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워싱턴=박영례특파원] 소니, 파나소닉에 이어 최근 샤프가 실적악화로 CEO를 교체하면서 전자왕국 일본의 추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소니를 필두로 세계 가전 및 전자 시장을 평정했던 일본 전자기업의 몰락은 삼성전자, 애플로 상징되는 최근의 글로벌 경쟁 체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부침은 혁신보다 값싼 노동력을 쫓아 원가경쟁력에 올인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산업경쟁력의 원천이 될 벤처 등 스타트업과 같은 신기술 공급이 부족했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카츠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이같은 일본 전자업계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소니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전자기업의 최근의 부침은 먼저 과거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가격경쟁력 등에 힘입어 전자왕국을 이뤘지만 이후에도 혁신 없이 과거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서 삼성전자 등 후발업체에 자리를 뺏겼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실패한 방식의 반복이다. 실패한 제품에 자원을 집중, 손실을 키우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결국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
가령 일본 정부가 반도체에서 실패한 NEC, 히타치, 미쓰비시를 합쳐 엘피다를 만든 게 단적인 예다. 실패한 기업을 포기하기 보다 하나로 합쳐 규모를 키움으로써 경쟁력 확보를 꾀했지만 결국 엘피다는 삼성전자 등에 밀려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리처드 카츠는 이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네만의 이론에 빗대 "돈을 잃으면서도 잃은 돈을 만회할 때까지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는 겜블러와 같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기술변화가 극심한 IT 산업을 이끌 새로운 기술 및 벤처의 부재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벤처, 스타트업이 신기술을 주도하며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지만 일본은 소니, 파나소닉 등 대기업체제에서 기존의 주도권을 고집하며 신기술이 이끄는 '창조적 파괴'에 실패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혁신의 실패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앞세운 경쟁자들에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얘기다.
소니나 일본 전자기업의 실패는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IT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우리 기업들이 중국 등 후발업체와의 경쟁에 직면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벤처 등 스타트업을 통한 신기술 수혈 등도 우리 산업의 여전한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한편 최근 시장 전문가들은 소니 등 일본 주요 전자 기업이 이번 회계연도 총 17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P는 소니와 샤프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수준인 BBB+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워싱턴(미국)=박영례특파원 you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