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금지된 사랑이 중국에서 재연되고 있다.
20일 차이나데일리와 대하망 등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시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저우촌과 샤푸촌이 자리잡고 있다. 두 마을 사람들은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장사도 같이 하면서 화목하게 지낸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다. 결혼이다. 시저우촌의 쉬씨와 샤푸촌의 중씨 가문은 100년째 내려오는 이 전통을 어기면 재앙이 따른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악습에 불과하다.
쉬톈(가명)은 샤푸촌의 여자친구 중신(가명)과 중학교 때부터 함께 지내며 사랑을 싹틔웠고 지난해 결혼을 결심했다. 큰맘을 먹고 부모님께 “사실은 결혼할 여자가 샤푸촌 사람”이라고 솔직히 말하고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쉬톈은 “왜 조상의 은원(恩怨)을 우리가 이어받아야 하느냐”며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1년 동안 여러 차례 헤어질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혼까지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중국에는 시저우와 샤푸 같은 마을이 한두 개가 아니다. 푸젠성 진장시의 마을 8곳은 오랜 결혼 금지 전통을 이어오다 지난해가 돼서야 마을끼리 ‘화해’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중국에서는 농지를 놓고 마을끼리 원수가 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논에 댈 물길이 문제였다. 하지만 신중국 건설 이후 농지개혁으로 이 같은 문제는 거의 풀렸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결혼 금지 같은 ‘미신’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광둥성의 민속학자 판젠밍은 “뿌리 깊은 전통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부모 세대를 차근차근 설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