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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시각에서 본 조선족과 한국인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5.07일 09:17
작성자: 안성호

(흑룡강신문=하얼빈) 조선족사회가 한국사회와 교류하기 시작하여서도 이젠 3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1980년대의 동포애에 휩싸인 감동으로부터 가짜 한약재로 인한 불신, 그리고 뒤이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서로간의 불신과 저촉적인 감정은 1990년대 후반기에 고조를 이루게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호간의 이해가 깊어지고 상호간의 신뢰와 교류만이 두 사회의 양호한 발전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 이는 또한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가 함께 노력하여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형사사건은 다시 한번 조선족사회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다. 중국에서 모범민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조선족사회가 왜 한국사회에서 늘 마이너스적인 이미지를 굳히고 있을까? 조선족에게 있어서 한국은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아직도 융합되기 어려운 거리가 있는 존재이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어디선가 거리감과 차이를 느끼는 것은 왜서일까?

  문화적 측면으로 볼 때 우리는 분명 전통문화의 기초를 공유하고 있고 같은 민족이다. 김치, 된장 등 음식문화뿐만 아니라 예의범절, 연중행사, 언어문자 등 거의 모든 기초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무형의 두꺼운 장벽이 있고 이로 인하여 조선족사회가 늘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있다.

  조선족 사회의 정체성 혼란은 나(조선족)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으므로 기인된 현상이며 중국과 한국이라는 두 국민국가의 사이에 끼어 사는 월경민족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를 이해하려면 국민국가라는 근대국가모식과 이러한 맥락에서의 “우리”와 “타자”의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국가라는 개념은 유럽에서 기원하였으며 국민의 동질성과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중요시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최초로 유럽의 국민국가 이념을 도입하였으며 한 개 나라, 한 개 민족이라는 이념으로 국민국가 건설을 추진하였다. 일본은 단일민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이므로 일본=일본인=대화민족이라는 국민성과 민족성이 고도로 일치되는 국민국가의 길을 걸어왔다. 국민국가의 건설은 국민의 동질성을 강요하지만 이러한 동질성을 수립하기 위하여서는 “우리”와 구별되는(혹은 대조되는) “타자”(他者)가 필요하였다. 즉 “우리”라는 동질성을 가진 국민을 만들기에는 이와 구별할 수 있는 “타자”가 있어야 하였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북방의 아이누족, 오키나와사람들, 그리고 재일교포들이 야마토 민족과는 구별되는 “타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한국은 제2차세계대전이후 반일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하에 한국=한국인=한민족이라는 국민국가의 길을 걸어왔다. 즉 한민족과 한국인 한국국민이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정치적 수요에 맞추어 국악, 국어 등 개념을 창출하였고 국민들의 동질성과 배타적인 문화체제를 수립하여 왔다. 국민들의 동질성을 수립하기 위하여서는 “우리”와 구별되는 “타자”가 필요하다. 한민족이 절대 다수인 한국에서 화교가 이러한 “타자”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여 볼 때 “타자”가 양적으로 너무 부족하였으므로 내부에서도 계층에 따른 “타자”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우리”와 “타자”의 구별은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외국인이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타자”로 분류되었다.

  중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다민족국가로서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근대 국민국가이념이 양계초 등에 의하여 도입된 후 다민족 국가라는 현실에서 중화민족이라는 상상의 민족공동체가 구상되었다. 중화민족아래에 56개 민족을 둠으로써 중국=중화민족=중국인이라는 국민문화를 형성하여 가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적 요인으로 인하여 중국문화는 역사적으로 배타성보다는 포용력이 강하였고 보다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문화였다. “우리”와 “타자”의 시각에서 보면 중화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로서 개개인과의 관계가 밀접하지는 않았다. 다민족적인 배경으로 인하여 민족을 통한 “우리”와 “타자”의 구별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타자”의 구별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이루어 졌다.

