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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벽소설특집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3.23일 10:09



  요즘 사람들

  정월 초닷새 날이다.

  작가가 집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친구 화가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점심 자기네 집에서 청하는걸 잊지 않았냐는 확인 전화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아직 오전 열한시도 채 안되였는데 빨리 건너오라는 재촉 전화가 또 날아왔다. 청한 손님들이 벌써 다 모였다는것이다.

  '다 모였으면 가봐야지.'

  작가는 쓰던 글을 접고 집을 나섰다. 화가네 집은 걸어서 십여분 거리밖에 안되였다.

  아니나 다를가 화가네 집에 들어서니 거실과 안방에는 손님들이 벌써 마작판을 두패나 벌리고 있었다. 요즘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집에 가면 늘 보게 되는 풍경이다.

  "큰아버지 안녕하세요!"

  유치원에 다니는 화가의 늦둥이 아들 보배가 뽀르르 앞에 와서 인사를 한다.

  "오- 보배, 그새 많이 컸구나!"

  작가는호주머니에서 돈지갑을 꺼냈다.

  "보배야, 이 돈 가져!"

  작가는 반짝반짝 하는 오십원짜리 새 돈 한장을 꺼내 어린아이 손에 쥐여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린애는 인사는 커녕 단통 얼굴을 찡그리며 쥐였던 돈을 휴지 던지듯 작가의 몸에 던지는것이였다.

  "이건 싫어요. 백원짜릴 줘요!" 아직 백까지는 헬줄도 모를 녀석이 돈 액수가 적다고 대노했다.

  "야하- 보배 그말 잘했다. 큰아버지라는게 쬐쬐하게 그잘난 50원이 뭐야? 그래, 백원짜리 아니면 절대 받지마!"

  한창 마작을 놀고 있던 기업가가 고개를 돌리며 붙는 불에 키질이다.

  '이보게 동갑이! 세배돈을 얼마 주던 받는 사람의 립장에선 다 고마워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작가는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걸 억지로 꾹 참았다.

  "보배 너 버릇없이 큰아버지한테 그럼 못써!"

  그래도 애비인 화가가 눈치 빠르게 제꺽 아들을 안고 애들방으로 건너갔다.

  거실에서 마작 노는걸 구경하고 있던 고향친구 의사가 이 광경을 보자 작가의 팔을 끌고 조용한 베란다로 나간다.

  "너 오늘 왜 그런 망신을 당해?"

  "망신이라니?..."

  "오늘 너 한사람 내놓고는 모두가 화가네 애한테 백원짜리 한두장씩 쥐여주었어. 기업가는 백원짜리 다섯장이나 꺼냈고... 돈을 안 가져왔으면 나한테 말이라도 할거지..."

  "돈의 액수가 그렇게 중요한거냐?"

  "지금 무슨 세월이야, 너는 참 글밖에 몰라 큰일이다."

  의사는 작가의 어깨에 주먹을 한매 박았다.

  작가가 베란다에서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는데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어떤 후배가 설인사를 하러 집앞까지 와있다는 전화다. 그래서 작가는 잠간 집에 볼일 있어 다녀와야겠다고 말하고는 드바삐 화가네 집을 나섰다. 그런데 눈치빠른 화가가 밖에까지 묻어 나왔다.

  "형, 갔다가 꼭 오는거지?"

  "그럼, 오구말구."

  "그런데 형 혹시 나한테 무슨 노여운 일 있는지?"

  "노여운 일이라니? 그런 일 전혀 없는데..."

  "어... 그럼...그럼..."

  화가는 어물거리며 더수기를 긁는다...

  그렇게 작가가 떠나간 뒤다.

  "지금 50원도 돈인가요? 남자들은 마작 한판에도 백원짜리 몇장씩 들랑날랑 하는데..."

  "그래 말이예요, 나 같은 녀자도 50원은 부끄러워 꺼내지도 못하겠어요."

  주방에서 녀성들이 떠드는 소리는 거실과 안방에도 챙챙 들려온다.

  "저 친구가 절대 아가씨 보러는 다니지 않겠네."

  "그건 왜?"

  "돈을 가지고 저렇게 보들보들 떠는 사람이 그 돈 아까워 팁을 어떻게 줄라구?"

  누군가 안방 마작판에서 하는 소리를 거실 마작판에서도 듣고 두방에서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이러지들 말게, 그 사람 혹시 호주머니에 가지고 온 돈이 없었을수도 있지 않나."

