 전철에서 연예인과 같은 칸에 탔을 경우에도(쟈니스 소속 연예인들은 연습생 시절이나 데뷔 후 한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칸으로 갈아타는 것이 원칙이다. 이쯤 되면 팬이라기보다는 스타를 지키는 ‘보디가드’라고도 할 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오리키들이 이 규칙을 일사분란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다. 룰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팬들은 ‘야라카시(‘저지르다’라는 뜻의 ‘야라카스’에서 나온 말)’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이들에 의한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한때 아이돌 숙소에 침입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물건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해 기획사가 자정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9년에도 야라카시 한 명이 아이돌 그룹 ‘헤이!세이!점프’의 멤버 앞에 칼을 들고 나타나 휴대전화를 빼앗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사건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일본에서는 ‘그나마’ 질서정연한 팬 문화라는 게 형성될 수 있었다.

연예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과격한 팬 활동은 범죄가 될 수 있다. 그게 싫다고 팬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충격적인 이번 사건이 ‘진작 터졌어야 할 일’이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90년대 초반 시작된 한국의 아이돌 팬덤도 이제 사춘기를 지나 성년기에 접어들 때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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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다. 일본 문화에 빠져 도쿄에서 2년간 공부했다. 일본 대중문화를 보고 평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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