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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부러워 하다니... 씁쓸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4.20일 09:48
[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

언젠가부터 배우 톰 행크스는 마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전문 배우가 되어버린 듯하다.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자는 생각이 아니라, 지난 세월 동안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캐스트 어웨이(2000)>에서 톰 행크스는 무인도에 고립된 한 남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고, <터미널(2004)>에선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참여한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과 <세이빙 MR.뱅크스(2014)>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앨라배마호 필립스 선장의 실화, <캡틴 필립스>

그러나 그 중 최근작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캡틴 필립스(2013)>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 역시도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소재로 했으며, 톰 행크스는 실존인물 리차드 필립스를 연기하며 '진짜 필립스 선장 같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필립스는 초대형 화물선 '앨라배마 호'의 선장이었다. 아프리카에 전달할 구호물품을 가득 싣고 소말리아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도중, 앨라배마 호는 무장한 해적들에 피랍된다. 멀리서 다가오는 해적들의 보트를 보고 필립스 선장은 즉시 선원들에게 선내 방송으로 명령한다.



▲ 영화 <캡틴 필립스>의 한 장면. 자신이 이끌던 화물선 앨라배마 호에 해적들이 침입하자, 필립스 선장은 자신이 직접 인질이 되어 선원들을 보호한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모두 숨어라. 저들은 배의 구조를 모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숨어서 절대 나오지 말아라. 침착하게 행동하면 우리는 무사할 것이다."

그리고 기관실에 선장과 부선장을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 남은 상태. 해적들은 총을 쏘며 기관실로 침입한다. 거짓말같은 실화, 아니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싶은 이야기. 이어서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며 선장과 선원을 납치한 해적들은 선박의 규모에 비해서 적은 인원만 눈에 띄자 섬뜩한 협박을 시작한다.

"당장 다른 선원들을 불러내라. 그러지 않으면 1분에 한 명씩 사살하겠다."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 자칫하면 선원들 다수가 해적들의 손에 희생될 수 있는 상황. 이 때 필립스 선장은 임기응변의 재치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은 꽤 충격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해적들에게 "내가 선장이니까 나를 인질로 잡도록 하라"고 설득하여 선원들의 안전을 확보한 뒤, 따로 마련된 구명보트에 해적들과 함께 승선한 것이다.

선원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이 된 선장



▲ 영화 <캡틴 필립스>의 한 장면. 필립스 선장의 희생으로 실제 납치 사건에서 선원과 탑승객 중 사상자는 아무도 없었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필립스 선장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질이 되었다. 본인도 피랍된 사람들 중 한 명이었기에 무섭고 당황했을 텐데도 의연하게 대처한 셈이다. 거대한 선박에서 벗어나 좁은 구명보트에서 홀로 해적들과 죽음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서 상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구명보트를 따라오며 주변 해상을 포위한 미국 특수부대를 보고 해적들이 "몸값을 받지 못하면 선장을 죽이겠다"고 위협 수위를 높인 때문이었다. 선장의 머리에는 수시로 총이 겨누어졌고, "이 놈을 죽이겠다"는 말을 계속 들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필립스 선장은 물러서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선원을 앞세우고 도망치거나 숨지도 않았으며, 먼저 배를 빠져나가려는 모습도 결코 없었다. '앨라배마 호 피랍사건'에서는 필립스 선장의 노력 덕분에 선원을 포함한 승무원 중 누구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해적들을 제외하면 사상자는 아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운이 따랐는지 다행스럽게도, 자발적으로 희생을 택한 필립스 선장도 해적들로부터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냉정한 결정과 빠른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짓말같은 납치극은 영화같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고, 그 바탕에는 선장인 필립스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 있었다.

침몰하던 세월호에 '캡틴 필립스'가 있었더라면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 수백 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한 안타까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는 19일 현재도 바닷물 속에 잠긴 상태이며 실종된 학생과 승객들은 여전히 선박 안에 갇혀있다.

사고 원인과 발생 배경을 다양하게 유추하는 가운데, 세월호에 선장으로 탑승했던 인물의 태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에 문제가 생긴 직후 원인파악이나 신고가 너무 늦었다는 의혹, 승객을 방치한 채로 먼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했다는 혐의 등이다. 기울어서 가라앉는 배 안에서 학생들을 출구로 안내하고, 선원과 함께 구명정을 띄워 탈출을 도와야 할 선장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사고의 책임을 선장 한 사람에게 모두 떠넘길 생각은 없다. 지난 몇년 동안 수차례 반복되었던 대형참사에서 그래왔듯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평소 안전불감증으로 예방미흡, 부족한 사태파악으로 늦은 대응, 사고발생시 시행할 교육의 부재.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정부를 비롯한 사고대책본부의 무능과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해보면 가히 총체적인 난국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생각만은 지울 수 없다. '세월호에 필립스 선장이 있었더라면'하는 상상 말이다. 물론 사고가 벌어진 이후의 가정은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먼저 탈출하는 선장이 아니라 승객과 선원들의 안전을 먼저 떠올리는 선장의 부재가 뼈아픈 사건이지 않았나. 영화처럼 '자신의 목숨을 고스란히 내어놓는' 희생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신고와 구조요청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선실 안에서 자리를 지켜라'가 아니라 출구를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더라면, 그래서 더 많은 학생들이 배 안에 갇히지 않고 구조될 수 있었더라면 싶은 것이다.

뉴스에서는 "마지막까지 남겠다"며 학생을 구하느라 희생한 22세 승무원, 20명의 탈출을 돕고 구조된 승객,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사망한 학생의 이야기가 슬프고도 훈훈한 소식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할 사람이 믿음을 배신한 세상에서 언제까지 개인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여전히 '실종'이란 단어 뒤에 따라붙은 채로 브라운관에 떠있는, 200이 넘는 숫자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세월이 가면 많은 것이 잊혀진다지만, 가라앉은 세월호가 남긴 상처는 시간으로 온전히 치유되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망각을 그리 쉽게 허락해서는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미안함과 슬픔을 기억해야 한다. 비록 아플지라도, 그것이 우리 내면에 더 많은 '필립스 선장'을 낳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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