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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수니파 국가 ‘反 IS’ 딜레마… “美의 전쟁에 왜?”

[기타] | 발행시간: 2015.02.06일 16:03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인질로 잡혔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부인이 3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알카사스베 중위의 사진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IS는 이날 알카사스베 중위를 화형에 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충성스러운 부족들 ‘이탈’… 왕정에 노골적 불만 표출

美서 거액 원조금 받지만 군사작전‘희생’만만찮아

실업·빈곤 내부문제 쌓여 극단적 젊은이들 ‘IS 가입’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 3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인질로 잡고 있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26) 중위의 참혹한 살해 동영상을 공개했다. 더군다나 영상이 제작된 시점은 한 달 전인 지난 1월 3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끝까지 인질 협상을 시도하려 했던 요르단 정부는 전 세계에 자신들이 IS에 농락당했음을 보이는 꼴이 됐다. 요르단 국민의 분노도 극에 달했다. 이례적으로 수도 암만과 알카사스베 중위의 고향인 카라크에서는 각각 수백 명의 주민이 모여 IS를 규탄하고 알카사스베 중위를 애도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요르단은 입헌군주국으로 정식 명칭은 요르단 하심 왕국이다.

왕이 실질적인 통수권을 가지고 있으나 사실 부족들의 힘이 막강하다. 알카사스베 중위의 아버지 사피 알카사스베가 기자회견 중 “요르단 사회는 제도보다 부족이 더 우선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요르단 내에서 왕의 역할은 이 부족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조정하면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요르단 왕정이 선택한 통치 비책은 부족 내 주요 사람들을 왕정의 군대나 정보당국의 일원으로 흡수하는 것이었다. 왕정에 충성스러운 부족일수록 군 복무 종사자들의 수가 많다.

◇충성스러운 부족들의 이탈 늘어

왕정의 탄탄한 존립을 위해 택했던 이와 같은 흡수 정책이 IS 공습으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충성스러운 부족들은 비용만 나갈 뿐,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국제연합군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유력 부족 소속인 알카사스베 중위가 IS에 인질로 붙잡히며 불만 목소리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요르단 내에서는 왕정이나 왕정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경우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만 표출은 이례적인 행동이다. 요르단의 남쪽 만이라는 도시에서 활동하는 사회운동가 압둘라 사라는 “전쟁에 참여했던 요르단의 아들들이 죽어서 돌아온다면, 이것은 (지금보다) 큰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계속된 전쟁으로 군 사망자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많은 부족민을 군대로 보낸 부족들의 이탈이 늘어나 정부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은 지난해 요르단 내에서 처음으로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IS에 찬성하는 시위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원래 만은 왕정에 가장 충성스러운 부족이 살던 지역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하고 정치적으로도 소외되자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불만은 만 지역뿐만 아니라 남쪽 도시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며 충성스러운 부족일수록 왕정에 등을 돌리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이것은 워싱턴의 전쟁” 목소리도

정부는 이와 같은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IS 공습작전에 대해 ‘요르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요르단 국민들은 최근까지도 믿지 않았다. 근 몇 달 동안 요르단 내 트위터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해시태그는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thiswarisnotourwar)’이다. 알카사스베 중위의 참혹한 죽음으로 인해 여론이 반전되고 있으나, 군사작전에 요르단이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는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요르단은 IS 공습작전에 참가하고 있는 아랍권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 다음인 세 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견했으며, 그 수는 약 2000∼2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요르단이 가장 많은 군인을 파견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암만의 퇴직한 정보당국 관리인 오우데 알하메이데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요르단 국민들은 정부가 미군 주도의 군사작전에 참여할 때마다 미국으로부터 받는 원조액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르단이 ‘미군의 베이스캠프’로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11년 이후 미국의 요르단 원조 규모는 군사작전 참여 여부와 함께 증가해 왔다. 지난 3일 알카사스베 중위가 살해된 것으로 판명된 후 미국은 요르단에 10억 달러의 원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요르단이 IS 공습작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지난해에도 미국은 요르단에 총 10억 달러를 원조했는데, 이는 시리아 반군을 양성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를 요르단에 설치하고 그 규모를 늘리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사라는 “다른 나라들을 위해 요르단이 전쟁의 시작점이 되는 것은 반대한다”며 “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우리의 결정이 아니라 워싱턴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내부 문제도 해결 못 하는데…”

요르단 입장에서는 요르단 국경 안에서 파생하는 극단주의자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손을 잡고 IS 공습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일 AFP통신은 익명을 요청한 미군 고위 관리 발언을 통해 “알카사스베 중위가 구금된 후에도 요르단은 평소와 다름없이 공습작전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요르단이 이렇게 앞장서 IS 규탄에 나서는 이유는 자국 내 증가하는 극단주의 움직임 때문이다.

사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자르카는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의 창립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태어난 지역이다. 알자르카위는 2006년 미군에 의해 이라크에서 사망하긴 했지만, 자르카는 증가하는 실업률과 정치적으로 소외되는 문제 때문에 요르단 정부의 ‘관심도시’가 된 상태다. 또 국민의 92% 이상이 이슬람교이자 수니파인 요르단은 지난해 9월 공습작전이 실시되기 전까지 IS를 테러집단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요르단대에서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의 62%만이 IS를 테러조직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심지어 국가 내부적으로 실업률과 빈곤율이 증가하면서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IS와 같은 조직에 가입하거나 극단주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요르단은 전체 인구 중 70%가 젊은 층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 자료를 보면 요르단의 실업률은 2010년 이후 꾸준히 34%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미래가 없어 보이는 젊은이들이 극단주의 사상에 매료되거나, IS와 같은 조직에 가입하게 되는 이유다. 데이비드 슈첸커 워싱턴재단 아랍프로그램 소장은 “요르단의 청년들은 비전이 없지만, IS와 같은 그룹들은 (청년들이 보기에) 비전이 명백해 보인다”며 “요르단 군대가 국경을 사수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극단주의 사상은 국경을 가로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하메이데흐는 “요르단 정부는 빈곤이나 부패, 기회의 부족 등 요르단 사람들이 극단주의자가 될 수 있는 요소를 뿌리 뽑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 집 안의 문제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왜 우리가 외부의 테러리즘과 싸워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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