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비언트가 3D프린터로 제작한 인조 코뿔소 뿔. 외형상으로는 실제 뿔과 분간하기 쉽지 않다.(펨비언트 제공)© 뉴스1
美 벤처 펨비언트, 코뿔소 DNA포함된 인조뿔 생산
"야생 뿔보다 성분 더 순수"…올 가을 맥주로 시장 노크
환경단체 "실제 뿔 호기심 부추기고 단속 어렵게 해" 우려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황금, 사자개, 섬 등과 함께 아프리카 코뿔소의 뿔이 중국의 부호들, 이른바 '왕서방'의 애장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늘어난 밀렵으로 인해 코뿔소의 멸종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이러한 왕서방의 기호를 노린 한 생명공학 벤처기업의 신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쿼츠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펨비언트(Pembient)'는 유전학적으로도, 성분상으로도 코뿔소 뿔과 완전히 동일한 인조 코뿔소 뿔을 제조하고 있다.
지난 1월 설립된 펨비언트가 만든 이 뿔은 인조이긴 하지만 코뿔소의 DNA를 함유하고 있다. 케라틴과 섬유 단백질로 된 가루를 원료로 3D 프린터를 통해 만들어 내는데 질감까지도 실제 코뿔소 뿔과 거의 똑같다.
매튜 마커스 펨비언트 최고경영자(CEO)는 "실제 코뿔소 뿔의 8분의 1 가격으로 인조 뿔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뿔 형태 뿐 아니라 가루로도 제조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펨비언트가 인조 뿔을 활용해 출시하고자 준비 중인 제품은 뿔 자체 보다는 이를 사용해 만든 2차 제품이다.
로션, 음료수, 한약 등 여러 가지 제품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 중 오는 가을께 처음으로 출시되는 것은 맥주이다.
이를 위해 현재 중국 베이징의 한 대형 맥주 회사과 계약을 맺고 코뿔소 뿔 맥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펨비언트가 이 같은 합성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함께 노리는 효과는 암시장의 축소이다.
코뿔소 뿔은 국제협약에 따라 상업 거래가 금지된 품목이다.
그러나 암 치료제나 마약, 숙취해소제 등 약재로 사용하려는 이들과 부 과시용, 선물용, 뇌물용 등의 용도로 사용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를 밀매하는 거대한 암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암시장의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2조34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거래 가격은 무려 1㎏ 당 6만 달러(약 6700만원)에 이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베트남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7년 동안 숨진 코뿔소 수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에서만 무려 1215마리나 숨졌다.
마커스 CEO는 합성 코뿔소 뿔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현재 불법 유통되고 있는 야생 뿔 수요가 10~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베트남에서 480명에게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뿔을 사용하겠다고 답한 반면 물소 뿔로 대체하겠다는 응답은 1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커스 CEO는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뿔은 오히려 야생 뿔보다 더 순수한 성분을 지니고 있다. 현재의 코뿔소들은 각종 살충제에 오염됐기 때문에 과거의 코뿔소들과 상태가 다르다"며 오히려 합성 뿔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뿔소 뿔의 암거래가 완전히 뿌리 뽑히진 않겠지만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믿을만한 서양 브랜드를 소개해 나가기 시작한다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향후 코끼리 상아와 호랑이 뼈 등도 생산해 암시장을 줄여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펨비언트의 이 같은 인조 뿔 생산이 오히려 실제 뿔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뿔소 보호단체 '국제코뿔소재단(IRF)'의 수지 엘리스 사무총장은 "인조 뿔 제조사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약효가 실제로 코뿔소 뿔에 들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인조 뿔의 판매는 실제 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수요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관리 당국이 실제 뿔과 인조 뿔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이다"라며 "특히 가루나 (맥주 등과 같이) 이를 활용한 제품 형태로 된 제품의 경우 이를 알아내기란 더욱 어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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