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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템플스테이 "산과 바다의 향기에 젖어"

[온바오] | 발행시간: 2015.07.04일 19:52
남도의 끝자락, 산과 바다의 향기에 젖어 보다...



2015년 6월 26일 오후부터 6월 28일 아침까지, 강진 萬德山 白蓮寺에서 템플 스테이를 감행(?)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마음속의 희망 하나를 실현 한 것이다.

마음이 개운하고 즐겁기 짝이 없다.

불과 3일간의 템플 스테이가 나를 어떻게 변모시키고, 마음속의 고민과 번뇌를 털어 냈다고 하는 것은 논외로 치고, 언제 어느 때부터 인가 산행을 하면서, 산속에 묻혀 있는 조용한 산사를 기웃거리면서, 이곳에서 단 며칠간이라도 머물러 봤으면 하는 생각을 수 차례 하였지만, 막상 실행하지는 못했던 숙제였다.

특히 이곳 강진 만덕산 백련사는 고향의 언저리로서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의 봄, 가을 소풍 중 최소 한번은 이곳에 다녀 오곤 하였다. 즉 9년 기간 동안 최소 9번은 다녀온 셈이다. 따라서 이번 템플 스테이는 추억 여행의 한 자락인 셈이다. 어렸을 적 소풍은 설레고 벅찬 하루였다. 소풍 가기 전 1주일 전부터, 무슨 옷을 입을 것인가? 어머니는 과연 무슨 반찬을 싸 줄 것인가? 최소한 삶은 계란과 사과는 몇 개 정도 담아 줄 것인가? 그리고 용돈은 얼마 정도? 아니다 최대의 관심인 날씨는? 카메라가 보급되는 어느 시점부터인가 동네 친구들 중 한 명은 면내의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 지참하였고, 예쁘게 차려 입은 소풍 복장에 한껏 고무된 모습으로 개나리, 진달래, 동백꽃을 배경으로 찍은 어색한 표정의 빛 바랜 사진은 지금도 아스라한 옛 시절의 추억을 불러 오곤 하던 곳이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 인가, 산사 주변의 경치 보다는 백련사에 묵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오게 되었고, 과연 스님들은 이 적막한 곳에서 무슨 재미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리고 어느 때부터는 "나도 한번 조용한 산사에서 밤을 세워 보고 싶다" 라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광주테크노파크 행사에 참석하면서, 아예 북경에서 인터넷으로 "휴식형 템플스테이" 3일간을 신청하였다.



6월 26일 금요일 오후 3시 반경에 萬德山 白蓮寺에 도착하였다.

강진 읍내에서 백련사 까지는 택시로 1만2천원을 달라고 한다.

사찰에 도착하고 종무소에 들려서, 일담 주지 스님께 인사 드리고, 3호실 방을 배정 받았다. 묵을 방은 온돌방으로서 혼자서 묵기에는 넓고 평안하기 그지없는 방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절에서 준비한 간단한 현지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주지 스님의 茶談에 참석하였다. 최근 메르스라는 불청객으로 인하여, 예정된 손님들의 예약이 대거 취소되었지만, 서울에서 혼자의 몸으로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젊은 여성 한 분과 일본에서 강진 청자를 견학하러 하루 전에 한국에 도착하였다는 젊은 아가씨와 함께 주지 스님의 차담에 응하였다.

스님이 안내한 마룻바닥의 차담 실에 들어서는 순간, 앉아 있는 주지 스님 어깨 너머로 펼쳐진 九江浦의 하얀 바다와 점점이 어우러진 섬들의 조화, 가까이 우거진 만덕산의 녹음과 저 멀리 펼쳐진 은빛 바닷가의 조화, 그리고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의 피로를 한꺼번에 가시게 한다. 아~~산과 바다의 조화, 청량함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사실 강진 만덕산 백련사는 산과 바다, 차나무와 동백나무, 그리고 인접한 丁茶山 유배지로 널리 알려 져 있는 사찰로서, 신라 문성왕때 처음 창건하였으나, 고려 시대의 원묘 국사가 옛터에 중창하고 백련결사로 크게 이름을 날리면서 백련사로 이름이 불리 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조선 시대에는 정약용 선생께서 이곳에 유배 와서 18년간 다산 초당에 묵으면서 만덕 산에서 서식하는 자연 차 잎을 음미하며, 백련사에 자주 들러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분의 스님이 계시는 아담하고 운치가 있는 사찰이다.

