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만곳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를 위한 임시반상회가 열린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 유병언 회장의 수배 전단지가 빼곡이 꽂혀 있다. © News1 최창호 기자
전 구원파 신도…"높낮이회, 타워펠리스 등 '안가'서 회의"
"유병언 목숨 바쳐 지켜주는 신도 있어…검거 어려울 듯"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홍우람 기자 =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재단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3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은 유 전회장의 부인 권윤자(71)씨의 손에 달려있던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권씨의 경우 유 전회장과 장남 대균(44)씨, 프랑스에 체류 중인 차남 혁기(42)씨, 장녀 섬나(48)씨 등 자녀들보다 훨씬 늦게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권씨는 표면상으로 드러난 대구 소재 방문판매업체 '달구벌'의 대표가 아니라 유 전회장 계열사 경영 전반의 자금 흐름에 관여하는 '막후 실세'였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자금 또한 권씨가 쥐고 있었다.
전 구원파 신도 A씨는 지난 13일 뉴스1 기자와 만나 이같은 내용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검찰은 유 전회장 본인이 계열사 주식 등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가족과 주변 측근들을 통해 회사를 대신 수십여개의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회사자금을 자기 돈처럼 사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유 전회장의 부인 권윤자씨가 교회와 세모그룹 계열사 경영의 핵심"이라면서 "유 전회장은 정신적인 지주로서 고문 역할을 맡고 부인 권씨가 구원파 교단과 청해진해운을 포함한 모든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총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구원파 핵심인물 7인방 등 계열사 사장들의 모임인 '높낮이회'는 주기적으로 모여 자금충원, 사업계획 등 여러가지에 대해 논의했다.
'7인방'으로 불리는 유 전회장의 핵심 측근들은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 변기춘(42)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이순자(71) 전 한국제약 이사,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이다.
높낮이회는 지금까지 주로 구원파 신도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금수원 이외에도 강남 타워펠리스 등 비공개 회의를 하는 '안가'가 전국에 여러 곳 있다"며 "이곳에서 유 전회장과 부인 권씨가 7인방과 함께 논의하고 주요 결정은 유 전회장이 내렸지만 자금과 관련돼서는 권씨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
최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는 권씨의 동생으로 회사자금을 유 전회장 일가에 지원했던 것은 누나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유 전회장 일가가 프랑스 남부 쿠르베피 마을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의 '하이랜드 스프링스 리조트', 혁기씨 명의의 미국 뉴욕에 고급아파트와 저택 등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권씨의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검찰이 엄밀히 수사해야 하는 사람은 권씨임에도 아직까지 참고인으로 소환조차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된다"며 "검찰수사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신도들도 꽤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십여개의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권씨는 이미 은신처에 숨어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A씨는 유 전회장과 대균씨의 검거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 전회장 곁에는 목숨을 바쳐 그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검찰에 체포된 자들은 희생양일 뿐"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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