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TV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던 차이징
중국중앙방송(CCTV)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던 여성 앵커가 자비로 제작한 스모그 다큐멘터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CCTV 전 앵커 차이징(柴静•39)이 직접 자비를 들여 제작한 스모그 다큐멘터리 '차이징 스모그 조사 : 돔 지붕 아래(柴静雾霾调查:穹顶之下)'가 지난달 28일 유쿠(优酷), 텐센트(腾讯) 등 주요 동영상 사이트에 게재됐다.
103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차이징이 CCTV 기자로 일하던 당시 취재했던 스모그 오염이 심각한 중국 주요도시의 모습과 주민들의 증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외국을 취재한 장면이 담겼다.
동영상에는 2004년 당시 6세에 불과한 산시성(山西省)의 농촌 소녀가 "일년간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을 본 적이 없다"는 증언부터 시작해 베이징, 톈진(天津), 선양(沈阳), 청두(成都), 란저우(兰州), 스자좡(石家庄) 등 스모그에 휩싸인 주요 도시의 풍경, 일반 시민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PM2.5(지름 2.5마이크로그램(㎛) 이하의 초미세먼지) 기준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먼지를 마시고 있으며 먼지에는 15종류의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사실, 초미세먼지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담겼다.
특히 영상에는 베이징의 50대 여성의 폐암 수술 장면이 담겼다. 이 여성은 본인을 비롯해 주변 가족들조차 담배를 피지 않았음에도 폐암 수술을 받게 됐고 의료진과 차이징은 폐암에 걸리게 된 원인이 심각한 대기오염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영상만 봐도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스모그의 심각성과 위해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차이징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모그의 심각성, 발생 배경,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차이징의 다큐멘터리는 공개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다큐멘터리가 게재된 동영상 7개 사이트의 총 조회수가8천만회를 넘겼으며 유쿠에서만 공개 직후 이틀여만에 조회수 2천2백만회를 돌파하고 댓글 수는 3만3천개를 넘었다.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도 다큐멘터리는 핫이슈로 등재됐으며 60만개가 넘는 댓글이 게재됐다. 대다수 네티즌이 "차이징이 대단하다", "스모그가 이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등 그녀의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차이징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자비 100만위안(1억7천5백만원)을 들였다. 이같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데는 갓 출산한 딸을 스모그 때문에 잃을 뻔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난 2013년 첫 딸을 출산하기 전 의사로부터 딸에게 양성 종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 딸은 태어난 직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태아가 전신마취를 받으면 영원히 못 일어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차이징에게 말할 정도였다.
차이징은 다큐멘터리에서 "스모그가 매우 심각했을 때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며 스모그가 딸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했다. 이어 "과거에는 어디를 가든지 마스크도 쓰지 않을 정도로 오염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지만 어머니가 된 뒤에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차이징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 공업정보화부, 환경보호부 등 각 부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고 과거 스모그가 심했던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찾아갔다.
한편 차이징은 지난 1998년 후난(湖南)라디오방송국에 입사해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CCTV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했다. 2003년에는 CCTV의 '신문조사(新闻调查)' 기자로서 SARS에 걸린 환자 7명을 직접 만나고 실상을 그대로 전해 그 해 '올해의 중국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CCTV에서만 11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CCTV의 간판 앵커로 우뚝 섰으며 2013년 방송 경험을 담아 펴낸 책은 100만권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촬영기자 자오자(赵嘉)와 결혼한 차이징은 한 언론을 통해 미국 원정출산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초 CCTV에서 퇴사했다. [온바오 박장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