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학벌이 전부는 아니다.”
연예인들이 잇달아 수능을 포기하고 있다. 가수 이하이(사진)를 비롯해 걸그룹 AOA의 찬미, 레드벨벳의 조이, 유니크의 승연 등이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유니크 소속사 관계자는 “가수로서 음악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수능에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고교 3학년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대학 진학을 인생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 풍토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수 보아가 지난 2004년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대학 진학보다는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연예인이 부쩍 늘었다. 가수 아이유, 미쓰에이의 수지를 비롯해 배우 유승호와 박지빈, 그룹 카라의 강지영, 샤이니의 태민, 에이핑크의 정은지, 엑소의 세훈 등이 줄줄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군 입대 시기를 늦추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 연예인들의 대입 포기 비율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학벌=성공’이라는 인식과 대학에 반드시 진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연예 활동과 학벌의 상관관계가 없는 만큼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히는 이들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연예 활동을 해온 이들이 경력을 인정받아 유명 대학에 특례 입학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따가운 것도 연예인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를 두고 “연예인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면에는 연예 활동을 하며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수능에 응시할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하지만 ‘소신 있는 포기’로 포장하는 것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