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하려는 중국인들에게 ‘홍바오(紅包·붉은 봉투)’는 이제 필수다. 당국이 추가로 운전학원 인가를 내주지 않아 학원 수가 수험생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면허증을 따려는 수험생들이 최단시간 합격을 대가로 시험감독관에게 뇌물을 건네는 것이다.
16일 중시전자보(中時電子報)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광둥(廣東) 성 잔장(湛江) 시 공안국 차량관리소 시험감독관 39명이 상습적으로 수험생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최근 법정에 섰다.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수험생들에게 2100만위안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험생들들은 기능시험에 100위안, 도로주행에 300위안가량을 뇌물로 운전학원에 상납한다. 운전학원이나 강사들은 학원비와는 별도로 돈을 받은 뒤, 이를 시험감독관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학원이 수험생과 시험감독관을 잇는 부패사슬 연결고리가 된 거나 마찬가지다.
수험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홍바오를 내는 것은 그들이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시험 응시 순서가 뒤로 미뤄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시험 순서가 밀리면 수강비용을 더 낼 수밖에 없다. 상하이에서 ‘보통 C1 면허증’을 취득하는 데 한 사람당 1만위안 내외의 수강비가 필요하다. 제법 규모가 큰 운전학원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속성반과 비슷한 ‘쾌속 VIP반’도 운영하는데 이 과정을 수료하려면 1만2500위안의 수강비가 든다.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제외한 중소도시의 운전면허학원도 최소 수강비가 3300위안 정도다. 추가로 학원비가 드는 걸 막으려 뇌물을 바치는 셈이다.
시험장에 만연하는 부정수법도 갖가지다. 감독관이 답안을 지도하거나, 현장 감시카메라를 끄는 일이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거짓 보고한 뒤, 수험생들이 재시험을 치르도록 해 면허증 취득을 유도한다.
현지매체들은 “운전학원은 합격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운전학원도 시험감독관 앞에서 ‘을’이 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공안부가 소형차의 경우 운전학원에 등록하지 않고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올해 안으로 도입하겠다며 나섰다. 그러나 시험감독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뇌물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