  "그럼 사내답게 후에 준다고 말하던지..."

  "아니면 아예 꺼내지도 말던지..."

  "인제 보니 저런 사람이니까 대학까지 나왔다는게 문화관에서 겨우 부관장자리밖에 못 얻었겠군."

  "그래도 저 사람 소설은 잘 쓰지 않나."

  "소설? 소설 써서 돈을 얼마 버는데? 듣자니 낑낑 갑자르며 글을 천자 쓰면 원고료 20원을 준다는가?!"

  "뭐? 이백원도 아니고 이십원? 핫하하...그러니까 요즈음 설대목에 머리를 동이고 글 2500자를 써서 세배돈 오십원을 만들었다 그말인가."

  "그건 그렇고 지금 소설인지 대설인지 그런걸 보는 사람도 있나?"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더니 허허,저 친구 인제보니 저렇게 그릇이 작은 사람이였군."

  여기 저기서 작가를 두고 하는 소리다.

  그런데 거실의 소파밑엔 작가가 나갈때 몰래 숨겨 놓고간 소형 록음기가 기침소리, 방귀소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들리는 그대로 록음하고 있다는건 사람들은 감감 모르고 있었다.



  노란 머리수건



  꽃이 피고 나비가 찾아드는 도시의 공원이다.

  한 할머니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타는 어린애의 손을 잡고 마주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신지?... 우리를 아슈?"

  "아니 몰라요."

  "그런데 왜 그렇게 웃어유?"

  "호- 반가워서요. 어쩜 이 애 머리에 쓴 노란 수건이 우리 딸기 수건하고 꼭 같네요... 이앤 할머니 손년가요?"

  "외손녀래유"

  "호, 저의 딸기도 녀자애래요. 얘야, 너 이름이 뭐지?"

  "앵이!"

  "나이는?"

  "한살 반!"

  두눈이 초롱초롱한 어린애는 아주 야무졌다.

  "호호 귀여워라, 제가 앵이의 볼에다 뽀뽀를 해도 될가요?"

  할머니는 금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나는 젖내 나는 앵이의 볼에다 살짝 입술을 가져다 대였다. 그리고는 앵이를 냉큼 들어 품에 안았다.

  "앵이 어떤 놀이감 좋아하지? 이모 오늘 앵이한테 선물 하나 해주고싶은데..."

  앵이를 보자 가슴이 이상하게 설레인다. 반년만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나비야! 이모 나비!"

  어린애는 고사리같은 손을 펴며 머리우로 나풀나풀 날아가는 나비를 가리켰다. 앵이의 머리수건과 꼭 같은 노랑나비였다.

  "그래, 우리 저 노랑나비 잡아볼가..."

  나는 앵이를 안고 그 나비를 잡는다고 뛰여다녔다. 그러다가 얼핏 머리를 돌려 할머니를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로인은 지금 땅에 두 무릎을 꾸린채 우리를 향해 두팔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로인은 나를 당신의 외손녀를 랍치해 도망가는 나쁜년으로 착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가 내가 앵이를 안고 급히 할머니 곁으로 다가가니 너무 놀라서 얼굴이 백지장이 된 할머니는 두눈을 감은채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후줄후줄 떨고있었다.

  나는 얼른 할머니를 품에 안고 손으로 인중을 눌러주었다. 조금 지나니 할머니는 목에 막혔던 숨을 후- 하고 내쉬였다. 할머니는 눈을 떴다. 그는 웬일인지 몰라 당신의 옷자락만 쥐여당기는 외손녀를 와락 품에 껴안았다.

  "할머닌 저를 나쁜 녀자로 오해했나봐요. 그랬다면 정말 죄송해요."

  할머닌 싸늘한 눈길로 내몸을 참빗질했다.

  "그런데 왜 내 손녀를 안고 도망간거유?"

  "호호 앵이 같이 나비를 쫓아다녔어요."

  "자넨 우리를 모른다면서 왜 애한테 그렇게 찹찹한거유?"

  "저의 딸애 딸기가 생각나서요. 우리 딸기는 열다섯달하고 열하루 되였댔어요. 잃어버리는 날, 걔도 딱 얘처럼... 얘처럼, 제가 머리에... 새노란 수건을 둘러주었거든요."

  나는 목이 메였다.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세상에... 난 그런줄도 모르고..."

  할머니는 두손으로 내 팔을 덥석 잡았다.

  "그래 댁은 집이 어디에 있수?"

  "여기서 한 삼천리 떨어진 곳에 있어요."

