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 이혜미 기자]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가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53회 긴 항해에 마침표를 찍었다.
15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마지막 회에서는 가족들 앞에서 눈을 감는 순봉(유동근)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지막까지 순봉의 투병기가 주가 됐지만 이 드라마의 터치는 결코 무겁지 않았다. 가족노래자랑이라는 뭉클하면서도 신선한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의 일상과 화합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순봉의 일곱 번째 마지막 소원이 바로 가족노래자랑. 정확히 가족들의 웃음이었다. 문 회장(김용건)과 양금(견미리) 등 사돈들이 도전장을 내면서 판이 커졌고 순봉은 흥을 돋우고자 상금으로 백만 원을 내걸었다. 순봉의 의도대로 가족들은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그의 병에 대해 잊고 들뜬 하루하루를 보냈다. 노래자랑은 그야말로 잔치 한 마당으로 순금(양희경) 가족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가족들에게 웃음을 선물한 뒤에야 순봉은 눈을 감았다.
그 후로 1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었다. 일단 경사가 났다. 독신주의를 깨고 태주(김상경)와 웨딩마치를 올린 강심(김현주)이 출산한 것. 효진(손담비) 역시 임신 7주차로 이에 강재(윤박)는 포옹으로 화답했다. 강심에 앞서 출산한 영설(김정난)은 치킨 집 2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도 예고됐다. 달봉(박형식)이 마침내 프러포즈에 성공하며 오해에서 시작된 서울(남지현)과의 관계를 결혼으로 이끈 것. 이처럼 ‘가족끼리 왜이래’는 순봉이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의 일상을 그려내며 진한 여운의 엔딩을 맞았다.
53회의 긴 항해 동안 이 드라마는 부동의 주말극 1위로 그 위용을 뽐냈다. 막장 조미료 없이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결과. 시작부터 신선했다. ‘가족끼리 왜이래’는 소외됐던 가장을 안방극장의 중심에 세우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 부정을 다뤄냈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순봉과 그 자식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쉴 새 없이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인물간의 갈등구도에 집착하다 기록 면에서 완패한 전작과 달리 ‘가족끼리 왜이래’는 군더더기를 생략하는 과감한 행보도 보였다. 결국 53회라는 긴 호흡을 이어간 건 캐릭터의 힘. 그 위로 네 가족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은 서사까지 더해지며 따뜻한 홈드라마를 완성했다.
여기에 하나 더. 유동근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 드라마에서 유동근은 고뇌하는 가장으로 분해 명배우의 품격을 한껏 뽐냈다. 유동근의 호연은 불효소송을 내고 병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부정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또 한 명의 주요인물 김상경의 코믹연기도 기대이상으로 유동근이 눈물유발자였다면 김상경은 존재 자체만으로 웃음을 선사, 시청자의 감정을 좌지우지했다. 그 결과 ‘가족끼리 왜이래’는 막장 없이도 된다는 선례를 만들며 기분 좋게 퇴장했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사진 = KBS2 ‘가족끼리 왜이래’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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