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아 제한의 그늘… 고령화 시달리는 '루둥현']
30년간 50만명 증가 막아… 현재 인구 30%, 60세 이상
수용할 양로원 턱없이 부족 '작은 노인'이 '큰 노인' 돌봐
"10년 빨리 정책 도입했다 20년 더 빨리 늙어버린 꼴"
중국 장쑤성 루둥(如東)현의 인구는 울산광역시와 비슷한 104만명이다. 그러나 중국 다른 지역과 달리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사람이 드물다. 현(縣) 소재지 시장에선 인력거꾼이 하루에 50위안(약 870원) 벌기가 어렵다. 상점 주인들은 멍하게 밖만 쳐다본다. 왁자지껄해야 할 '먹자골목'도 한적하다. 외곽 논밭에서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허리 굽힌 채 일하는 풍경이 흔하다.
광둥성의 유력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최근호에서 "루둥현은 1980년대 '한 자녀 정책'의 모범 마을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빨리 늙어버린 마을이 됐다"며 "노령화로 활기를 잃은 루둥현의 현재는 중국의 미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루둥현은 1970년대 초부터 강력한 '계획생육(計劃生育·산아 제한) 정책'을 펼쳤다. 당시 마을 간부였던 쌍성푸(桑盛富·58)씨는 "피임약을 모든 가정에 돌렸고, 정기적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민이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 낙태를 유도했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 당시 연 수입의 10배에 해당하는 6000위안(약 105만원)을 벌금으로 물렸다. 직장을 빼앗기도 했다. 그 덕분에 루둥현은 1986년 국무원이 선정한 '한 자녀 정책 모범 마을'로 뽑혔다. 루둥현은 지난 30여년간 인구 50만명의 증가를 억제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인구 억제의 모범적인 성과가 루둥현을 '역습'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무서웠다. 다른 지역보다 10년 빨리 '한 자녀 정책'을 펼쳤다가 20년 빨리 늙었다는 평가다. 현재 루둥현 인구 104만명 중 30만명이 60세 이상이다. 65세 인구 비율은 20%에 육박한다. 중국 평균(9.7%)의 배 이상이다. 초·중학생 수는 지난 10년 동안 반 토막이 났다. 게다가 교육·취업을 위해 젊은 층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루둥현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제조업을 유치하려 해도 '노인 사회'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없다.
관영 신화망은 "루둥현에선 60세 이상 노인들이 경작하는 농경지만 10만헥타르(10만㎢)가 넘는다"며 "조만간 누가 씨를 뿌릴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둥현은 공영 양로원 19곳과 민영 양로원 5곳이 7456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을 뿐으로, 양로원이 필요한 노인 1000명당 27.5명만 수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신화망은 "'작은 노인'이 옆집의 '큰(더 나이 많은) 노인'을 돌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루둥현 출신의 인구학자인 천유화(陳友華) 난징대 교수는 "아기가 많으면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아기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자녀 정책에 앞장섰던 쌍성푸씨는 아들(37)만 한 명을 뒀다. 그는 최근 아들에게 "둘째를 낳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쌍씨는 "한 명뿐인 손자(11)가 앞으로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어머니 등 4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는 "둘째를 기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부부 중 한 명이 독자(獨子)이면 자녀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단독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 당국은 매년 200만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둘째 출산을 희망한 부부는 그 절반인 100만쌍에 그쳤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억6800만명에서 2030년 3억4500만명으로 늘어난다.
☞계획생육(計劃生育) 정책
중국이 1978년부터 강제 시행한 산아 제한 정책이다. 중국은 1950~196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이 많으면 국력도 커진다(人多力量大)"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949년 5억4000만명이던 인구가 1974년 9억명을 돌파하면서 식량 문제 등이 불거지자 '강제 낙태' 등의 강압적 방법으로 인구 조절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4억명의 인구 증가를 억제했다는 평가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