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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왕’ 놓치기 싫지?

[기타] | 발행시간: 2012.03.21일 13:12

실치회

지난 19일 오후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 포구. 때마침 닥친 꽃샘추위로 바닷바람이 거센 가운데 4.9t짜리 소형 어선인 선일호가 선착장으로 들어온다.

바람은 차지만 뱃전의 어부는 만선의 기쁨으로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모기장처럼 촘촘한 낭장망 그물 속에서 ‘봄바다의 선물’인 실치를 꺼내 간이수족간에 옮겨 놓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성질 급한 절반 정도는 이미 죽어 있고 나머지는 수족관 속을 꼬물꼬물 유영하고 있다. 청록색의 물고기인 실치는 길이가 불과 2㎝에 폭은 0.3㎝ 정도의 초소형.

투명한 작은 몸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뱃속의 내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실처럼 가늘게 생겨서 ‘실치’라고 부른다.

30년 넘게 장고항에서 실치잡이를 해왔다는 선장 강정의(53)씨는 “올해는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이른 3월 초순부터 실치잡이가 시작됐고 어획량도 많다”며 “실치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닿으면 금방 죽고 상하기 때문에 빨리 포구 횟집으로 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곳 어민들은 제철을 맞은 실치를 잡기 위해 하루에도 10번씩 수심 5m 정도의 앞바다를 왔다갔다 한다.

하루에 한 번만 조업을 할 수도 있지만 실치회의 생명인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이다. 포구 앞바다에 설치해 놓은 그물에서 실치를 꺼내 횟집까지 배달하는 작업을 30분 내에 마친다.

실치의 우리말 표준어는 ‘뱅어’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백어(白漁)’또는 ‘빙어(氷漁)’로도 표기돼 있다. 죽었을 때 몸 색깔이 하얗게 변한다 하여 백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실치는 어린 뱅어를 이르는 말이다. 완전히 자라도 10㎝를 넘지 못한다. 뱅어는 연안에서 생활하다 산란기에 강으로 되돌아가는 회유성 어류다.

실치의 연원에 대해서 한참 설명하던 강 선장이 포구 인근에서 부인 이연배(48)씨와 함께 운영하는 민영이네 횟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봄철 장고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인 실치회를 먹어보기 위해서다.

실치는 보통 말려서 도시락 반찬으로 흔히 먹었던 뱅어포로 소비된다. 하지만 3∼4월에 잡히는 작은 크기의 실치는 회로 먹는 것을 제일로 친다. 5월이 넘어가면 실치가 자라면서 뼈가 생기고 쓸개가 커진다. 쓴맛이 강해 회로는 먹기 힘들다.

실치회는 또 장고항이나 당진 시내를 벗어나면 맛보기 어렵다. 먼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부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당일 잡은 것을 당일 산지에서 소비하는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돈이 있어도 못 먹는 게 실치회란 말이 괜한 얘기는 아니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2리의 한 횟집에서 맛본 실치는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가늘고 작은지를 알 수 있다. 당진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양배추, 참나물, 오이, 당근 등 각종 야채에 실치를 넣고 초고추장으로 버무려 내온 ‘실치무침’, 양념 없는 ‘실치회’와 ‘실치된장국’이 상에 차려졌다. 한눈에 봐도 싱싱해 보이는 실치회를 한입 먹어 보니 봄바다가 그대로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향긋하고 담백한 맛이 절로 소주 한 잔이 생각나게 한다. 한참 씹으면 고소한 맛도 느껴진다. 실치회는 3~4인분에 2만5000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과거 실치잡이는 이곳 장고항에서 가장 번성했고 이웃 포구인 당진 성구미항, 서산 삼길포항에서도 성행했다. 하지만 대호만 간척사업과 철강단지 개발로 다른 포구들은 실치잡이가 거의 중단됐고 장고항만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장고항의 봄·여름철은 뱅어포를 사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흥청거렸다고 한다. 인근 서산·태안 등지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뱅어포를 만드는 근로자로 취업하러 왔다가 이곳 남자들과 커플을 이뤄 정착한 사례도 많다.

장고항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13년째 ‘장고항 실치축제’를 매년 4월 개최하고 있다. 마을 이장을 하던 강 선장이 실치회를 소재로 장고항을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대박을 터트렸다.

현재는 서해안 포구마다 각종 해산물을 소재로 한 축제가 즐비하지만 먹거리 축제의 원조는 실치축제라고 마을 사람들은 자랑한다. 올해도 4월27일부터 30일까지 축제가 열린다. 실치회의 고소한 맛이 최고조에 오르는 이맘때가 되면 장고항 주변 횟집들은 몰려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축제기간 동안에만 보통 7만~8만명이 다녀간다.

이철환 당진시장은 “봄철 실치회는 당진 바닷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라며 “실치축제를 전후로 봄바다의 낭만을 당진에서 즐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당진 = 김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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