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구업체 마텔이 2016년 초 선보일 예정인 ‘슈퍼히어로걸(SuperHero Girl)’ 버전 바비인형 디자인으로, 배트걸과 슈퍼걸, 원더걸 등 다양하다. DC슈퍼히어로걸스 웹사이트
매출 8분기 연속 10% 이상 추락에
업체, 과감한 캐릭터 제품들 선보여
‘엘사’인형-전자완구 등에 밀린 탓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벌에 물린 듯한 (두꺼운) 입술,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을 가진 바비인형의 전형성이 깨지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바비인형이 출시된 지 56년 만에 ‘슈퍼히어로걸(SuperHero Girl)’ 버전으로 탈바꿈한다. 이는 주력 브랜드인 바비인형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미 완구업체 마텔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혁신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텔은 DC코믹스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배트걸과 슈퍼걸 등 슈퍼히어로 복장을 입힌 바비인형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의 자회사인 DC코믹스는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 히어로를 내세운 만화 전문 출판사다. 다이앤 넬슨 DC코믹스 회장은 “어린 소녀들 또한 힘과 액션으로 무장한 슈퍼히어로식 낙관론을 겪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마텔은 슈퍼히어로 바비인형 출시에 발맞춰 TV 애니메이션과 책 시리즈 등을 발표하고, 레고사와도 협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디자이너 크리스틴 킴은 소녀들로부터 수개월간 “초창기 바비인형은 너무 소녀스럽다”거나 “잘 싸울 정도로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은 끝에 슈퍼히어로 바비인형을 디자인했다. 킴은 “여성 운동선수나 체조선수들에게서 특히 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일부 선공개한 바비인형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민단체 ‘렛토이스비토이스(let toys be toys)’의 제스 데이는 슈퍼히어로 바비인형에 대해 “완구회사들이 소녀들의 관심사를 핑크빛으로만 한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소녀를 위한 특별 섹션이나 버전을 마련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슈퍼히어로물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렛토이스비토이스는 젊은 부모들이 주축이 된 온라인 시민단체로, 장난감의 진정한 역할을 되찾아주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텔의 이 같은 변화는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3분기 바비인형 매출액은 전 세계적으로 14% 줄면서 8분기 연속으로 10% 이상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력 브랜드인 바비인형이 겨울왕국 인형이나 전자완구 등에 밀려나면서 마텔의 3분기 순이익은 2억2380만 달러(약 2534억3112만 원)로 작년 동기(3억3180만 달러)에 비해 33% 감소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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