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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한적한 골목길 카페를 일으킨 블로그의 힘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5.02일 12:19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꿈이었다. 지난해 7월, 10년 간 일하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가게를 열었다. 이름은 정:주.



한창영 씨의 한적한 골목길 카페 ‘정:주’

어릴 적 어머니는 부엌을 ‘정주간’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경북 영천 출신인 어머니가 쓰는 말이었는데, 묘하게도 함경도 사투리였다. 아무래도 좋았다. 부엌과 안방의 구분이 없는 가옥의 부엌이라고 했다. 한찬영이 만들고 싶은 카페도 그런 정주간 같은 곳이었다. 어머니가 가족과 손님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내주던 것처럼,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공간. 게다가 정주(靜住)에는 고요히 머물러 있는 곳이란 뜻도 있었다. 조용한 카페의 이미지와 딱 맞았다.

이름은 어렵잖게 지었지만 그외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당장 커피부터 필요했다. 기왕 장사를 시작하는 것, 올바로 하고 싶었다. 커피는 대부분의 경우 커피 농가에는 아주 적은 돈만 돌아가고 거의 모든 수익이 유통업자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다. ‘공정무역’이란 얘기가 떠올랐다. 농가에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는 유통과정 말이다. 카페를 하는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경복궁 인근의 한 카페를 소개해 줬다.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된 원두를 팔면서도 맛을 잘 낸다고 했다.

커피와 함께 내놓을 다른 음료도 필요했다. 이때부터는 인터넷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거제도의 유기농 유자 농장 블로그가 시작이었다. 블로그 주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유자를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농장 주인과의 직거래가 시작됐다. 점차 딸기, 사과, 레몬, 청귤과 석류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제철 과일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과일청을 담그기 시작했다. 유자차에서 애플진저, 딸기요거트까지. 혼자 하는 카페였지만 찬영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도 손님 없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전국의, 아니 세계의 좋은 재료를 얻을 길을 찾게 됐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였다. 큰 돈을 들일 여유는 어차피 없었다. 그냥 벽에 페인트를 칠했다. 하얗게, 갤러리처럼. 천정에 단 작품용 조명만 조금 특별한 인테리어였다. 그리고 아마추어 작가들을 하나하나 뒤졌다. 다행히도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의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온라인 전시를 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무궁무진했다.

한창영 씨의 카페 ‘정:주’ 입구 칠판. 한씨는 매일 칠판에 최근 읽은 글, 들었던 노랫말을 적어 놓는다.

카페에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해 주겠다고 연락을 하면 처음에는 다들 낯설어 했다. 하지만 작품 판매가 이뤄지면 화랑과는 달리 수수료 같은 건 받지 않겠다고 했고, 그림을 아껴서 전시하겠다고 설득했다. 반신반의하던 작가들이 하나둘 전시용 대여에 동의하면서 카페에선 보름에서 한 달의 주기로 전시작품이 바뀌어가면서 전시가 시작됐다. 마침 카페는 대학로의 공연장과 극단 무대가 있는 골목 한 켠에 있었다. 간혹 오가는 손님들이 작품을 알아봐 줬다.

그리고 사진. 찬영은 날마다 사진을 찍었다. 좋은 카메라도 필요없었다. 손에 든 스마트폰이면 족했다. 매일 아침마다 카페 입구 칠판의 글귀를 바꿔 쓰면서 사진으로 남겼다. 영화 속 대사, 최근 읽은 책의 구절, 시와 노래 가사까지. 무심히 가게 앞을 지나는 손님에겐 그저 장식에 불과했지만 찬영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네티즌에게는 수십일의 글과 사연이 함께 쌓인 재미있는 읽을거리였다.

케이크와 요리 사진도 관심을 끌었다. 사실 찬영이 자신있던 건 좋은 커피보다는 좋은 케이크였다.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카페, 그게 제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구운 브라우니와 피넛바나나 케이크 사진은 물론 과일 생크림 케이크 레시피에 간단히 만들어 먹는 즉석 요리법 등을 빙글에 올리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 140만 명이 이런 내용을 찾아봤다.
 그렇게 손님들이 찾아왔다. 여전히 가장 많은 손님은 인근 작은 기업들의 회사원들. 하지만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멀리서 찾아오신 손님들은 아무 말 안 하셔도 한눈에 알겠어요. 가게를 구석구석 살펴 보시고, 제게 먼저 말도 거세요. 맛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시고, 그림에 대해서도 질문해요. 친구같다고 해야할까요?”

대학로 중심가에선 한참 떨어진 뒷골목의 작은 카페. 끝없이 늘어나는 온라인의 친구들이 새 손님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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