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의 서울 을지로 'T타워' 사옥 지하 1층 출입문에 새로운 입간판이 들어섰습니다. 'ID카드는 T타워에서 T나게, 밖에서는 T 안 나게'. 출입문 위의 전광판에도 'T타워 나가서는 ID카드 걸고 다니기 없기!'라는 문구가 흘러나옵니다.
사원증 역할을 하는 'ID카드' 목걸이를 밖에선 빼고 다니라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SK텔레콤 관계자는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의 잘못된 행동이 자칫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SK텔레콤이 금연(禁煙)을 강조하자 회사 주변이나 남의 회사 앞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직원이 많아졌답니다. 밤에는 술 마시고 길에서 비틀거리는 사람도 있는데, 사원증을 걸고 있으면 회사 이미지가 깎일 수 있다는 겁니다.
'보안'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원증을 달고 사람 많은 곳에서 얘기를 하면, 시선이 집중되고 회사 정보도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밖에선 사원증을 빼고 다닐 것을 그룹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권장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LG 그룹은 사내에선 사원증 패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밖에선 별도 지침이 없습니다. 목에 걸든, 지갑 속에 넣고 다니든 개인의 자유와 책임에 맡긴다는 것이죠. 하지만 일부 부서는 상사들이 '밖에선 빼고 다니라'고 권고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SK와 같습니다.
상당수 직원도 외부에서는 사원증을 숨기는 분위기입니다. "주위 시선 때문에 말과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거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더라" "밖에서까지 '○○회사 직원'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가 나옵니다.
반면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대기업 사원 신분증이 선망의 대상입니다. 이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1년 후엔 사원증 목걸이 갖는 게 소원이에요' '사원증 목에 걸고 한 손에 아메리카노 들고 강남 한복판을 걷고 싶어요'와 같은 글이 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사원증을 단 직원 한명 한명은 사외(社外)에서 그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신분을 감추라는 것은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와의 관련성을 차단하거나 미봉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보다는 직원의 규율과 조직 문화를 제대로 세워 '사고'를 적극 예방하겠다는 접근 방식이 올바르지 않을까요.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