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안맞는 中유학생 위해 중국가정식 식당 속속 생겨
배달 척척…유학생이 창업도
[한국경제신문 ㅣ 홍선표 기자] 지난 28일 오후 6시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후문 식당가에 있는 저팔계 식당(사진). 문을 열자 널따란 중화요리 프라이팬에 식재료를 볶는 열기가 전해졌다. 33㎥ 정도인 2층 식당은 20여명의 손님들로 가득했다. 메뉴판에는 ‘유상로우쓰’ ‘홍샤우로우’ 등 낯선 음식이 한글과 한자로 표기돼 있었다. 유상로우쓰는 각종 채소와 돼지고기 등심을, 홍샤우로우는 삼겹살을 매콤하게 조리고 볶아 만든 요리. 중국인들이 평소 즐겨 먹는 ‘중국 가정식’이다.
대학가에 ‘짜장면 없는 중국집’이 늘고 있다. 5만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중국 가정식을 파는 식당들이다. 한국에 정착하려는 유학생들이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2012년 문을 연 저팔계 식당 주인은 성균관대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 씨에웨이웨이 씨(27·여). 씨에씨는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하는 유학생이 많은 걸 보고 창업했다”며 “중국식 탕수육인 ‘꿔바오로우’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한국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손님은 80여명으로 손님 10명 중 두세 명은 한국 학생이다. 성대 근처엔 최근 중국 가정식 식당이 한 곳 더 늘었다.
고려대 정문 근처에 있는 ‘우성 중국인의 집’도 중국 유학생이 운영하는 중국 가정식 식당이다. 배달원까지 두고 고려대와 국민대, 경희대 인근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기숙사 식당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배달 건수가 60~70회에 달한다. 건국대 근처엔 아예 중국음식점 거리가 생겼을 정도다.
성균관대 무역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중국인 멍디에 씨(27·여)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음식이 너무 입에 맞지 않아 밥을 안 먹기도 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중국 식당에 오면 고향집 음식을 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중국 식재료를 파는 식당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백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자취 생활을 하는 명륜동의 H마트는 중국 요리에 필요한 굴 소스와 두반장 등 양념 종류만 10여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경희대 근처에 있는 한 상점은 유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와이파이(Wi-Fi)망을 설치하고 보드게임도 갖춘 휴게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