  "어우- 그럼 애를 찾으려고 이 멀리까지..."

  할머니도 가슴이 먹먹해 뒤말을 잊지 못한다.

  "앵이야, 이 불쌍한 이모 목을 한번 꼭 안아주렴."

  로인은 귀여운 외손녀를 나의 품으로 떠밀었다.



  장가 잘가는 달수



  소꿉친구 달수는 련애도 요란스레 했다.

  열일곱살적부터 달수는 아래마을에 사는 어금이란 녀자애와 둘이서 물고 빨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어금이네 집으로 인사하러 갔던 달수는 호랑이같은 어금이 아버지가 던지는 박달나무재털이에 이마를 얻어맞아 한때는 머리에 흰붕대를 둘둘 동여매고 다녔다.

  "임마 두고 봐! 난 죽어도 어금이와 살거야..."

  달수가 나보고 하는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가 얼마후 달수와 어금이는 같이 죽는다고 둘이서 쥐약을 퍼 먹고 느러진걸 사람들이 급히 병원으로 호송하여 요행 살려냈다.

  "임마, 이제부턴 형님앞에서 까불지마, 넌 아직 애고 난 어른이야!"

  하긴 달수가 결혼식을 올릴때 나는 책가방을 멘 고중학생이였으니까.

  내가 장가를 갈때 달수는 벌써 학교다니는 딸이 있었다.

  "임마, 장가 늦게 갈바하곤 한 십년 더 참지 그래, 그러면 내가 너의 장인이 될수도 있잖아..." 결혼식날 달수가 신랑인 내 가슴에 주먹을 날리며 하는 소리였다.

  그러던 녀석의 입에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에-씨, 리혼해야겠다!"

  "무슨 소리야?"

  내가 놀랐다.

  "리유가 뭔데?"

  "녀편네가 밤 12시만 되면 뽀르르 무도장으로 달려가는거야."

  "그래?...그건 좀 심각한 문제구나, 그런데 무도장에 가서 도대체 누구하고 어쩌는지 너 똑똑히 알어?"

  "어쩌긴 뭘 어째, 무도장에 찾아와선 무조건 내 멱살을 잡는거지."

  "이런... 그럼 네가 바람났다는 소리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가 얼마 지나자 달수는 어떤 젊은녀자를 배가 불룩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달수를 우연히 만났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금이와 죽네 사네 하며 쥐약까지 먹던 네가 그래도 되는거냐?"

  "쯧쯧 못난 녀석!"

  달수는 내 말을 듣기는 커녕 조금 불룩이 나온 내 배를 툭툭 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임마, 사내녀석이라는게 제 배만 불룩하게 만들줄밖에 몰라 어쩌냐, 이 형님처럼 남의 배를 커지게 하는 재간도 좀 배워야지."

  달수는 그후에도 장가를 세번이나 갔다. 새 장가를 갈적마다 나한테는 우쭐댔다.

  "임마, 너는 아직도 그 녀자와 사냐?"

  달수는 나만 만나면 첫 인사가 이랬다.



  너편 내편



  한 로인이 너댓살나는 손주를 데리고 아파트 길건너에 있는 슈퍼로 들어간다.

  손주는 슈퍼에 들어서자 물만난 고기처럼 좋아서 깡충깡충 뛴다. 어느사이 손에는 초콜릿사탕이 두개나 들려있다.

  "훈이 그 사탕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놔!"

  로인이 깜짝 놀란다. 언제 왔는지 손주의 애비인 아들녀석도 슈퍼에 있을줄이야!

  "훈이야! 어서 가져다 놓으라는데?"

  아들은 무섭게 눈을 부라린다. 그러자 손주는 얼른 달려와 할아버지 뒤에 몸을 숨긴다.

  "야, 애가 놀라지 않냐, 좀 조용조용 말하면 안되냐?"

  "아니, 저 녀석 사탕을 밥먹듯 하니깐 그러죠."

  "그만놔둬라, 그 사탕 내가 먹으마!"

  "아버지도 참, 그렇게 애 편만 서서 감싸고 도니 점점 애가 더하죠. 어쩜 옛날에 신문사 기자라는 분이..."

  "신문사 기자라는 분이 어떻단 말이냐? 임마! 너도 내 립장이 돼봐라."

  "아버지 립장이 어떤데요?"

  "임마! 네 아들이 내 아들보다 더 귀여운데 내가 어찌 너편에 설수있냐?"

  로인이 버럭 성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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