  조선족의 경우, 주로 조선족 마을에서 생활하였고 주변에 한족 만족, 몽고족 등 여러 민족들과 어울려 살았으므로 “우리”는 조선족 자체였고 “타자”는 주변의 기타 민족이었다. 1980년대까지 조선족사회에서 조선족보다 조선사람이라는 말이 더욱 일반적이었다. 조선사람은 조선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융합력이 강한 중국에서 민족의 얼을 보전할 수 있는 중요한 전제였다. 조선족사회는 중국에서 살아나가면서 늘 “타자”를 의식하면서 생활하였다. 조선족마을들은 기타 민족 마을들 보다 깨끗하다. 이는 조선족마을들이 “타자”인 기타 민족 마을들과 구별하는 선명한 특징의 하나로 되었다. 백의민족으로서 예로부터 위생습관을 잘 지켜왔다는 해석도 되지만 “우리”와 “타자”의 시각으로 볼 때 “타자”와 구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마을 내부에서조차 어느 집의 솥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가 비기는 습관은 이러한 타자의식의 내부침투라고 볼 수 있다. 노래와 춤은 동북에서 조선족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매김되었고 이를 통하여 “타자”인 기타 민족과 구별하고 조선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타자”의 시각은 교육열정 징구량 초과납부 농토건설, 마을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모두 엿볼 수 있다. 조선족사회 내부에서가 아니라 늘 한족 등 기타 민족과의 비교를 통하여 조선족으로서의 동질성과 자호감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와 “타자”의 구별은 다민족국가 중국이라는 맥락에서 진행되었다. “우리”와 “타자”가 공존하면서 이를 통합하는 형식으로 중화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조선족사회도 이 과정에 중국 국민국가의 건설에 동조하게 되었고 조선사람으로부터 조선족으로의 호칭전환과 국민정체성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조선족의 “우리”와 “타자” 의식이 힘없이 무너지게 되었다. 조선족에게 있어서 “타자”는 중국의 기타 민족이었고 한반도의 주민들은 똑 같은 “우리”였다. 하지만 조선족사회는 이미 중국의 국민국가건설과정에 중화민족의 일원으로서의 조선족, 즉 중국의 국민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게 되었다. 한민족이면서도 중국국민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한국인들도 한민족=한국인이라는 동질적 국민의식을 확립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엽부터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가 40년 분단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서로 같은 “우리”라는 동포애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서로가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내용은 이미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중국을 우리 나라라고 하는 조선족들의 인식은 충격이었고 조선족은 같은 “우리”이니 한국인이니 아닌가 고 반문하게 되었다. 조선족 사회 또한 같은 “우리”라고 확신하였던 한국인들과 교류하면서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를 감수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초기의 교류에서 조선족들이 느끼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조선족사회의 농경문화배경과 한국의 산업문화배경으로 인한 차이에서 기인되는 부분이 많다. 또한 같은 민족기초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두 국민국가 문화간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서로가 상대방을 “우리”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아닌 “타자”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로 인한 실망과 배신감이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사이의 수많은 모순과 불신을 초래하게 하였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조선족은 중국인 즉 “타자”이면서도 재외동포라는 이중적인 인식이 병존하고 있다. 즉 재외동포로서 포용하면서도 때로는 외국인 즉 “타자”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이는 재한 조선족사회가 20여년간 한국에서 점차 정착하면서도 친하면서도 소외감을 느끼고 뛰어 넘을 수 없는 무형의 장벽을 감지하는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기타 외국인에 비하여 완전히 “타자”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와 “타자” 사이에 위치하는 동포로서 경우에 따라 완전히 “우리”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주류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한 조선족엘리트계층도 이미 많이 성장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어느 정도 “우리”로 융합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한민족으로서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한민족이라는 “우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시대의 발전흐름에 맞는 것이며 조선족과 한국사회의 발전에 서로 유익하다.

  조선족사회의 정체성 혼란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기원하였다. 여태껏 간직하여 왔던 “우리”라는 동질감이 한국과의 교류가운데서 힘없이 무너져버리게 되었다. 한국인과 조선족이 같은 “우리”가 아니라 “타자”로 인식되었을 때 “우리”와 “타자”를 구별할 수 있는 수단이 결여되었던 것이다. 즉 지금까지 한족 등 타민족과의 “타자” 구별에서 활용되었던 언어 예의범절 생활습관 등 수단들이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고 중국과 한국의 직접적 교류가 증가하는 가운데 조선족으로서의 존재감조차 무력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즉 조선족이란 누구인가라는 “우리”를 확정할 수 없음으로 인한 고민이었다. 사실 조선족, 조선족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선족문화가 동아시아라는 거대한 무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면서 형성되었고 지금도 새로운 문화적 요소를 끊임없이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민족문화를 기반으로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 그리고 현대한국문화요소들을 융합하면서 글로벌시대의 발전에 걸맞은 복합적 문화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이래 서구에서 유입된 국민국가 민족이란 개념이 “우리”와 “타자”를 구별하면서 조선족과 한국인은 같은 “우리”이면서도 외국인으로서의 “타자”라는 모순된 사이가 되었다. 글로벌시대는 문화의 다양성과 상호문화에 대한 포용과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 지나친 “타자”의식은 서로간의 교류와 발전을 가로막는 거침목이 되고 있다. 상호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하면서 보다 열린 자세로 상대방을 포용하여야만 서로의 발전에 유리하다. 이제는 국민국가와 “타자”의식에서 벗어나 글로벌시대 발전에 걸맞은 보다 끈끈한 한민족네트워크를 구축 강화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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