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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천이 가르는 한국과 중국…대림동 '차이나타운'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10.05일 10:06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중앙시장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오리머리,오리목, 오리다리 등 부위별로 따로 모은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2015.09.21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대림 2동은 '서울 속 작은 중국'이라고 불린다. 한국에 온 재중동포(조선족)와 중국인이 한곳에 모여 강한 응집력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인-조선족, 학교부터 경로당까지 '따로따로'

지난달 말 기자가 찾은 대림동은 2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두 나라가 '분리'돼 있다. 도림천을 따라 흐르는 '도림로'라는 이름의 이 도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황해 만큼 넓고 깊은 차이를 만들어냈다.

대림역 1, 2번 출구는 한국인이 주로 다니는 출구다. 11, 12번 출구는 조선족과 중국인 등이 주로 다닌다. 이 두 출구는 대림1동과 2동을 가르는 도로인 '도림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한국인과 조선족·중국인의 생활 공간은 이 선을 기준으로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1, 2번 출구 쪽 아파트 단지에는 한국인이 주로 거주한다. 반대편 11, 12번 출구로 나가면 조선족·중국인 사이에 만남의 장소로 통하는 '대림중앙시장'이 있다. 주말이면 그 인근에는 3만 명이나 몰린다. 대부분 조선족이나 중국인이다.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12번 출구에 위치한 대림 중앙시장에는 중국어와 한국어 간판들이 뒤섞여 있다. 2015.09.21

이곳에서는 한국인보다 조선족이나 중국인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중국 음식점이 즐비하다. 시장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조선족·중국인 1만3000여 명이 거주하는 주택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인과 조선족·중국인의 생활 공간과 인식은 극명하게 분리됐다. 한국인은 조선족을 멸시하거나 두려워하고, 중국동포는 한국인의 이런 시선에 반감을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가장 먼저 학교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대림 1, 3동의 초등학교는 조선족·중국인 학생이 차지하는 수가 10% 미만이다. 이와 달리 대림 2동에 자리한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의 45%가 조선족·중국인이다.

한국인 학부모는 대부분 자녀가 조선족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조선족의 생활 수준과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 탓이다. 그래서 대림2동 초등학교 한국 학생들은 고학년이 되면 전학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대림2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불법체류자나 동포라는 것을 밝히기 꺼리는 (조선족)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교포 아이들이 70% 이상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인 학부모는 중학교라도 다른 동네로 보내고 싶어 하므로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전학을 많이 간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대림2동은 한국인 경로당과 조선족 경로당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다. 한 마디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분리된 채 살아가는 셈이다.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대림2동에 위치한 직업소개소 앞에 구인 전단지 40여장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2015.09.21

대림1동에 거주하는 한국인 주민은 "밤이면 무법천지가 되므로 중앙시장 쪽으로 잘 다니지 않는다"면서 "조선족이 분리수거 개념이 없어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주정을 부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림2동 초등학교 교사 역시 "아이들은 문화와 언어에 금방 적응하기 때문에 교포라고 해도 별 무리 없이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잘 지낸다"면서도 "문제는 기본 예의가 부족한 (조선족) 어른들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조선족도 한국인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그들은 한국인의 시선에 담겨있는 멸시를 정확하게 보고 있다. 또 대림2동 주민 대부분이 조선족·중국인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인과 어울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림2동에 거주하는 조선족 여성은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 됐지만 ,특별히 어울리는 한국인이 없다"며 "한국인의 눈빛에서 조선족에 대한 멸시와 공포심이 느껴져 먼저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속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 속의 중국으로 불리는 대림동, 그 안에서도 대림2동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중앙시장에 위치한 한 중국식품점에서 중국과자와 중국술 등을 팔고 있다. 2015.9.21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오니 놀랄 만큼 조선족·중국인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부터 본토 중국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찔렀고, 중국어로 거리가 가득 찼다. 200m쯤 이어진 중앙시장은 한글보다 한자 간판이 더 많고, 양 꼬치·오리 목 튀김·소 힘줄 튀김·후어궈 등 갖가지 중국 동북 3성 음식들이 즐비할 정도로 중국의 냄새가 깊게 배어 있었다.

조선족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즐겨 찾는 노래방부터 환전소, 직업소개소, 자격증 학원이 많았다.

직업소개소 앞에는 '중환자, 일반실, 종합병원 간병인 모집, 월 급여는 200만원' 등의 구인 전단 40여 장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보통 처음 정착한 조선족들은 직업소개소 소개비가 아까워 벼룩시장 구인광고나 인터넷을 통해 직접 구직한다.

그러나 한국인 사장에게 임금을 제대로 못 받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 이후에는 직업소개소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가진 조선족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면서 임금, 고용주 성격, 화장실 청결도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이 때문에 정작 직업소개소는 성사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조선족 구직자가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대림동은 도림천로 사이를 두고 한국인과 중국동포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다.(사진=네이버 위성사진 캡쳐)

'주경야독'하는 조선족도 많다. 국가 기술 자격증을 따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F-4)를 받을 수 있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원에 다닌다. 실제로 건물마다 미용, 제빵제과, 컴퓨터 관련 자격증 학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자격증을 취득해도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조선족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실무 경험이 필요하지만, 대림동 이외에 다른 지역 전문 미용 업체에서 조선족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림2동에는 한국의 1970~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전히 단칸방이 많은데 대부분 공동화장실을 쓰는 낡은 주택이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선이다.

많은 이들이 '탈 대림동'을 꿈꾸며 주거환경이 더 나은 서울 신림동, 건대 입구, 경기 성남으로 이주하기를 바라지만, 현실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일용직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는 조선족이 대다수다. 폭음하거나 브로커의 꼬임에 넘어가 경마·마작 등 유흥에 빠져 애써 모은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많다.

한편 자영업을 기반으로 성공한 조선족 일부는 대림동 정착을 원하기도 한다. 대림동은 그들만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고, 조선족 거주지일 뿐 아니라 집결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한국인이 운영하던 치킨 가게를 조선족이 권리금 2억원을 주고 인수했다"면서 "장사가 잘돼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조선족도 많다"고 말했다.

대림2동에 사는 한국인 주민 김모씨는 "대림동 중앙시장 상권은 이미 90%가 조선족에게 넘어가는 등 큰돈을 번 조선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조선족은 일용직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등 그들 사이에도 큰 빈부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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