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조직 하마스가 ‘인도적 차원의 휴전’에 합의했으나, 휴전은 채 2시간도 지속되지 못했다.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1500명에 육박, 이스라엘군의 단기 군사작전에 따른 인명피해로는 수십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2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유엔과 미국의 중재 아래 1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72시간 동안 휴전하기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공동성명을 내고 휴전 합의를 발표했다. 유엔 팔레스타인구호기구(UNRWA)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스라엘군의 공격 때문에 구호품을 주민들에게 주지 못해 애태우고 있었다. 유엔은 사흘의 휴전 기간 중 구호기구들이 식량과 의약품을 나눠줄 것이며, 공습으로 부서진 전력시설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전 발표에 따라 1일 아침 가자지구 곳곳에서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방치됐던 시신들을 묻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2시간도 안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라파를 포격, 4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로 로켓포를 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공격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돌렸다.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휴전은 파기됐다”고 보도했다.
설혹 인도적 휴전이 성사된들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협상과 상관없이 가자의 땅굴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땅굴 파괴에 투입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안에서 여전히 군사공격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집트 국경지대의 땅굴을 통해 무기를 반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는 충돌을 끝내기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협상에 관해서도 “이스라엘군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 방해가 되는 제안은 어떤 것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래 1일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500명에 육박, 2008~2009년 가자 침공 때의 1417명을 넘어섰다. 2000년대 ‘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 뒤 이스라엘이 수년에 걸쳐 팔레스타인인 7000명 가까이를 사살했지만, 단기 군사작전에 따른 인명피해로는 이번이 수십년 만에 최대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