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더이상 용납할 수 없어요. 전원 기숙사를 비워줘야겠어요.”
“술을 마시지 않은 학생까지 나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못 나갑니다.”
일본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의 명문 국립대학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요즘 음주 문제를 놓고 학생과 학교 측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대립은 최근 대학 측이 학생들의 자치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기숙사인 메이젠료(明善寮)의 입사생 105명 전원에게 9월말까지 기숙사를 나가달라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 기숙사에서는 1·2학년 남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법적으로 음주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이다. 그러나 이 기숙사에서는 10년 전쯤부터 음주가 만연했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특히 2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행위가 문제가 됐다. 기숙사의 공용공간에서는 음주 후 구토를 하거나, 한밤중에 불꽃놀이를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학교는 지적했다.
대학 측은 지난해 12월 학생들에게 음주강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등 음주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음주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학교측은 지난 4월 음주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기숙사에서 맥주캔이 발견되는 등 음주가 근절되지 않자 학교 측은 ‘전원퇴거’라는 극약처방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음주금지 규칙을 지켜온 학생 등은 학교의 이런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 대표들은 음주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퇴거명령을 철회할 것과 이들이 퇴거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사비용을 부담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생들의 나쁜 음주 습관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전원퇴거가 불가피하다”면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월 4300엔(약 4만3000원)의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는 도호쿠대학의 이 기숙사는 도쿄(東京)대·교토(京都)대·홋카이도(北海道)대 등의 기숙사와 함께 ‘일본의 4대 자치기숙사’로 유명하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