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홍재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달아 라틴아메리카(중남미) 순방을 통해 경제·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시 주석은 '돈 보따리'를 풀어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환심을 샀으며, 25일 출국한 아베 총리도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위협론'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지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시 주석은 지난 15~16일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1000억달러 규모의 '신개발은행(NDB)'과 금융위기시 브릭스 국가 지원을 위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긴급외환지원기금(CRA)' 설치에 합의한데 이어 17일에는 브라질에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33개국) '정상들을 만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또 4개국 순방 기간 중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있는 아르헨트나에 75억달러(약7조5584억원)를 지원하고, 베네수엘라에는 40억달러(약4조88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베네수엘라에서 들어오는 원유 수입 규모를 하루 52만배럴에서 100만배럴로 확대하고, 브라질·페루와 함께 남미대륙횡단 철도 건설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이 외에도 시 주석은 반미 선봉자로 잘 알려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고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정치적 유대 관계를 돈독히 했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중에 같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중국과 중남미의 동질성을 부각시키고 중국의 평화발전 등을 강조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을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맞서 이날 출국한 아베 총리도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중남미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며 "톱 세일즈를 하고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 기업인 70명을 대동하고 중남미 인프라사업과 자원외교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외교전도 펼칠 예정이다.
첫 방문국인 멕시코에서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와 멕시코 국영석유기업인 페멕스(PEMEX)가 유전채굴 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일본 은행인 미즈호도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에 약 5억달러(5143억원)를 융자할 예정이다. 또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중남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나선다.
아울러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안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 한편 내년 10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10개국) 선거를 겨냥한 선거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앞서 시 주석이 돈 보따리를 풀어 중남미 국가들의 환심을 산만큼 아베 총리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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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