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민희 기자] “글쎄요.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들 제가 곱게 자라서 일찍 결혼하고 고생은 몰랐을 것 같은 이미지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9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요...”
1998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배우 홍은희가 처음으로 먹먹한 가정사를 공개했다. 늘 명랑 하고 밝은 모습 덕분에 구김살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그녀. 이날 방송에서 홍은희는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상처 가득했던 어린 시절부터 후회와 눈물로 가득한 현재의 심경을 솔직하게 고백해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홍은희는 지난 17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힐링메이트로 출연, MC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와 내장산으로 단풍 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단풍이지만, 홍은희가 내장산을 찾은 이유는 특별했다. 이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슬프고도 아름다운 추억이 진하게 서린 곳이기 때문.
이날 홍은희는 이경규에게 밀리지 않는 유쾌하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기차로 이동 중에는 느낌 충만한 클럽 댄스를 선보이고, 콩트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해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내장산에 도착하자 홍은희의 눈가가 붉어졌고, 표정과 태도는 다소 차분해졌다.
그곳에서 홍은희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 가득했던 유년시절 이야기였다. 홍은희는 “제가 9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방학 때만 아빠랑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1년에 10~20일간 아빠를 만날 수 있었다”며 아버지 고향인 내장산에서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을 함께했다고 고백했다.
홍은희는 이어 내장산에서 보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 “제가 부모가 돼 보니 아빠도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지 알겠다. 아빠가 그래도 우리를 많이 사랑하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은희가 내장산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중학교 때까지 겨우 6년이었다. 홍은희는 사춘기시절부터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시작됐음을 고백, “아빠는 우리를 위해 희생도 하지 않고 왜 우리를 보려고 하나 싶었다. 아빠가 경제적인 지원을 하나도 안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런 게 딸로서 아빠가 굉장히 무능해보였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홍은희는 결국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반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등학교 때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홍은희는 “남상미 씨보다 제가 원조 얼짱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엄마가 힘들어하실수록 아빠를 미워하게 됐다고 울먹거렸다.
홍은희는 그렇게 아빠와의 연락이 잠시 뜸해졌다가, 대학 등록금을 부탁하기 위해 아빠에게 용기내 전화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께서는 “아빠가 지금 준비가 안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거절했다고. 홍은희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도 많이 힘드셨던 것 같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이건 아무리 돈이 없어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며 아빠와의 통화가 큰 상처로 남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홍은희는 대학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다행히 과수석으로 등록금 걱정 없이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지 않았던 아버지를 미워하며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은 홍은희는 그때의 원망과 상처로 결혼식에도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다. 홍은희는 “제가 서른에 결혼했다면 아버지가 오셨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던 게 등록금 일로 불과 4년 만에 결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때는 아버지를 부르지 않는 게 엄마와의 의리라고 생각했다고.
홍은희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한 불효 중에 가장 큰 불효가 아닐까 싶다”며 결혼식 영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로 고백했다. 이어 홍은희는 큰아들을 낳은 후 남편의 권유로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됐음을 고백, 결혼 5년만에야 이뤄진 아빠와 남편 유준상의 첫만남을 회상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홍은희의 아버지는 그녀가 둘째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직장암으로 돌아가셨다. 홍은희는 당시 아버지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데 후회, “사랑은 그때 그때 표현해야 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고 부질없어 진다. 영정사진을 붙잡고 소리치는 제가 정말 바보 같았다”며 부모님께 지금 당장 사랑을 표현하라고 조언해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사진> ‘힐링캠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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