스님과의 차 담이 끝나고, 자유시간이다. 누구는 예불을 하고, 명상을 하고, 누구는 인근 지역의 산책을 나선다.

만덕산 백련사 하면, 누가 뭐라 해도 빨간 꽃잎과 노란 수술이 어울린 동백꽃의 군락지다. 특히 12월부터 남도의 바다 바람에 일찍 피어나기 시작한 동백꽃은 3월말이 되면 만개하여 주변의 고즈넉한 숲이 붉게 물들이고, 4월 초부터는 가볍게 불어 대는 봄바람에도 동백꽃이 덩어리 채 뚝뚝 떨어져 바닥에 수북이 쌓여서 보는 이의 마음을 처연하게 한다. 이제는 때가 지나 동백꽃은 볼 수 없지만, 싱그러운 동백나무 밑의 산보 길을 지나서, 대웅보전, 명부전, 웅진당, 삼성각, 육화당등 백련사의 사찰 하나 하나에 인사를 나눈다. 그 어린 소풍 시절에는 느껴 보지 못했던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지금껏 지내 왔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가 머리 속을 잔잔하게 메워 준다.

저녁 6시는 저녁 공양(식사) 시간이다.

절에서 식사를 처음 해보는데, 마침 백련사에는 '차문화체험관'을 건축 중 인 현장 기술자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관계로, 전통적인 사찰 음식과 작업자를 배려한 음식이 조화를 이뤄서 불편함과 생경함이 전혀 없었다.

공양을 마치고, 저녁 예불에 참석하고, 7시 반경부터 현각스님의 안내로 4명이 九江浦 해변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흔들 다리의 현장 '향기가 있는 가우도' 로 향했다. 섬과 다리, 그리고 바닷가를 끼고 잘 꾸며 놓은 산책로, 마침 내리던 비는 그치고 비 구름 속에 흘러가던 상현달이 언뜻언뜻 모습을 들어 낼 때 마다 정겹기 그지 없으며, 6월말이면 여름 더위가 한창 때인데 이곳에는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영상 20도 전후의 상쾌함이 폐부를 찌른다. 너무나 시원해서 바닷가의 모기는 찾아 볼 수가 없다. 2시간에 걸친 바닷가의 산책, 일본에서 갓 도착한 지바상은 몸은 피곤하지만, 바닷가의 분위기에 취해 몽롱하다고 한다. 그리고 10시 30분경에 산사로 돌아왔다.

산사에서의 첫날밤은 휴식 형을 선택한 취지에 걸맞게 불교의 체험보다는 편안한 문화 체험 형이었다.

