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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포대교는 내 마음의 다리였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5.16일 16:36
  (밀산) 미정

  따뜻한 커피 한잔에도 그리움이 일어나고 떨어지는 락엽에도 애잔해 눈시울 적시던 시절은 세월의 골목길 뒤로 아득히 멀어져 가고 이제는 불혹의 언덕을 올라올라 인생려정의 허허복판에 들어왔다.

  예로부터 불혹의 사십대는 중년의 대명사로 인지되여 왔으며 중년을 흔히 갱년기 라고도 하는데 갱년(更年)의 의미는 다시 태여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사십대는 현실에 대한 직시와 더불어 판단이 흐려지지 말아야 하며 새로운 인생2막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의 사십대 전반은 왜서인지 불혹과 미혹으로 뒤섞이고 방황과 흔들림으로 뒤엉킨 곤혹의 시기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가? 나의 불혹은 어디로 가고싶어 하는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

  스스로에게 자아의 본질과 생의 본연, 그리고 마음속에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체에 대해 바보같은 질문을 던지며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백설 공주에 나오는 왕비의 거울처럼 나에게 정답을 줄수 있는 곳은 없었다. 어찌보면 세월이 가져다준 고민이겠지만 또 순응하며 살면 될 인생이겠는데 나는 끝없이 뭔가를 찾아 갈망하며 마음의 반란을 일으켰다.

  자신의 내부에서 얻지 못한 그 무엇이 바깥세상 어디엔가 있을것이라는 망연한 기대 를 안고 어느날, 나는 툭툭 털고 먼길 떠나는 김삿갓정신으로 인생의 쉼표 려행을 떠났다. 길 잃은 집시 되여 민들레 홀씨처럼 두둥실 날아간 정거장이 바로 한국 서울 한강의 마포대교였다.

  한국은 세계의 제1 자살대국이며 그중 한강에 있는 마포대교는 투신자살률 1위 라는 불명예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마포대교는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잇는 왕복 10차선 다리로서 한강에서 네번째로 가설된 교량이며 1970년에 완공되였다. 후에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여 마포교-이 ‘죽음의 다리’를 ‘생명의 다리’로 개조하였다.

  시원한 한강공원, 63빌딩, LFC몰과 서울국제금융센터 등 주변풍경을 둘러보며 다리 우를 걷노라니 마포대교가 조용히 ‘말’을 건네왔다. “혼자 왔어요?”, “무슨 고민 있어 요?”, “많이 힘들었구나.”, “모든 힘든 순간은 저 강물처럼 흘러갈거예요.”, “더 나은 래일을 위해 오늘의 아픔을 잊어버려라!” … 극단적선택을 하러 찾아온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설레임을 안겨주는 메시지였다.

  다리 한가운데는 ‘생명의 전화’가 있었으며 그 옆에는 ‘마음의 전화 한통 하실래요?’ 라는 119구조전화 글구가 있었다. 좀 더 가노라니 한 아저씨가 어린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는 ‘한번만 더’란 동상이 있었다. 어찌보면 우리 삶은 한통의 전화로도 따뜻 해질수 있고 한번의 눈물을 닦아주는것으로도 외롭지 않을수 있다. 백사람의 박수보다 한 사람의 관심이 더 수요될 때가 있는것이다. 그리고 많은것은 다시 시작할수 있지만 생명은 다시 시작할수 없기에 ‘한번만 더’가 더욱 중요한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의 망각속에 죽어간 이름없는 사람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자신의 생각을 죽음과 바꾸려 했을가? 자신의 목숨을 내여놓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가? 극단적 선택의 배후에는 어떤 넘지 못할 인생의 ‘마지노방선’이 있었을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한번만 더 ‘자살’을 거꾸로 ‘살자’로 생각했더라면 순간과 목숨을 바꾸는 비극은 없었을텐데…

  문득 어느날, 나도 삶의 짐 다 내려놓고 한줌의 가루로 없어지겠지 하는 쓸쓸한 생각이 뇌리를 쳤다. 자기죽음의 가능성에 대한 현실성과 ‘죽음’이라는 실체가 이렇 게 가까이에 있다는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였다.

  우리 모두는 언제 멈출지 모르는 인생을 살고 있으며 우리의 삶도 쉴새없이 흘러 생로병사의 종착역에 도착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찌보면 고민과 방황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내가 지금 겪고있는 혼돈의 시간 역시 변화를 잉태하는 진통의 시간이 될수도 있다.

  살아있기에 느끼는 고통, 하다면 무엇이 나의 생각을 조정하고 있는걸가? 외부의 상황? 아니면 내 안의 방황? 내 가슴에 새겨진 상처를, 아직도 새살이 돋지 않은 피가 엉키고 아픔과 고통이 남아있는 불혹의 상처를 한강의 물에 씻으며 감췄던 눈물 또 다시 서서히 흘러내릴 때 나는 내 눈물의 의미를 알게 되였다. 불혹의 황페함은 내가 선택한 각본이였고 내가 찾으려던 모든 답안은 결국 내 안에 있었다는것을.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 한강은 말없는 ‘흐름’으로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흔들리고 방황하는 불혹의 아픔에 머물지 말라고. 굳이 붇들지 말고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고!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의 흐름을 따라 가노라면 불혹의 터널을 고스란히 통과하고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지천명이 오게 될거라고.

  거창한 깨달음은 아니였지만 삶의 무게를, 불혹의 방황을 동령인 마포대교에 내려놓으며 나는 3년후, 5년후 내가 원하는 운명의 모습으로 변해 다시 오겠노라는 약속을 다짐하면서 조용히 마포대교를 떠났다. 가벼워진 불혹을 앞세우고 생의 원숙을 찾아 갈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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