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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은퇴' 마이클 조던 그리고 김연아

[기타] | 발행시간: 2014.02.23일 09:05

피겨 여왕 김연아가 플라워 세리머니를 마치고 태극기를 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치=대한체육회)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스포츠 역사상 자신의 은퇴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했던 선수는 누구일까.

수많은 선수들의 이름이 떠오를 것이다. 그 명단을 추릴 때 절대 빠져서는 안될 이름이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1998년 시카고 불스와 유타 재즈의 NBA 결승 6차전.

조던은 시카고가 유타 재즈에 1점 차로 뒤진 4쿼터 종료 직전, 날카로운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브라이언 러셀을 넘어뜨리고 슛을 던졌다.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조던은 역사적인 슛을 떠나보낸 오른손을 그대로 둔 채로 차분하게 감격을 누렸다.

은퇴를 선언한 마지막 시즌, 결승 마지막 경기(시카고는 6차전 승리에 힘입어 4승2패로 우승했다)에서 승부를 뒤집고 우승을 가져오는 결승 득점을 터뜨린 뒤 코트를 떠났다.

'농구 황제'의 마지막은 이처럼 화려했다. 단언컨데, 스포츠 역사상 이보다 더한 '해피엔딩'은 없었다.

그런데 조던은 2001년 뜬금없이 복귀를 선언했다. 농구계는 물론이고 미국 경제계도 열광했다(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1998년 조던이 미국 경제에 끼친 영향을 100억 달러라고 산정했다).

모두가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 그 당시 현역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던 샤킬 오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만약 내가 조던처럼 완벽한 은퇴를 했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냥이 아니었다. 오닐의 말 안에는 '레전드'를 향한 존경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김연아 미스테리'

미국 언론 '더 애틀랜틱'은 23일(한국시간) 온라인판을 통해 '피겨스케이팅을 지배한 김연아의 슬프고도 완벽한 마무리'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김연아를 향한 대중의 지지를 세계적인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와 비교하면서 김연아가 차지하는 한국에서의 위상,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 과정의 의미 그리고 소치 대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김연아는 2009년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한국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러나 밴쿠버 대회 우승 이후에는 대중의 아이콘이 됐다'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프리) 연기는 나디아 코마네치의 재림, 즉 완벽이라는 추상성을 우리에게 실체화시켜줬다'

'소치에서는 동기부여가 이슈였다. 이미 완벽에 도달한 선수는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연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다시 한번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두 차례(쇼트와 프리)나 선보였다. 모든 연기가 쉬운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녀는 피겨의 전설이 되어 떠났다'

'김연아가 은퇴할 때까지 단 한번도 포디움에 올라가지 못한 적이 없다는 것은 그녀의 기술, 프로페셔널리즘 그리고 꾸준함을 입증한다'

'이번 대회의 결과로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김연아의 위대한 유산을 결코 흠집낼 수는 없다. 김연아가 떠나는 스포츠, 피겨스케이팅을 향해 같은 말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피겨스케이팅은 이번 대회 결과로 흠집이 생겼다는 뜻)'

그야말로 찬사 일색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이처럼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은퇴한 선수가 얼마나 더 있을까.

▲이보다 아름다운 은퇴가 또 있을까

이 신문은 밴쿠버 대회 이후 김연아의 행보를 '미스테리'라고 표현했다. 대다수의 외신이 그렇게 생각한다. 김연아는 16개월동안 대회 출전을 하지 않았다. 소치 대회에 나서기 전까지 총 4차례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전부였다.

김연아는 모든 경기가 끝나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밴쿠버 대회 때와는 달리 딱히 정해놓은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밴쿠버 때는 금메달 아니면 진짜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였다.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간절함이 밴쿠버 때보다는 덜 했다"고 털어놨다.

김연아는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완벽함 그 자체를 보여줬다. 228.56점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포디움의 정상에 섰다.

주니어 시절부터 걸어온 화려하고 찬란한 길의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다. 마치 16년 전, 마이클 조던이 '더 샷(The Shot)'을 터뜨렸던 순간처럼. 자기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이뤘다.

그러나 김연아는 다시 돌아와야 했다.

밴쿠버 대회 이후 은퇴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동안 세계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점(물론, 부상이 큰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소치 대회가 끝나고 밝힌 "동기부여가 없었다"는 고백은 지난 4년간 김연아의 마음가짐이 어땠는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2001년, 조던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동안 조던이 만들어낸 영광의 순간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던에게 우승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원없이 뛰고 싶었다. 사람들은 조던이 우승 트로피를 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함성과 박수를 건넸다.

김연아가 다시 올림픽 무대로 돌아왔다. 팬들은 '나디아 코마네치의 재림'이라는 4년 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부담을 버린다는 게 가능했을까. 하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는 데에만 주력했다.

러시아 홈 텃세 논란 속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그래도 김연아는 울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나서 홀가분했다. 그래서 울었다. 사람들은 그런 김연아의 모습을 보고 4년 전 이상의 감동을 느꼈다.

조던이 마지막으로 출전한 올스타전 무대. 세계적인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가 직접 나와 자신의 히트곡 '히어로(hero)'를 조던에게 바쳤다. 농구의 위상을 바꿔놓은 조던은 팬들과 또 한 번의 행복한 추억을 나눈 채 코트와 작별했다.

김연아가 마지막 갈라쇼 무대. 명곡 '이매진(imagine)'이 흘러 나왔다. 영원불멸의 존재가 된 존 레넌도, 노래를 부른 에이브릴 라빈도 그 자리에 없었다. 김연아는 자신이 직접 연기를 통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고마웠다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팬들에게 김연아는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전했다. 메달 색깔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자신의 모습처럼 세상 사람들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보다 아름다운 은퇴의 순간, 스포츠 역사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shen@cbs.co.kr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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