둘째 날이다. 새벽 4시 반에 아침 예불이 있다고 하여서 모닝콜로 일어났다. 산사의 새벽은 온갖 이름 모를 새들의 교향곡으로 시작되며, 깨끗하고 시원한 산의 새벽 공기가 청량하다 못해 아찔하기 까지 하다. 5시가 되도록 대웅전 불당은 조용했다. 아, 스님도 인간인지라 아침 예불을 거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간밤의 조금은 인간적인 면을 보여 주신 스님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6시에 아침 공양을 마치고, 서울에서 참석한 여성과 함께 만덕산 주변 산과 다산 초당을 향한 산행을 시작했다. 박소화씨는 불심이 깊고, 주관이 뚜렷한 유능한 여성 직장인이다. 만덕산 인근에는 손학규씨가 칩거하고 있다는 동굴이 등산로 도중에 있다. 원래 있던 등산로는 일부 폐쇄되었고, 손대표의 움막에는 싸리문이 굳게 잠겨 있으며, '외인 출입금지'라는 백련사 주지 스님의 안내문이 뚜렷하다. 만덕산의 정상인 '깃대봉'은 해발 480미터 정도인데, 정상에서 바라본 탁 트인 전망은 일품이다. 바다 평야, 그리고 산과 어울린 산촌 마을, 옹기종기 펼쳐진 군락의 섬, 나무랄 것 없는 한 폭의 동양화 다. 깃대봉을 지나서 다산 초당으로 향했다. 다산 초당은 백련사에서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으며, 산길을 따라 잘 다듬어진 등산로와 고개를 들면 시원한 바다가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경이 남도의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다신 초당에는 유배 당시 바다를 쳐다보며 지인들을 그리워했을 정약용 선생의 마음을 헤아려서 후일 강진군이 지었다는 '천일각'과 다산 선생 당시 칩거하셨다는 '다산 초당'이 있으며, 다산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이런저런 기념관들이 몇 곳이 있다.

오후가 되면서 만덕산 인근의 가 볼만한 봉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의 끄트머리는 다 돌아 보았다.

이제 산사를 찾아온 마음의 인연을 느껴 보고 싶은데, 백련사의 세분 스님은 나름 대로 바쁘시다. 어제 뵌 현각 스님은 종일 볼 수가 없다. 오후 6시 반의 저녁 예불 시간이 되니, 현각 스님이 주재하셨다. 스님께 종일 보고 싶었다고 하니, 예불이 끝나고 스님께서 茶談을 청하셨다.

그래, 백련사에 와서 갖는 스님과 단독 차 담이다. 못다한 마음의 얘기라도 나눠야겠다. 열어 놓은 창문 너머의 茶談室의 바다와 수풀이 어울리는 풍경, 시원한 바닷바람은 언제라도 편안함 그 자체다.

아, 그런데 따뜻한 차 한잔이 건네 지면서 스님께서는 내 얘기보다는 본인의 고민을 말씀하신다. 스님으로서 현재 겪고 있는 번뇌와 고뇌, 불과 2년 전에 겪은 인간적인 사건, 그로 인한 충격, 스님으로서 욕심인지 사명인지 모를 자신의 모습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느끼는 회의감에 고통스럽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정진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신다. 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거의 30여 년을 불도에 몸 담으신 스님이.. 그런데 말씀을 마치고 돌아서신 스님의 뒤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어중간한 나 같은 사람한테 무엇을 가르치시기 보다는 본인의 모습으로 깨우치시려는.. 아,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산사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간다.

방안에는 쉽게 들어 갈 수가 없다. 바닷가를 쳐다보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구름에 가릴 듯 말 듯한 상현달을 쳐다보고, 희끗희끗한 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의 과정을 되새겨 본다.

딱히 무엇을 잘한 것도 못한 것도, 후회할 만한 일도 앞으로 새롭게 무엇을 이뤄야 할 것도 없는 듯하다.

이제 남은 인생은 그냥 살아 온대로 자연이 변화하듯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주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런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 날, 새벽 4시 반이 되니, 예불을 알리는 목탁 소리가 청량하다.

아, 오늘은 스님께서 정상적으로 예불을 시작하셨다. 불당으로 향했고, 1시간 동안 아침 예불에 참여하였다.

현각스님의 독경 소리는 맑고 낭랑하여 참 듣기 좋았으며, 오늘 아침에는 이런 저런 예불 의식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지도해 주셨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9시에 읍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주지 스님과의 마지막 차 담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정든 백련사를 떠났다.

짧은 2박3일의 산사에서의 여정이었으나, 마음속에 시원한 산바람의 공간과 여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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