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재력가로 알려진 60대 남성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경찰은 이권 등 원한 관계에 의한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3일 오전 3시19분쯤 서울 내발산동 본인 소유의 S빌딩 3층 관리사무실 앞에서 건물주인 송모(67)씨가 흉기에 수십 차례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송씨가 이날 0시50분쯤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것으로 미뤄 송씨가 이 시각 이후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편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됐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부인 이모씨가 남편을 찾아 나섰다가 송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송씨는 사건이 일어난 S빌딩을 포함해 20여 층 규모의 인근 화곡동 E 호텔과 4층 규모의 B 웨딩홀, 다세대주택건물 등을 소유한 자산가로 알려졌다.
송씨는 강서구 일대에서 신생재벌로 불릴 정도였다. 그는 한때 내발산동 대형식당과 인근건물을 소유한 재일교포 이모씨의 재산관리인으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씨가 사망한 뒤 재산처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지난 2009년 사기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송씨는 거액의 재산 형성과정에서 이씨의 서류와 인감을 위조해 재산을 가로챈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사기혐의에 대해서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사문서위조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송씨가 살해된 건물 인근의 상점주인은 “송씨가 복잡한 부동산분쟁에 얽혀 있어 골치 아파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가 수천억원대의 재력가라는 사실과 재산분쟁이 있었다는 점 ▶살해 방식이 잔인한 점 등을 미뤄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송씨의 주변인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송씨가 사업을 크게 한 만큼 원한관계에 의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사람도 여러 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씨 빈소가 차려진 신촌의 한 병원 장례식장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병원 관계자들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중앙일보 채승기·구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