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쑨양은 어디에 있는거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지?”
11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5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500m가 시작되기 직전, 심판들이 황급히 쑨양(24·중국)을 찾는 소리가 수영장을 가득 울렸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쑨양이 선수대기실에 나오지 않았고, 출발 직전까지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3번 레인은 비워둔채 7명이 레이스를 펼쳤다. 우승은 이탈리아의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가 차지했다. 팔트리니에리는 “심판들이 당황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쑨양을 찾았다. 정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쑨양이 11일 러시아 카잔에서 막을 내린 2015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남자선수상을 받은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쑨양은 이 대회에서 400m, 800m 우승을 차지했고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1500m에서도 우승하면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이룬 3종목 석권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세계기록 보유자 쑨양의 우승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아무 통보도 없이 레인에 서지 않음으로써 대회 조직위는 잠시 패닉에 빠졌다. 대회 최대 미스터리가 될 법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쑨양은 몇 시간 뒤 모습을 나타내 대회 남자 최우수선수(MVP) 상을 받았다. 2013년 대회에 이어 연속 MVP 수상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심장에 이상을 느껴 경기를 포기했다”며 사과했다. 이날 오전 훈련 중 심장에 이상을 느꼈지만 끝까지 출전을 준비하다가 시간이 임박해 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쑨양은 대회 중 심장에 이상을 느낀 것은 처음이며, 중국으로 돌아가 정밀진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쑨양이 이날 오전 연습 풀에서 몸풀기를 하던 중 브라질 여자 수영선수와 한 레인에서 신체 접촉을 일으킨 뒤 다툼을 벌였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쑨양이 이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브라질 수영연맹은 공식 항의서를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했다.
중국 수영연맹 관계자들이나 쑨양은 이날 갑작스런 경기 불참과 오전의 불미스러운 다툼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쑨양은 이에 관해 “오전에 일어난 일에는 노 코멘트”라며 입을 열지 않았다.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사상 초유의 ‘세계기록 보유자 잠적사건’을 일으킨데다, 오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접촉까지 겹치면서 쑨양은 이래저래 구설에 올랐다.
약물 복용 징계후 복귀해 이번 세계대회에서 건재를 과시한 쑨양이 정말 심장에 이상을 일으켰다면 그 또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전에 발생한 접촉으로 인해 갑자기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향후 쑨양의 행보가 관심을 끌게 됐다.
출처: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