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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을 때마다 간절했던 장국생각…결국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5.25일 10:14
전통된장에 인생을 건 38세 조선족젊은이



메주콩을 옮기는 어머니와 콩맛을 보는 아들 리성호(오른쪽)

《일하고 밤늦게 귀가하면 먹기도 지긋지긋한 라면을 울며 겨자먹기로 먹어야 했지요. 하루도 아니고 매일 그러루한 일상을 보내다보니 저도 모르게 어머님이 끓여주던 구수한 장국생각이 간절해지더군요.》

고향을 떠나 외지생활을 하면서 밥대신 라면을 먹어야 하는 처지의 조선족이라면 누구나 떠올릴만한 생각이다. 산동반도에 위치한 개방도시 위해에서 10여년간 연변의 《고려촌》, 《된장술》과 같은 동북의 술을 도매하던 리성호씨(38세)는 슈퍼에서 아무때나 사먹을수있는 라면을 먹으면서 우리의 전통장국도 라면처럼 쉽게 사먹을수 없을가하는 생각을 했다.

(장국을 끓일만한 량의 된장과 장국에 들어가는 시라지, 묵은지나 감자 그리고 갈비나 돼지고기를 진공포장하면 되지 않을가) 리성호씨는 밤잠을 이룰수 없었다. 자기처럼 외지에 나와 장국을 먹고 싶어도 먹을수 없는 사람이 어찌 한둘이랴, 또 요즘세월에 연길과 같은 도시에 살고있는 젊은이들도 부모와 같이 생활하지 않으면 장국을 끓여 먹기가 힘들것이다….

안도고중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 제대후 안도공안국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에 직을 버리고 하해한 리성호씨는 내밀성이 있는 젊은이였다. 포장장국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그는 즉각 하던 일을 정리하고 한국과 일본에 가서 라면제조와 류통에 대해 고찰하였고 상해, 북경, 천진 등지를 돌면서 시장조사를 진행하였다. 어디가나 장국을 끓여먹을수있도록 생산한 장제품은 없었고 우리 전통맛을 살린 된장이나 오누이장을 상품화한 곳은 더구나 없었다.

2014년 봄, 고향 연변에 돌아온 리성호씨는 연변지역의 된장공장들을 방문하면서 제조방법, 류통수단 등을 조사하고 합작할 의향이 있는 공장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합작의향이 있는 공장이 나서면 설비나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설비가 구전하고 규모화한 공장은 아예 합작을 하려 하지 않았다.

된장 가공은 제품의 가장 중요한 고리이고 맛은 제품의 생명이라고 생각한 리성호씨는 첫단계부터 소홀히 할수 없다고 단정하고 직접 장공장을 앉히기로 결정하였다.

그는 안도현의 조선족촌들을 돌면서 로인회에서 가꾸는 콩밭에 화학비료를 치지 않는 전제하에서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콩을 구매할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공기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아 공장설계도를 그렸다.



집앞에는 두개의 양어장, 수십그루의 백양나무와 구수한 장냄새가 반겨맞는 미천향혜장공장.

그해 7월 그는 10여년간 모은 돈 60여만원을 투자하여 룡정시 로두구진 청송로(로두구중학교 서북쪽)에 위치한 10여무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도급맡고 공장건물을 일떠세웠다. 10월말에는 안도현에 가서 10만여근의 콩을 구매하여 창고에 저장하였다. 아들이 창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한국에 가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려왔고 위해에서 복장업을 하던 약혼녀도 친척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콩을 삶는 가마 8개를 앉히고 메주를 말리는 건조실의 온돌도 직접 책에서 본대로 가설하였다. 간장을 달이는 천근들이 큰 가마도 두개 걸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생각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땔나무가 문제였다. 석탄은 가까운 보흥탄광에 가면 싼 가격으로도 살수 있었지만 장맛에 영향을 준다는 어른들의 말에 포기했다. 가둑나무가 좋다고 하지만 법을 어기고 란벌할수는 없었고 대량으로 파는 사람도 없었다. 된장관련 책을 뒤져보니 복숭아나무나 오얏나무가 잡내를 없앤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가둑나무보다 더 귀한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를 어디가 구한단 말인가?

진퇴량난에 빠졌을 때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 근무하는 친구가 룡정에 빗공장이 있는데 주로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를 사용한다고 알려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룡정에 달려갔더니 빗공장에서는 옹이가 박히거나 휘여 재료로 쓸수 없는 나무들을 베여내 땔나무로 처리하고있었다. 값도 쌌다. 성호는 단숨에 4만원을 내고 일년치 땔나무를 계약하였다.



집마당에 진렬되여 있는 장독이 무척 정답다.

공장주변의 환경도 문제였다. 수년간 방치해두었던 땅이라 바람이 부는 날이면 먼지가 뽀얗게 일었고 장냄새가 진동하였다. 공장앞에 두개의 양어장을 앉히고 수백그루의 백양나무와 오얏나무를 옮겼다.

처음 하는 일이라 콩을 삼고 메주를 만드는데도 애로가 많았다. 평생 장을 담그어온 성호씨 어머니도 백여근씩 담그는 장에는 자신있었지만 수천수만근의 콩앞에서는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시험적으로 생산한 된장이 여러가지 원인으로 제맛을 내지 못해 7천여근의 콩을 버려야 했다. 온돌도 몇번 뜯어고쳤는지 모른다. 간장을 받는 채도 싸리나무, 참대 등으로 바뀌다가 나중에는 아무 냄새가 없고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유리강으로 대체되였다. …



《간장은 맛과 색상을 보면…》리성호씨는 이미 전문가로 되여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리성호씨는 제일 처음 만든 제품들이지만 된장, 간장, 고추장은 맛과 질, 위생면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있다고 장담한다.

《만리길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봐야지요.》 리성호씨는 그간의 고생을 돌이켜보면서 사람좋게 말한다. 그에 따르면 10만근의 콩이면 25만근의 된장과 7만근의 간장을 생산할수 있지만 단시일내에 식품판매허가를 받을수 없어 슈퍼에서는 팔수 없다고 한다. 현재 생산허가와 비포장제품 판매허가를 받은 리성호씨의 된장과 간장은 미천향혜(美天香惠)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룡정시경내에서 팔리고 있으며 친척친구들을 통하거나 소문을 듣고 공장에 와서 사가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라면처럼 장국을 아무 곳에서나 먹을수 있게 하겠다는 아이디 하나로 창업에 나선 리성호씨는 아직도 해나가야 할 일이 태산같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앞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꼭 아름다운 꿈을 실현할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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