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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 자연도 `소음 스트레스` 받는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3.28일 10:33
어휴, 사람들 참 시끄럽네

美연구진 실험…조용한 곳에서 잣나무 4배 더 번식

9·11 후 배 통행량 줄어 대서양 연안 고래 스트레스 ↓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매경DB>

'소음 공해 더는 못참겠다.' '밤낮 없는 공사로 소음피해 시달린다.' 새로 짓는 아파트 공사장 근처에서는 이런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재개발 현장이라 공사장 바로 옆에 주거지역이 위치한 곳이라면 공사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 불만이 더욱 높아진다.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소음이 심하다면 청력 이상도 올 수 있는 일. 이러한 소음을 '공해'로 느끼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먼바다에서 석유시추 작업을 하거나, 원시림을 벌목해 농경지로 개간하는 등 인간의 손이 닿는 곳이 늘어나면서 소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 조용한 잣나무숲에서 묘목 더 잘 자라

최근 미국의 국립진화종합센터(NESCent) 연구진은 "소음이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까지 영향을 미쳐 생태계 전체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 생물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천연가스 채굴시설이 몰려 있는 멕시코 북서부 래틀스네이크 캐니언 야생동식물 보호지구에서 소음실험을 시작했다. 실험을 진행한 이 보호지구는 인근 수천 개 가스전에서 압축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차량 소음이 하루종일 들리는 곳이다.

연구진은 이 중에서도 특히 소음이 심한 곳에 5개의 실험구역을 만들었다. 실험 구역마다 꽃이 달린 조화 5포기씩을 심어놓고, 이 조화에 구역별로 색깔이 다른 인조 꽃가루를 뿌려 꽃가루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살폈다.

연구진은 시끄러운 구역과 여기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검은뺨벌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벌새들은 시끄러운 곳을 조용한 곳보다 5배 자주 오가, 시끄러운 곳에서 가짜 꽃가루를 더 많이 옮겼다. 벌새들은 천적인 어치(참새목 까마귓과의 새)가 없는 시끄러운 곳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 꽃가루가 많이 옮겨지는 시끄러운 곳에 꽃과 작은 풀들이 많이 자라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지역에 서식하는 미국잣나무(Pinus edulis)는 반대였다.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곳에 잣나무 묘목이 4배 더 많았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어치가 조용한 잣나무 숲에 더 자주 오는 것이 그 이유다. 어치는 나중에 먹으려고 잣을 땅에 묻어 놓는데, 나중에 땅에 묻은 잣을 찾지 않게 되면 싹을 틔워 잣나무 묘목이 자라나는 것이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어치가 자주 찾을수록, 조용한 잣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다. 시끄러운 잣나무 숲에서는 소음에 잘 견디는 생쥐들이 잣을 파 먹지만, 생쥐는 대부분의 열매를 소화시켜버려 나무 번식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소음이 계속되면 시끄러운 곳에서는 잣나무가 줄어들고, 잣나무에 의존해 사는 균류 곤충 식물 포유류 등 수백 종의 동식물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조용한 바다에선 고래 스트레스도 줄어

깊은 바다에서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산업 소음이 생물들에 영향을 준다. 큰 배가 지날 때 생기는 소음으로 바다 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수족관팀 등은 역시 영국에서 발간하는 '왕립 생물학회지'에 9ㆍ11 후 고래가 받는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캐나다 남동쪽 대서양 연안에 있는 펀디만(灣)에 사는 북대서양참고래(North Atlantic Right Whales)의 배설물 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펀디만 인근 세인트존 항구에는 큰 배들이 자주 지나다녔는데, 2001년 발생한 9ㆍ11 테러 이후 배 통행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고래가 먹이를 찾거나 짝짓기를 하는 등 의사소통할 때 보내는 저주파 음향신호가 큰 배들이 지날 때 일으키는 소음과 부딪히지 않아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배가 내는 소리의 강도나 간격, 빈도에 따라 고래들이 행동장애를 겪거나 서식지를 옮기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고래들도 사람처럼 장기간 소음에 노출되면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물리적 신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참고래는 대서양에 450마리 정도만 남아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다. 연구팀은 "이러한 소음이 고래의 개체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생리적인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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