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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걱정 말라더니… 엄마 언제 오실거예요"

[기타] | 발행시간: 2014.04.30일 07:54
세월호 참사 보름째… 결혼 앞둔 아들의 애절한 사모곡

“사랑하는 우리 엄마! 얼마나 추울지 상상조차 못하겠다. 엄마를 못 본 지도 보름이 다가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만 나와. 단 한 번만이라도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봐 두려워. 바다를 향해 엄마를 하염없이 불러봤지만 파도소리에 묻혀 주저앉게 돼. 그런데도 이 나라는 거짓말만 하고 있네.”

29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인모(59·여)씨의 둘째아들 김모(32)씨가 육성으로 전한 편지에는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절절한 마음과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의 시계는 여전히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에 멈춰 있다.

“배가 가라앉기 직전까지도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는 엄마의 침착한 목소리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해. 형은 엄마 마지막 목소리도 못 들었다며 힘들어해.”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들과 회갑여행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어머니가 아들 김씨에게 전화를 건 때는 16일 오전 9시43분. 그러나 곧바로 전화가 끊겼다. 당황한 아들이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배가 사고가 났는데, 구조대가 왔대.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아빠랑 형한테 말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림이 없이 차분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그게 아들에게는 고통이 됐다. 결혼을 앞둔 김씨는 어머니의 실종이 더욱 가슴 아프다.

“엄마! 엄마가 겪고 있을 고통을 우리가 차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곧 돌아올 엄마를 맞이하려고 밥도 챙겨 먹고 힘을 내고 있어. 엄마가 예뻐하는 예비 며느리도 항상 엄마를 위해 기도하고 있어. 돌아와서 결혼식 날 둘째아들 절도 받아야지.”

아들은 11시 10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끝내 어머니 목소리를 다시 듣지 못했다. 이때는 이미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해가고 있었다.

김씨는 진도로 달려갔다. 도중에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들었지만 일반인들 구조 소식은 아예 들리지 않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어머니의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인씨는 사고 당시 세월호 3층 우현 객실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씨와 같은 방에 있던 한 생존자는 “갑자기 물이 차올라 창문을 소화기로 깨보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10여명이 구명조끼를 입은 뒤 좌현 쪽 물아래로 헤엄쳐 탈출했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인씨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환갑을 맞아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던 용유초등교 동창생 17명 중 5명은 구조됐고, 8명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인씨를 비롯한 4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김씨는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은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려져 제대로 된 도움을 호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두가 하루빨리 가족 품에 돌아오길 바란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가슴 찢어지도록 보고 싶다. 구하러 갈 때까지 조금만 더 힘을 내줘. 마지막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그날을 기다릴게.” 그의 사모곡은 메아리조차 남기지 못하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진도=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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