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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2041년 10월 25일] 공중부양車, 지상엔 ‘숲 빌딩’… 상상이 현실로

[기타] | 발행시간: 2015.11.14일 04:16

‘백 투 더 퓨처2’의 마티 맥플라이가 호버보드를 탄 모습.

2015년 10월 21일은 1989년에 개봉된 영화 ‘백 투 더 퓨처2’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브라운 박사와 함께 여행한 미래의 날이다. 그로부터 또 다른 26년이 지난 2041년 10월 21일의 모습은 어떨까.

깎아지른듯 벼려놓은 마천루 상공 위로 캄캄하지만 맑은 하늘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몰아친다. 번쩍, 어둠을 밝히는 번개 사이로 “빵” 하는 요란한 경적 소리와 함께 자동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공중에 떠 있기도 하거니와, 바퀴는 가로로 접혀 있고 불빛이 쉴 새 없이 번쩍거리는 폼이 보통 차는 아닌 것 같다. 번호판에는 차량 번호 대신 ‘뉴 드로리안’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차량 내부로 향하는 시선.

마티: 박사님, 똑바로 말해주세요. 지금이 언제죠?

브라운 박사: 2041년 하고도 10월 25일 10시25분이군.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도착 시점이 잘못 설정됐나봐. 원래대로라면 21일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말이지.

마티: 아니 10시면 대낮인데 왜 하늘이 밤처럼 캄캄하죠? (창밖으로 아래를 바라보며) 건물들은 또 왜 다 불이 켜져 있고요?

박사: (밖을 휘적휘적 둘러보더니) 저것 봐. 태양이 반지처럼 빛나고 있잖아. 금환일식을 보게 되다니. 드로리안이 오작동을 일으킨 게 바로 이것 때문인가 보군.

마티: (멀리 하늘의 달이 태양을 가려 고리 모양으로 얇게 빛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일단 서둘러 내려가 보자고요. 박사님이 26년 후로 데려온 이유가 있을 거 아녜요?

박사: 좋아, 꽉 잡으라고.

도요타의 미래 승용차 내부 모습(위)과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차량.

드로리안이 공중을 한 바퀴 선회하더니 아래로 급강하한다. 빠르게 내려가던 중 정면에서 날아오는 또 다른 차를 발견하고 박사는 소스라치게 놀라 핸들을 크게 돌린다. 가까스로 충돌을 피하는 두 차량.

박사: (식겁한 표정으로) 뭐야. 우리 말고도 타임머신을 발명한 건가? 왜 차들이 날아다니지?

마티: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니에요 박사님. 저기 아래를 봐요. 모든 차가 다 날고 있는 걸요?

박사, 또 한번 놀라며 주위를 돌아본다. 두 사람은 날아다닌다고 했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차들이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 건 맞지만 자유롭게 비행하는 게 아니라 도로처럼 이어진 반투명한 궤도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전자도 없다. 자동운전 시스템이 대중화된 2041년엔 궤도를 운행하는 자가용에 몸을 싣기만 하면 알아서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이동방식이 일상화됐다. 빌딩 사이 공중에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예전에는 도로였을 지상 공간들은 모두 푸르른 정원으로 가꿔져 있다.

박사: 2041년의 차들은 공중으로만 움직이나 보군. 이거 타임워프(시간을 과거나 미래로 돌림)할 위치를 설정할 때 조심해야겠어. 도착하자마자 교통사고로 죽을 순 없잖아.

마티: 그러게요. 그런데 밖에 가로등이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일식인데 그다지 어둡지도 않고요. 차들이 알아서 움직여서 그런지 신호등도 없어요.

박사: 오, 저길 보라고. 나무들이 스스로 빛나고 있어. 이파리마다 형형색색 빛깔을 띠는 게 너무 아름답군.

마티: 교통신호도 가로등도 없는 도심이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저 빛을 내는 나무와 식물들이 천연 조명 역할을 하나보군요.

산책하는 인파 사이로 바퀴도 없는 얇은 보드를 타고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마티: 박사님, 저기 호버보드!

박사: 오, 그래. 사실 지난번 우리가 2015년에 처음 갔을 때(영화 속 설정)와 달리 미래가 바뀌는 바람에 호버보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자네가 크게 실망했었지 않나(웃음). 이젠 더 좋은 걸로 타보겠군.

마티: 기대되는걸요. 빨리 주차하자고요.

높은 빌딩 옆 상대적으로 낮은 한 집의 발코니로 향하는 드로리안. 발코니에 연결된 주차 위치에 도킹한다. 창문이 스크린처럼 켜지면서 '맥플라이네'라는 문패가 떠오른다.

박사: 자 도착했어. 자네 식구들 성격상 이사 안 갔을 줄 알았지(웃음). 지금은 모두 출근하고 아무도 없을 거야. 들어가 보세.

