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김준호 넷포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맞대결은 올 시즌 리그 우승의 향방을 사실상 결정짓는 최대 빅매치였다. 게다가 한국 팬들로선 박지성(31)이 '전술변화의 핵'으로 낙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1일(한국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맨체스터 더비는 맨시티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반 45분 코너킥을 얻은 맨시티는 빈센트 콤파니의 그림 같은 헤딩 결승골로 승부를 갈랐다. 지난해 10월 6-1 대승에 이어 다시 맨유를 격침, 우승 레이스에서 한 발 앞서갔다.
◇ 박지성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맨시티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궁지에 몰려 있다. ⓒ 데일리안 스포츠
자력 우승이 불가능해진 맨유 팬들로선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다. 희생양이 필요한 일부 과격한 팬들은 패인으로 박지성을 지목,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렇다면 정말 박지성 카드는 실패한 것일까.
박지성 카드 '효과 있었다'
올 시즌 4-4-2 전술을 중심으로 시즌을 꾸려오던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전에 대비해 웨인 루니를 원톱으로 하는 4-5-1 전술을 가동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맨시티의 강력한 허리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박지성은 맨시티 미드필드의 핵심 사령관인 야야 투레에 대한 전담 수비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AC밀란전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원천봉쇄했던 '센트럴 팍' 역할을 맡은 것.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야야 투레는 박지성이 교체되기 전까지 공격적인 패스를 원활하게 전개하지 못했고, 압박으로 인해 백패스를 하는 장면도 종종 보였다. 한두 개 위협적인 패스가 있긴 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실제로 맨시티는 경기 내내 이렇다 할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선제골 역시 세트피스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지성 카드의 효과는 오히려 성공적이었다.
먼저 실점하자 퍼거슨 감독으로선 박지성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빨리 공격에 무게중심을 옮겼고, 수비가 뛰어난 박지성을 빼고 공격력을 갖춘 대니 웰벡을 투입한 것이다.
전담 수비를 맡았던 박지성이 교체 아웃되자 야야 투레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뽐냈다. 박지성 카드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이른 교체 타이밍이 패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부여한 역할은 공격이 아닌 수비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맨시티 미드필드 진영을 와해시키라는 특명이다. 맨유 공격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임을 박지성에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승패 가른 경기력
맨시티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한 뒤 맨유가 유효슈팅 하나 없었던 점, 점유율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 점 등 이날 전체적인 팀 경기력에서 맨시티가 맨유를 압도했다.
야야 투레에게 맨마킹 수비를 붙이며 맨시티 공격을 어느 정도 봉쇄할 수는 있었지만, 맨시티는 누구 한 명이 막힌다 해서 경기력이 떨어질 팀은 아니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카를로스 테베스는 엄청난 볼 컨트롤 능력을 선보이며 위협을 가했고, 실바와 나스리의 개인기도 발군이었다. 수비 쪽에서는 사발레타와 콤파니가 단단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었다. 전반에 전담 수비에 고전했던 야야 투레도 후반에는 그가 왜 맨시티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인지 스스로 입증했다.
반면, 맨유는 패스미스를 남발하며 우왕좌왕했다.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킥은 계속해서 볼 소유권을 맨시티에 넘겨줬고, 루이스 나니의 개인기도 통하지 않았다. 박지성 패스는 부정확했으며 라이언 긱스는 몸싸움에서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전 들어 공격력을 강화했지만 만치니 감독 역시 수비를 강화하며 맞섰다. 또 빠른 역습으로 공격 주도권이 맨유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했다. 스코어는 한 골 차이에 불과하지만 경기 내용상 격차는 그 이상이었다.
맨유의 패배는 어느 한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할 문제가 아니다. 맨시티가 맨유를 넘어설 만큼 강팀으로 성장했고 이젠 양 팀의 입장이 바뀌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준호 넷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