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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의료 분야 신연금술사 3D프린터

[기타] | 발행시간: 2014.10.23일 05:43
김모(18)군은 3년 전 교통사고가 나서 뇌수술을 받았다. 두개골 일부를 잘라 놨다가 부기가 가라앉은 뒤 다시 붙였다. 그런데 거부반응이 생겨 머리뼈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머리 한쪽이 움푹 들어간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염증도 생겼다. 세브란스병원 심규원(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3월 김군을 위해 3차원(3D) 입체 프린팅 기술로 인공 뼈를 만들었다. 티타늄 소재로 지름 17㎝ 크기로 제작했다. 녹아내린 뼈를 제거하고 인공 뼈를 이식했다. 심 교수는 “두개골 손실 부위가 크면 골(骨)시멘트 등 기존 수술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3D 프린터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인공 뼈를 이식하면 시술시간을 단축하고 감염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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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3D 프린팅 기술이 의료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체기관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수술계획을 정교하게 세우고 두개골·얼굴뼈·척추뼈 등 신체 부위를 찍어내 인체에 이식하는 데 쓰인다. 국제시장조사업체 트랜스페어런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의료 목적의 3D 프린팅 시장은 2012년 3억5450만 달러(약 3728억원) 규모였다. 2019년에는 9억6550만 달러(약 1조155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3D 프린터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 두개골 성형에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첫째는 온전하게 남은 한쪽 머리뼈를 얇게 떼어내 필요한 곳에 붙이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플라스틱 재질인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을 반죽해 의사가 손으로 두개골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3D 기법은 기존 방법에 비해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정교해졌다.

 3D 프린터로 인체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부위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찍어 정밀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컴퓨터이용설계(CAD) 방식으로 3D 설계도면을 만든다. 데이터를 3D 프린터에 입력하면 티타늄 알갱이를 뿌리면서 레이저로 녹여 모양을 만든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디쎄이의 임권묵 연구원은 “3D 프린터는 공중에 입자를 분사하기 때문에 몰드(틀)를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며 “티타늄 두개골은 설계에 하루, 제작에 3~12시간쯤 걸린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종원 교수(앞줄 오른쪽) 팀은 코가 없이 태어난 몽골 소년 네르구이(앞줄 가운데)에게 인공 코를 만들어 이식 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의료 분야 3D 프린팅 기술은 성형외과나 외과에서 먼저 활용했다. 수술계획을 세우고 의료진을 교육하고, 맞춤형 보형물을 제작할 때 주로 쓰였다. 지금은 인공 뼈와 연골로 발전했다. 삼성서울병원 백정환(이비인후과) 교수는 “수술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에 활용하는 게 3D 프린팅의 첫 단계이고, 다음은 보형물을 만들어 이식하고, 그다음은 생물학적 세포를 이용해 장기(臟器)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세계적으로 마지막 단계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지난해 3D 프린터를 이용해 코 주변에 종양(부비동암)이 생긴 남성 환자를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그는 “수술 전에 3D 프린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해서 환자의 얼굴 골격을 정확히 알고 수술에 들어가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오른쪽 얼굴에 생긴 종양을 떼어내느라 광대뼈를 절반가량 잘라내야 했던 허모(18)군. 허군은 몇 년이 지나도 오른쪽 얼굴이 회복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높아 좌우 눈높이가 맞지 않게 됐다. 지난달 허군은 광대뼈 이식수술을 받았다. 3D 프린터로 맞춤 제작한 가로 4㎝, 세로 2㎝의 인공 뼈였다. 약 한 달이 지나자 허군의 눈은 제자리를 찾았고 얼굴 모양도 거의 정상이 됐다. 거부반응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수술을 주도한 서울성모병원 이종원(성형외과) 교수는 “옛날에는 환자의 갈비뼈를 떼다 이식해야 했다”며 “과거엔 한 팀이 7~8시간 걸리던 수술시간도 1~2시간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선천적으로 코가 없이 태어난 몽골 소년에게 지난해 인공 코를 만들어 줄 때도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했다. 코 안이 다시 붙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필요한 특수 스텐트(stent·지지대)를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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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군의 얼굴뼈를 제작한 포스텍 조동우(기계공학과)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로 환자의 얼굴 형상을 복원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복잡한 보형물을 환자에게 딱 맞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베이징대 정형외과 의료진은 3D 프린터로 출력한 티타늄 소재 척추뼈를 개발해 뼈암에 걸린 12세 소년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의료계는 앞으로 뼈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폐·간 등 장기까지도 찍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호주 시드니대 공동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모세혈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의료계는 “큰 산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세포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을 만드는 것이 3D 프린터 인공 장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체내에 들어가는 물질이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허군의 광대뼈 수술도 몇 개월이 걸렸다. 성모병원 이 교수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3차원의 구조물 자체가 사람마다 규격이 달라 건건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관련 기술이 진보하려면 허가 승인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영·김혜미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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