마티: 아니 문은 어떻게 열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에서 부드러운 빛이 쏘아져 나와 스캔하듯 마티를 감싼다. "맥플라이씨, 어서오세요"라는 기계음과 함께 문이 스르륵 열린다. 지문이나 안구 인식도 필요 없이 생체 스캔으로 출입자를 확인하는 자동 프로그램이 스마트글래스에 탑재된 모양이다.

마티: 와! 열쇠나 카드키 따윈 필요도 없군요.(집안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한다)

박사: 출출한데 뭐 좀 먹을까. (부엌으로 향하다 화들짝 놀란다) 깜짝이야! 누가 있었나봐.

프랑스 건축회사 뱅상칼레부가 나타낸 2050년 미래도시 파리 개념도. 숲이 들어찬 에너지생산건축물(BEPOS)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뱅상칼레부 제공

박사가 마주친 건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 인기척이 느껴지자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두 사람 앞으로 걸어나온다. "맥플라이씨, 어떤 메뉴로 드시겠습니까?"라고 말을 건네며 공중에 3D 입체 메뉴판을 펼쳐 보인다.

마티: 가정부 로봇인가보네요. (이리저리 살피며 감탄하며) 진짜 사람 같군요. 음, 일단 간단하게 피자와 콜라로 할까. 박사님은 뭐 드시겠어요?

박사: 난 커피와 도넛으로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로봇이 오븐처럼 생긴 기계로 다가가 접시를 넣고, 스크린에 손을 대자 자동으로 메뉴가 입력된 듯 작동되기 시작한다. '3D 쿠커'라고 쓰인 투명한 외관 안으로 가느다란 기계팔 같은 것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음식의 형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2041년의 부엌에는 가스불도, 조리기구도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마티: 2015년쯤부터 엄청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던 3D 프린터인가봐요. 이젠 요리도 유명 셰프의 음식을 그대로 입체 복사한 뒤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군요. 피자와 도넛이 아니라 더 근사한 요릴 주문할 걸 그랬나봐요.

박사: 그러게 말일세. 이제 주부라는 직업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겠구먼. (고개를 돌려 거실을 둘러보다가) 저기 보게. 소형 드론이 느린 속도로 떠다니면서 청소를 하는 모양이야. 먼지 하나 안 보이는군.

마티: 그러니까요. 2015년처럼 아내에게 집안일 안 돕는다고 바가지 긁힐 일은 없겠어요. (웃다가 로봇이 건네는 콜라와 커피를 받아들며) 고마워.

박사: 하하 그건 자네가 제니퍼에게 워낙에 잡혀 살아서 그렇지.

땡 하는 소리와 함께 피자와 도넛이 놓여진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기로 한다. 마티가 "TV"라고 말하자 한쪽 벽면 자체가 스크린으로 변해 여러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쇼핑 채널에 들어간 마티가 맘에 드는 옷을 고르고 손을 대자 결제가 이뤄지면서 마티의 사이즈가 자동 스캔된다. 곧이어 거실 한켠에 위치한 3D 프린터가 스스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5분도 안 돼 뚝딱 옷 한 벌이 만들어져 나온다. 박사는 옷은 됐다면서 새 구두를 한 켤레 주문해 신었다. 발을 넣자 자동으로 사이즈가 조절되고 끈이 묶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자기부상 승용차(위)와 가구제작 업체 이케아가 내놓은 미래 주방 모습. 이케아 제공

마티: 이제 발품 팔며 쇼핑하는 재미가 없어진 것 같아 시원섭섭하네요. 그나저나 집안 곳곳의 입체사진을 보니 제 손자는 농부인 모양인데요?

박사: 그렇군. 근데 이거 사진을 보니 농장이 죄다 빌딩에 자리하고 있나봐. 건물 안팎이 죄다 푸르른 이유가 있었구먼. 나무들로 가득하고 말이야.

마티: 그러니까요. 말 그대로 '빌딩숲'이 되어 버렸군요. 신기하게도.

박사: 자 자네 후손들이 혹시 들를지 모르니 어서 밖으로 나가보자고.

건물 밖으로 나온 두 사람. 빌딩 벽면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광고가 각각의 이름을 부르며 유혹한다. "브라운씨, 이번 겨울 유행할 하이패션 미리 만나보세요." "맥플라이씨, 최신 호버보드 반값 세일합니다." 마티가 스마트글래스와 생체인식으로 호버보드를 주문하자 곧바로 가까운 지점에 있던 무인기가 마티 앞에 호버보드를 대령한다. 차도 신호도 없지만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마티: (호버보드에 올라타 뒤돌아보며) 박사님, 저는 이거 타고 한바퀴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다녀오면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박사: 그래, 나도 일단 구경부터 좀 해야겠네. 일은 나중에 하자고.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사라지는 마티. 박사는 사방에서 구매를 권유하는 홀로그램 광고를 홀린 듯 바라보다 불현듯 고개를 휘적휘적 젓더니 발길을 옮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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