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 배우 이하늬와 이홍기가 작정하고 안방극장을 웃겼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새 주말미니 ‘모던파머’(김기호 극본, 오진석 연출) 1회에서는 이민기(이홍기)가 배추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민기는 7년 전 화려했던 밴드 생활을 뒤로하고 지역 축제를 전전했다. 이민기와 다른 길을 선택한 유한철(이시언)은 비정규직 사원으로, 한기준(곽동연)은 공무원 준비생으로 힘든 삶을 이어 나갔다. 다만 병원장 아들인 강혁(박민우)은 인턴 의사가 됐다.

이 가운데 이민기는 할머니로부터 만평의 배추밭을 유산으로 상속받고 기뻐했다. 빚을 청산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 하지만 만평의 밭을 팔아도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했다. 이것도 잠시, 이민기는 배추 값이 2년 주기로 폭등과 폭락을 되풀이 한다는 것을 알고 배추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이민기는 유한철과 한기준 설득에 나섰다. 배추를 심어 큰 돈을 번 후에 다시 앨범을 내고 밴드를 시작하자는 것. 간암 판정을 받은 유한철은 거부하다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수락했다. 탐탁지 않아했던 한기준도 짐을 쌌다. 강혁도 병원 생활을 접고 유한철을 따라 시골 행을 선택했다. 강혁과 껄끄러운 이민기는 그와 함께 가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며 티격태격 다퉜다.

특히 이홍기는 초반부터 만취한 채로 강렬하게 등장, 때론 멋있게 때론 비굴하게 변화하며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다소 과한 부분도 있었으나 코믹한 표정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이하늬도 마찬가지. 촌스러운 패션을 시작으로 구수한 사투리까지 자연스럽게 쓰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홍기와 이하늬 이외의 캐릭터도 모두 인상 깊었다. 이시언은 절제된 코믹함으로 안정감을 줬고 박민우와 곽동연은 철없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늘 만취되어 있는 서도원과 수다스러운 오영실, 그리고 사연을 품고 있는 김원해 등은 개성 가득했다.

그런가하면 석직구 등 센스 넘치는 작명이나 커다란 백 원짜리 동전이 굴러가는 등 작품 곳곳에 제작진의 센스가 돋보였다. 이러한 효과로 웃음은 배가 됐다. 배우들의 호연과 제작진의 센스가 잘 버무려진 셈이다.

분명 신선했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이를 버겁게 느끼는 시청자도 분명 있을 터. 너무 과하지 않게 풀어낸다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느낌을 살려 ‘모던 파머’가 주말 밤을 책임지는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SBS ‘모던파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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