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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아내 … 1000억 자산가 남편 정신병원에 가뒀다

[기타] | 발행시간: 2015.07.23일 03:41
“취침시간인 밤 10시 무렵이었다. 요란한 빗소리를 듣고 이때다 싶었다. 사방이 창살인 폐쇄병동에서 유일하게 감시원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은 흡연실이었다. 미리 연습한 대로 노트에서 빼낸 용수철로 접이식 철문에 걸린 자물쇠를 열고 3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환자복을 벗어던지고 택시를 잡아 서울로 향했다.”



 1000억원대 자산가 김모(59)씨가 A정신병원을 탈출한 것은 2010년 5월이었다. 김씨는 한때 모 중견 전자업체의 후계자였다. 김씨는 부인과 별거 중이던 같은 해 5월 17일 경기도 분당의 오피스텔에서 응급이송업체 직원들에 의해 경기도 이천의 B병원으로 끌려갔다. 이후 다시 A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부양의무가 있는 부모·자녀 또는 부부 중 일방 등) 두 명이 동의하고, 입원이 필요하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으면 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김씨의 강제입원에 동의한 이는 부인 C씨와 김씨 어머니였다. 부인 C씨는 김씨가 신경정신과에서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아온 점을 이용해 “알코올 중독을 고쳐야 한다”고 시어머니를 설득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은 감금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김씨의 입원 전력은 이혼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김씨의 이혼 청구에 맞소송을 낸 부인 C씨는 재산분할 35억원과 함께 늦둥이 아들(7)의 양육권도 인정받았다. 김씨처럼 보호의무자에 의해 강제입원하는 사람은 한 해 5만 명이 넘는다.

 강제입원한 후 퇴원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보호의무자가 동의하거나 6개월마다 열리는 기초자치단체 산하 정신보건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원환자 1인당 월 150만원 안팎을 받는데 병상은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병원이 환자 퇴원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환자 스스로의 힘으로 정신병원에서 나오려면 2008년부터 시행된 인신보호법에 따라 구제청구를 해야 한다. 수용시설에 갇힌 사람이 수용 사유가 사라졌는데도 풀려나지 못할 경우 법원에 직접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는 비율은 평균 7.5%에 불과하다.

 2013년 11월 재산분쟁 과정에서 자녀들에 의해 강제입원당했던 박모(60·여)씨는 두 차례나 구제 청구를 했지만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박씨의 정신병력은 갱년기 우울증이 전부였다. 박씨는 입원 4개월 만에 “자식들 행동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딸의 동의로 풀려났다.

박씨의 구제 청구를 대리했던 권오용 변호사는 “인신보호법은 피수용자 본인의 의사를 듣고 수용 상태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판사들은 당사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과 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재판부는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적법 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일 이 위헌법률심판과 관련해 같은 이유로 “위헌적 법률”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냈다고 밝혔다.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의 허점 때문에 강제입원이 치료가 아닌 다른 목적에 오·남용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2명 이상 전문의 진단을 입원 요건으로 하거나 계속 입원할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법원이 하게 하는 등의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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