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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불법자의 아침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5.22일 15:06
 (연길) 구호준

  학원에 들려 아침 출석 지문을 찍고나니 9시가 된다.

  철이는 총망히 지하철역으로 뛰여간다. 식당까지는 10시에 도착해야 하는데 대림에서 바로 지하철을 타도 신논현까지 가는데는 40분을 넘어야 하는것이다. 고속터미널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니 열시에 도착하기는 글렀을것이다.

  사장님이 매서운 눈총이 느껴지면서 아침 출석을 해야 하는 학원을 두고 두덜거린다. 기술교육인지 뭔지를 하는것으로 등록하고 한국에 나왔으니 무조건 학원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장기취업비자를 따낼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원이란 자체가 웃겨도 되게 웃기는 곳이다. 배워준다는것이 고작해야 화장실을 사용할 때면 남자화장실과 녀자화장실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거나 공부하는 기간에는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강의를 하다가도 자신이 소개하는 직장에서 일하면 사장님과 잘 아는 사이여서 야간취업도 가능하다는 모순된 강의나 하고 있으니 아까운 시간을 학원에서 죽치고 앉아있어야 할 리유도 없다.

  물론 학원에서 정말 웹디자인을 배워준다고 해도 철이는 학원에 앉아서 시간을 떼울수는 없을것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학원에서 숙소를 배치하여 무료주숙을 한다고 했지만 정작 학원들을 찾아다니니 6주에 학비가 한국돈 65만원인데 주숙까지 해결해주면 뭐가 남는가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그러니 6주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불법이라도 일을 해야 하는것이다.

  7호선이 들어온다. 아침 출근시간이라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철이는 아직 사람들이 다 내리기도 전에 비집고 지하철에 오른다. 발 놓을 자리도 없지만 차를 탔다는데서 한숨이 나온다. 숨이 꺽꺽 막혀오고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로 귀가 멍멍하다.

  이어폰을 귀에 걸었다. 소리를 최대한으로 높여 놓으니 주변의 소음들이 사라진다. 조급하던 마음이 다소 진정이 되자 철이는 느긋한 마음으로 창밖에 눈길을 던지려던 철이는 금방 다시 굳어져버렸다. 어깨 너머로 경찰 옷차림의 사내가 눈길을 끈것이다. 지하철을 타고있는것을 보아서 단속을 나온것이 아니라 출근이나 어디 출장길일수 있겠지만 경찰복장만 보면 무작정 긴장되고 손에 땀이 흐른다. 체류는 불법이 아니지만 출석체크만 하고 일한다는것은 이미 불법인것이다. 법률대로라면 그대로 잡혀서 돌아가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옮기고싶다. 하지만 뒤사람의 입김을 등으로 느끼고 있을만큼 사람들로 백사진을 이루고 있어 한발자국도 옮길수없다. 철이는 차라리 몸을 돌려버렸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다소 위안이 될것 같았지만 정작 돌아서니 마음이 더욱 불안하다. 경찰의 눈총이 등을 따갑게 지지고 있는것이다. 철이는 지하철 유리창에서 경찰의 모습을 찾아낸다. 경찰은 철이를 쳐다보고있다. 어쩌면 철이의 어깨 너머로 창밖을 쳐다보고 있을수도 있지만 철이는 자신의 뒤통수에 눈이 박혔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뛰여내려 도망치고싶지만 숨을 곳조차 없다.

  철이는 숨소리까지 죽이고 지하철이 어서 고속터미널에 도착하기만을 기도한다. 고속터미널에서 9호선을 갈아타야 하니 그 끈끈한 경찰의 시선을 벗어날수 있으니깐.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자 철이는 도망치듯 지하철에서 뛰여내린다. 9호선을 타는 환승구까지 지나니 경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소 안도의 숨을 쉬면서 9호선을 기다린다. 안내표시판에 급행렬차가 전역을 떠났다고 표시된다. 급행이면 그런대로 출근은 늦어지지 않을것이다.

  급행렬차가 요란한 소음을 동반하여 역에 들어선다. 하지만 9호선도 7호선과는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겨우 비집고 올랐을 때 저쯤에서 뛰여오는 경찰의 모습이 다시 눈길을 끈다. 다른 차칸에 올랐으면 하고 철이는 기도한다. 하지만 그런 철이를 조롱이라도 하듯 경찰은 철이가 탄 차칸에 뛰여오른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찰도 그 소리를 들을것 같아 손으로 잡고있지만 이미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더럽게 끈질긴 인연이라고 두덜거리지도 못한채 숨만 죽이고있다. 경찰 옆구리에 곤봉이 느껴진다. 총도 어딘가에 있을거고 수갑도 갖고있을것이다.

  차에서 내려서 조사라도 한다면 그대로 튀면 총을 쏠가? 불법으로 일하지 살인한것도 아닌데 총이야 쏘지 않겠지. 근데 도망이 가능할가? 잡혀서 돌아간다면 어찌하나?

  철이가 늦어도 일반렬차를 리용했을걸 하고 후회하는 사이에 어느새 9호선 종착역인 신논현에 도착한다.

  차가 서는 진동으로 경찰과 어깨가 부딛친다.

  “죄송합니다.”

  경찰은 철이의 눈을 쳐다본다. 철이는 어디에 눈길을 둬야 할지 모른다. 마침 차문이 열리자 철이는 그대로 차에서 뛰여내린다. 지하철역에서 뛰여다니는것은 한국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뛰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으니깐. 한참을 뛰다가 흘낏 뒤를 돌아보니 경찰이 뒤에서 뛰여오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재수가 옴 붙었나보다. 차에서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철이가 불법으로 일 한다는것을 이제야 알고 쫓아오나보다.

  철이는 못본척하고 그대로 뛴다. 흘낏 뒤를 보니 경찰도 사람들 틈을 헤치고 부지런히 뒤쫓아오고 있다. 다행이도 철이는 제일 앞에서 뛰고있고 경찰은 사람의 숲을 헤치고 있으니 금방 잡히지는 않을것이다.

  카드를 찍는 곳이 앞을 막는다. 카드만 찍고 밖으로 뛰여나가면 출구가 많으니 철이를 잡는데는 쉽지 않을것이다. 아니면 어느 화장실에 잠간 몸을 피해도 되고. 카드를 찍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니 지갑이 보이지 않는다. 가방을 뒤집지만 역시 지갑이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뛰여 넘으려는데 앞으로 역 승무원 두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카드를 찍지 않고 뛰여넘으면 그대로 길이 막힐것이다. 마음이 조급한데 지갑은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철이의 뒤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뒤로 돌아서니 경찰이 땀투성이 되여 뒤에 서있다. 철이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눈을 내리 깐다. 경찰봉이 눈앞에서 흔들린다.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이것을 떨어뜨렸기에…”

  경찰은 손을 내민다. 손에는 철이의 지갑이 들려있다.

  “출근 늦어서 급히 서두르시는것 같던데요.”

  “아, 네.”

  철이는 어정쩡 서있는다.

  “늦으셨으면 얼른 가보셔야지요.”

  철이는 지갑을 받아든다.

  “네.”

  카드를 찍고 지하철역을 나서는 철이의 뒤로 경찰의 말소리가 달려온다.

  “그렇게 급히 다니지 마시고 조금씩 일찍 출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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