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방송인 김구라가 10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한 막말 파동으로 출연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선언, 방송계가 술렁이고 있다.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인기를 모은 그가 출연중이던 방송 프로그램은 모두 8개. 이 가운데 OBS '김구라 문희준의 검색녀', ·JTBC '아이돌 시사회'는 봄 개편과 동시에 폐지가 결정된 상황이었지만 나머지 6개 프로그램은 당장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MBC '세바퀴', KBS 2TV '불후의 명곡2', SBS '붕어빵' 등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고정만 4개다.
이미 '불후의 명곡2'가 전현무 아나운서를 투입해 김구라 없이 첫 녹화를 마쳤고, '세바퀴'와 '붕어빵'은 김구라의 대체 MC 없이 방송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은 것은 '라디오스타'. 그러나 아직 '라디오스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김구라의 방송 하차로 '라디오스타'가 가장 큰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2007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라디오스타'는 '황금어장'의 변방에서 시작, '무릎팍도사'가 사라진 뒤에도 독특한 존재감과 생명력을 발휘하며 사랑받아 온 프로그램이다. 김구라의 독설가 이미지를 십분 활용, 점잖은 큰형님 김국진과 깐죽 대마왕 윤종신이 게스트들을 쥐락펴락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제 살길 찾는 MC들의 치고빠지는 말장난 속에 이어지는 송곳같은 질문과 솔직한 답변은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이다. 신정환의 하차 이후에는 슈퍼주니어 김희철, 규현이 호흡을 맞췄고, 최근에는 '뼈그맨' 유세윤이 합류해 흐름을 이어갔다.
개성만점 MC들의 찰떡같은 호흡이 빛을 발해 온 '라디오스타'인 만큼 원년 멤버 김구라의 공백은 프로그램의 호흡과 재미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김구라는 대중문화에 대한 잡학다식한 지식과 연예가 레이더를 바탕으로 한 주전 공격수였다.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던 저돌적 독설가가 빠진 '라디오스타'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평가다. 신정환 하차를 젊은 피 수혈로 넘어갔던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급기야 '라디오스타' 원년 멤버인 윤종신이 쓴 트윗을 보고 '라디오스타' 폐지가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까지 나돈다. 윤종신은 1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5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로서 다들 공개적인 언급을 피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 못내 아쉬워.. 이 새벽에 트윗합니다. 본인 다짐대로 자숙의 시간 잘 보내고.. 그동안 수고했고 고마웠다 '라디오스타'"라는 글을 남겼다. 김구라, 신정환과 함께 '라디오스타'의 원년 멤버였으나 홀로 남게 된 윤종신의 아쉬움이 짙게 배어나는 글이다.
MBC 노조 파업 등과 맞물려 '라디오스타'는 18일 녹화가 없다. 그 다음 녹화 일정 또한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현재 '라디오스타'의 폐지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이번 막말 문제로 김구라가 방송에서 하차하는 것이 옳고 그르냐는 논의에 앞서 김구라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대신할 MC나 개그맨이 현재로선 부재한 것이 사실"이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에는 분명하지만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연예인들만 호되게 일을 치른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파업과 총선으로 결방했던 '라디오스타'는 오는 18일 최민수 2편을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