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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꼬리 잃은 새끼코끼리, 아프리카의 비극

[기타] | 발행시간: 2015.06.14일 08:56

■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 코로 받는 코끼리 아저씨'

한국인에게도 매우 친근한 동물이죠. 사실 우리나라에선 동물원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동물인데도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육상 동물인 코끼리는 아프리카와 인도 코끼리로 나뉘는데, 아프리카 코끼리가 더 크고 사납기로 유명합니다. 그 육중한 몸집만큼이나 많이 먹어서 하루에 4분의 3은 먹는 데 보내고, 가장 늙은 코끼리를 우두머리 삼아 무리 생활을 하는 매우 똑똑한 동물입니다.

먼 땅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코끼리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케냐에서도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고'로 불리는 곳, 짜보 국립공원이었는데요. 여의도 면적의 2천 배, 케냐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넓다는 짜보 국립공원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8시간 거리에 있었습니다. 수도를 벗어나서는 비포장도로도 꽤 지났으니 실제론 10시간은 족히 걸린 듯합니다. 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짜보 국립공원 내에 있는 '루모' 야생보호구역에 들어서자 차 속에서 보낸 지난 10시간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코끼리를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사파리 차량을 타고 공원을 둘러보던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10여 마리의 코끼리들이었습니다. 우선 우두머리로 보이는 두 코끼리가 눈에 띄었고, 그보다 작은 코끼리들이 말없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멀리 보이던 코끼리 무리가 차량 10여 미터까지 접근했다 다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이후 코끼리는 물론 사자와 버펄로 등 이른바 케냐 야생동물의 '빅 5' 가운데 코뿔소와 표범을 제외한 나머지 '빅 3'를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짜보 국립공원.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 평균 수명 70년, 코끼리 아저씨의 최후

단속대원 '엘비스'의 안내를 따라 우리가 향한 곳은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였습니다. 이곳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그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코를 찌를 듯한 고얀 냄새 때문이죠. 나무 아래에서 우리를 반기던 건 죽은 지 두 달 정도 돼 보이는 코끼리 사체였습니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살점은 다 썩어 문드러졌고, 가죽 위론 갈비뼈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심지어 왼쪽 앞발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던 짜보 공원에서 맞닥뜨린 충격적인 현실이었습니다.

두 달 전, 짜보 공원을 돌아다니던 코끼리는 올무가 설치된 나무 밑을 지나게 됩니다. 코끼리는 철사에 만든 올무에 다리가 꽉 끼인 채 두세 달을 걸어 다녔지만, 상처를 입은 왼쪽 다리가 조금씩 썩기 시작했습니다. 잘 걸을 수 없게 된 코끼리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서서히 굶주리다 나무 밑에서 목숨을 거뒀습니다. 엘비스는 당시 코끼리가 다리 세 개로만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주변에 달라붙은 파리를 제대로 쫓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평균 수명 70년, 사람만큼 오래 산다는 코끼리 아저씨의 최후는 그렇게 비참했습니다.



엘비스를 따라 공원 귀퉁이에 있는 한 창고로 향했습니다. 창고에는 철사로 만든 올무가 수북했습니다. 크기는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모두 튼튼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밀렵꾼들이 나무에 설치해놓은 올무를 단속대원들이 거둬온 겁니다. 밀렵꾼들은 나무 밑에 울타리를 길게 쳐놓고 올무를 매어놓은 뒤, 그 밑엔 소금을 뿌려놓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은 소금 냄새를 맡고 그 위를 지나는데, 올무에 한 번 걸리면 몸부림칠수록 올무가 더 조여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목격한 바로 그 코끼리처럼 말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무리를 지어 사는 코끼리의 죽음은 단 한 마리 코끼리의 죽음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 제 이름은 엘레마야, 꼬리를 잃은 새끼 코끼리예요

케냐 수도의 이름을 그대로 딴 나이로비 국립공원. 짜보 공원만큼 넓진 않지만, 케냐가 자랑하는 멋진 국립공원 가운데 하납니다. 운이 좋다면 짜보 공원 못지 않게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이로비 국립공원 한쪽엔 코끼리를 위한 특별한 보호소가 있는데, 이른바 '코끼리 고아원'입니다.

1977년,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셸드릭이 설립한 코끼리 고아원은 밀렵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 코끼리를 데려다 보호하고 있습니다. 야생에 홀로 남겨진 2살 이하의 새끼 코끼리가 대상인데, 코끼리 고아원에서 3년, 그리고 짜보 공원에서 5년 해서 최대 8년 동안 보호를 받게 됩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5월을 기준으로 이곳에선 모두 27마리의 코끼리를 보살피고 있었는데요. 보호소 직원 '에드윈'은 코끼리의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며 그 코끼리가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오게 됐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3살짜리 코끼리 '바스링가'는 '삼부루'란 지역에서 총에 맞아 상처를 입은 엄마 코끼리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덧나 엄마는 곧 죽었고 바스링가 혼자 이곳에 남게 됐습니다. 바스링가의 사연도 안타까웠지만, 우리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코끼리는 15개월짜리 '엘레마야'였습니다. 엘레마야는 케냐 관광지로도 유명한 '마사이 마라'에서 하이에나 무리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하이에나들은 부모를 잃고 야생에 혼자 남겨진 새끼 코끼리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엘레마야는 그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었고, 결국 꼬리를 잃은 뒤에야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밀렵꾼에게 부모를 잃은 것도 모자라 평생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엘레마야. 이제 갓 돌을 넘은 이 새끼 코끼리는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요?

■ ‘부의 상징’ 코끼리 상아…그 뒤에 숨겨진 비극

지난 3월, 나이로비 국립공원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케냐 정부가 밀렵꾼에 압수한 코끼리 상아 15톤을 불태우는 '상아 소각식'을 열어 밀렵 근절 의지를 과시한 겁니다. 코끼리 상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에서 값비싼 귀중품으로 여겨집니다. 사람들은 코끼리 상아를 깎아서 그릇이나 공예품을 만들고, 아예 거대한 상아를 통째로 집 안에 장식해두기도 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밀렵을 반대하는 사람이 가장 분노하는 부분입니다. 코끼리 상아가 없어도 인간이 생존하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지 않냐는 겁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 코끼리 상아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때문에 일부 코끼리가 불가피하게 희생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상아 가격은 점점 올라서 1㎏에 2천백 달러, 우리 돈 2백만을 웃돕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상아 중에는 100㎏을 넘어서는 것도 있습니다. 엄청난 금액입니다. 밀렵이 줄기는커녕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밀렵은 더 전문적이고 잔인해졌습니다. 창과 화살을 쓰던 것에서 이제는 총 한 자루면 5분도 안 돼 코끼리 가족을 몰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위기를 느낀 케냐 정부가 관련 법을 제정해 밀렵에 대한 벌금을 5백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높이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합니다.

해마다 전체 코끼리의 5%에 해당하는 숫자의 코끼리가 태어나면 밀렵으로 숨지는 코끼리는 7%에 달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100년 안에 지구 상에서 살아있는 코끼리를 영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자를 주면 코로 받는' 코끼리 아저씨는 용이나 뿔 달린 유니콘처럼 정말 동요에만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로 남을 수 있단 얘깁니다.

KBS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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