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세 살배기 제 아들, 단지 흑인이란 이유로 유치원에서 5번이나 정학을 당했어요.”
유치원의 인종차별로 자신의 아이들이 정학 처분을 자주 받았다고 주장한 한 흑인 여성의 이야기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편부가정을 위한 비영리단체 ‘트루스 힐즈’의 공동 설립자 터넷 파월(Tunnet Powell)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3살밖에 안 된 내 아들이 유치원에서 5번이나 정학을 받았다”면서 “흑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뿌리 깊은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4살 ‘제이제이’(JJ)와 3살 ‘조아’(Joah),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유치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했다.
제이제이가 유치원에서 의자를 던져 하루 정학 정분을 내렸으니 평소보다 일찍 데려가라는 통보였다. “의자를 던져 누군가를 때리진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었다”는 게 정학의 이유였다.
처분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지만 아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데 동의한 터넷은 군말 없이 처분을 받았다.
그로부터 수주 동안 제이제이는 두 차례 더 정학 처분을 받았다. 한 번은 의자를 던져서, 그 다음 번엔 아침식사 시간에 자신을 괴롭힌 교우에게 침을 뱉었다는 이유였다.
5월엔 둘째 아들 조아가 정학을 당했다. 올 들어서만 5번째였다.
유치원은 정학 처분 이유에 대해 교직원의 팔을 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건 이후로 조아는 직원들에게 ‘위험인물’로 찍혔다고 했다.
미국 시민운동가 터넷 파월의 두 아들 제이제이(왼쪽ㆍ4)와 조아(3). 이들은 올해 다니던 유치원에서 모두 8번의 정학 처분을 받았다. [자료=WP]
터넷은 “우리 아들은 올해 총 8번의 정학 처분을 받았다”면서 “집에선 온순하고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아들들이 유독 유치원에서 자주 정학을 당하는 이유를 찾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잦은 정학의 원인을 찾게 된 것은 터넷이 제이제이의 동급생 생일잔치에 갔을 때였다.
문제라도 일으킬까봐 두 아들을 집에 두고 홀로 잔치에 방문한 터넷은 다른 엄마들과 대화를 하다가 유치원에서 정학을 받은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엄마는 “아들이 고의로 다른 아이에게 어떤 물건을 던져 병원 신세까지 져야했다”면서 “그래도 내가 받은 것은 전화 한 통뿐이었다”고 말했다.
흑백차별 때문에 징계 수위가 높아졌음을 알게 된 터넷은 처음엔 유치원을 옮길까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그는 “전국적으로 흑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정학을 당하고 있다”면서 “인종차별주의자인 교사와 행정관들이 많다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라 다수가 편견이나 선입관을 갖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넷의 주장처럼 유치원의 흑백차별적 대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미국 교육부 시민권리교육국(OCR)이 지난 5월 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 등록생 가운데 흑인의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1번 이상 정학 처분을 받은 흑인은 48%에 달한다.
자주 정학을 받은 유치원생 2명 중 1명은 흑인이란 뜻이다.
터넷은 이에 대해 “더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흑인)가 당했던 일(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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