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유물에 이어 조선시대 문화재가 미국에서 ‘문화유산 한류’ 행보에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한국의 보물들-조선시대의 예술과 문화’ 전을 개막했다. 5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국보와 보물 15점을 비롯해 조선시대 왕실과 민간이 향유한 회화·도자기·가구·금속공예·복식 등 모두 300여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에 쏠린 열풍을 잇는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1월 4일 개막해 108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신라 특별전에는 해외 반출 논란을 빚었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 등 국보 10점과 보물 14점 등 132점이 출품돼 20만여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조선시대 유물 전에는 ‘백자철화매죽문호’(국보 166호) ‘정조어필’(보물 1632호) ‘백자철화끈무늬병’(보물 1060호)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등이 한국 미술의 정수를 뽐낸다. 갖가지 주제의 병풍 그림과 삼층 책장 등 사랑방 가구, 궁중 의복도 함께 출품됐다.
전시는 조선(1392∼1897)과 대한제국(1897∼1910)에 이르는 다양한 미술품을 5개의 주제별로 구성했다. 의궤와 진찬도(進饌圖) 등을 선보이는 ‘조선왕실의 미술과 문화’, 사대부와 여성들의 생활공간을 통해 그들의 삶의 자취를 엿보게 하는 ‘조선의 사회’, 정치적 격변기에 왕실 복원에 대한 여망을 여러 미술품을 통해 표출한 ‘근대의 조선’ 등이 관심을 모은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전시 이후에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6월 29일∼9월 28일), 휴스턴 미술관(11월 2일∼2015년 1월 11일)으로 장소를 옮겨 전시가 열린다. 필라델피아와 휴스턴에서 한국 미술 전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명품전(1957)과 한국미술오천년전(1979)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미국 순회전”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미국인들이 조선시대 사회·문화 전반은 물론이고 한국 미술의 변천사, 한국인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