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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의 ‘아이러니’

[기타] | 발행시간: 2015.11.04일 11:19
UC버클리에서 박사 유학을 시작한 이후로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베이 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항만지역)에 거주하는 필자는 한국에서 지인들이 방문할 때마다 꼭 가보라고 권유하는 곳이 있다. 팔로알토와 이스트 팔로알토다. 팔로알토는 스탠퍼드대학·HP·테슬라·스카이프 등이 위치한 곳이며, 구글·페이스북·핀터레스트·페이팔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쉽게 말해 실리콘밸리의 중심지다. 이스트 팔로알토는 그 팔로알토의 바로 옆동네다.

그러나 그러한 지역적 근접성에도 두 지역은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팔로알토가 실리콘밸리의 부의 상징이라면, 이스트 팔로알토는 실리콘밸리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들이 처한 가난과 범죄의 환경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인구가 2만8155명인 이곳은 오랫동안 흑인 중심지역이었고, 지금은 그 흑인들마저도 밀려난 상황에서 라티노가 인구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1992년 기준으로 이 도시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기록했으며, 지금도 범죄의 도시로 악명이 높다. 그 때문에 이 지역에는 1988~2008년 단 한 곳의 슈퍼마켓도 없었다. 괜찮은 고등학교도 없어서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도시 밖 18곳의 고등학교로 통학을 한다.

가장 부촌인 지역 바로 옆에 이렇게 가난한 지역이 있고, 사회적 기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지역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단순히 부촌과 빈촌이 나란히 있다는 것만이 놀라운 게 아니다. 그런 풍경은 많은 국가, 많은 도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첫 번째로 빈부격차 수위가 높은 미국에서 볼 때도 극단적인 빈부차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우러러 보는 실리콘밸리 모델이 그 빈부차 해결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이스트 팔로알토 지역. 오른편의 고속도로를 경계로 왼쪽의 이스트 팔로알토와 오른쪽의 부유한 팔로알토가 나뉜다. / 위키피디아

미국의 많은 지역에 비해서 이곳이 훨씬 더 열린 곳인 건 분명하다. 이민자의 국가인 이곳에서도 이민자의 도시인 베이 에어리어는 예전부터 외부인에게 더 관대했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스트 팔로알토가 만들어진 것도 인종차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1910~1970년 약 600만명의 흑인들이 남부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을 피하고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북동부, 중서부, 서부로 이동한다. 이 사회적 흐름을 ‘대이주(The Great Migration)’라고 부른다. 그러나 당시 이들 도시의 주류였던 백인 거주자들은 자신들의 지역에 흑인 거주자가 들어서는 걸 원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생각하는 미국의 지방자치가 이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백인 거주자들이 힘을 합쳐 철저히 흑인들을 배제하는 데 일조했다. 일명 ‘빨간 줄 긋기(redlining)’라는 정책에 의해서 암묵적으로 흑인 거주 희망자들에게는 높은 주택 가격을 매겨 이들을 배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대도시 외곽에 흑인들만이 거주하는 일명 ‘도시빈민 지역(urban ghetto)’이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그곳이 이스트 팔로알토다.

최근에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이곳에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혁신뿐 아니라 분배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례로 2015년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고용인 중 인종 구성을 보면 백인이 55%, 아시안이 36%, 히스패닉이 4%, 흑인이 2%다. 미국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실리콘밸리가 빈부격차와 인종이 맞물린 부분에서는 미국 주류사회를 꼭 닮았다.

<김재연 대학사용법 저자>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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