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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학교 난입해 소녀 200명 납치 뒤 도주… 무차별 폭탄테러 자행 ‘阿의 알카에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4.25일 14:51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은 전 세계 공통이다.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도 400여 명에 달하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일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 하람’이 나이지리아 북부 보르노주의 치복 지역에 있는 여자 공립학교에 침입, 191명의 여학생을 납치했다. 나이지리아 역사상 최악의 납치로 꼽히는 이번 사건은 발생 12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어린 학생들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보코 하람은 14일 여학생들을 납치하기 전 수도 아부자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71명을 죽이고, 120명을 다치게 했다. 그 후 채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치복여자공립학교에 침입해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과 군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여학생들을 트럭에 태워 납치했다. 16∼18세 소녀들은 그때 아무것도 모른 채 물리 시험을 보고 있었다. 129명의 과학반 학생들과 105명의 미술반 학생들이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보코 하람의 지시에 따라 트럭에 탔다.

◆실종자 숫자도 오락가락하는 정부 = 엄청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정부의 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무능했다. 처음부터 납치된 여학생들의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 측은 사건 발생 후 첫 브리핑에서 85명의 학생이 납치됐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은 80여 명의 납치됐던 여학생들이 트럭에 잠든 채 다시 돌려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사라졌는데도 정부는 모른다고 비난했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사라진 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해 정부에 제시했다. 234명이 실종됐다가 43명이 돌아왔다. 돌아온 학생 중 28명은 끌려가는 중 도망쳐 나왔고, 나머지 16명은 시내에서 발견됐다. 정부는 “미술반 학생들이 당시 학교 안에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에 집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나머지 191명의 생사는 알 수가 없다.

학생들이 실종된 학교가 있는 지역을 카심 셰티마 보르노 주지사가 처음 방문한 것은 사건 발생 후 9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관료들은 “그 지역에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모두가 말렸지만, 주지사는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다”며 치하했다. 납치된 학교를 둘러본 셰티마 주지사는 “꼭 실종된 학생들을 찾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군과 경찰이 보코 하람의 근거지로 예측되고 있는 삼비사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계속해서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많은 학생들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딸이 어떤 짓을 당하고 있을지 상상하지 않으려 해도 떠올랐다. 결국 191명 여학생들의 부모는 스스로 지역 주민들과 순찰대를 조직해 삼비사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삼비사 숲은 지형적으로 매우 험하고 위험한 곳으로 유명하다. 보코 하람 소속 무장대원을 만난다면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부모들은 조를 짜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도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24일 납치된 딸의 어머니들은 정부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수색은 우리가 할 테니 우리를 보코 하람으로부터 지켜주기만 해달라”고 청원했다.

◆납치된 여성들, 육체적·성적으로 착취당해 =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오래전 납치됐던 여학생이 밭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여학생은 임신한 상태였고, 자신이 낳은 아이들도 있었다. 보코 하람 소속 남성에게 강간을 당한 결과다. 끌려간 여성들은 집안일이나 농사를 담당하는 노예로 부려지거나 성적 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코 하람의 수장 아부바카르 세카우가 지난해 5월부터 테러 행위에 납치를 포함할 것이라고 공언한 뒤 여성 납치는 빈번하게 이뤄져 왔다. 보코 하람은 올 한 해 들어서만 15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사살했다.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3600여 명을 죽인 것과 비교해 비약적으로 테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우리 군대가 보코 하람을 북부 카메룬 국경 쪽으로 쫓아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 하람의 수장을 죽였다고 공식 발표하자마자 하루 뒤에 보코 하람 측이 수장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비디오를 방송하기도 했다.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보코 하람의 행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 11월 보르노주의 주도 마이두구리의 거리에서 납치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보고서에서 “보코 하람은 뻔뻔스럽게도 납치해 간 소녀들을 놓고 자신의 맘에 드는 사람을 고른 뒤 성폭행하고 그 소녀의 부모들에게 약간의 돈을 준 뒤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고 밝혔다”고 비난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 하람 무장 대원들의 부인을 구속하자 이에 대한 복수로 여성들을 납치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장인 세카우는 납치된 이들에게 “노예로서의 새 삶을 주었다”고 말했다.

◆테러 수위 높이는 보코 하람 = 나이지리아는 지역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남과 북으로 갈려 있다. 남쪽은 기독교 중심이며 북쪽은 이슬람교 중심이다. 보코 하람은 ‘서구 교육은 죄악이다’라는 뜻의 현지어로 나이지리아 북부에 본부를 두고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 국가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12년 전 종교 지도자 모하마드 유수프에 의해 조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수프는 2009년 나이지리아 경찰에 의해 사살됐으나 이 장면을 나이지리아 정부가 방송으로 보도하며 보코 하람의 자존심을 건드리자 단체의 폭력성은 훨씬 증가했다. 자신의 조직원이 아니면 같은 이슬람교라고 하더라도 무차별적으로 테러 행위를 해 이슬람 사원도 안전하지 않다. 현재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남부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테러 행위가 거세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 북부 정권 시절에도 이들의 테러 행위는 계속적으로 있어 왔다. 보코 하람은 자신의 편이 아니면 누구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려고 하고 있다.

24일 조나단 대통령과 36개 주 주지사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보코 하람이 벌이는 것은 성전이 아니라 나이지리아인에 대한 테러일 뿐”이라며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주나 이슬람교주나 할 것 없이 모두 보코 하람에 대항해 그들의 테러를 근절시키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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