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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존재 이유] 나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가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2.21일 09:00
언제 ‘책상’이 없어질지 모를 위기의 시대 ... 차별화된 가치 만들어야



스위스의 가방업체 프라이탁(Freitag)은 똑같은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 창업주 프라이탁 형제가 트럭의 폐방수포를 가방 원단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다양한 환경과 기후에서 도로를 누비던 폐방수포는 동일한 디자인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그렇다고 해도 빛이 바라거나 낡은 정도가 모두 다르다. 게다가 폐방수포의 어느 부분에 디자인 틀을 갖다 대느냐에 따라 재단하는 부위가 달라지므로 가방에 들어갈 원단의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이처럼 프라이탁은 친환경 제품이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만든다는 전략으로 2014년 기준 연간 40만 개의 가방을 생산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고지식한 관료, 타인의 말을 받아 적기만 하는 사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 매뉴얼 신봉자, 주말만 기다리는 노동자, 주어진 길만 가는 사람, 해고를 두려워하는 직장인들로만 넘쳐난다.” ‘보랏빛 소’ ‘리마커블’이라는 용어로 친숙한 마케팅 천재 세스 고딘이 자신의 저서 [린치핀]에서 한 말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 만든 프라이탁

지금 자신의 모습이 이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면 언제 책상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주어진 일만 그럭저럭 해내는 사람이 살아남기에는 환경이 혹독해졌다. 이제는 그런 태도의 옳고 그름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실제로 작년 조선 업계가 낸 수조원 대의 부진이 남긴 여파는 컸다. 삼성중공업의 협력사 중에는 임직원 임금을 10% 삭감하고 업무 성과가 낮은 100여 명을 대상으로 4월부터 9개월 간 강제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곳도 나왔다. 현대중공업에만 전량 납품하는 협력 업체 300여 곳 중에는 5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한 체납 임금만 80억 원에 달한다.

조선업뿐 아니라 두산이나 삼성 같은 대기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어진 길만 걸어가고, 퇴근과 주말만 기다리며 언제 해고될지 물라 불안에 떠는 직장인에게 경쟁 우위를 기대하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몇 해 전 국내 한 대기업에서 팀장 1913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역량이 상위 50%에 들어가는가, 하위 50%에 들어가는가?’를 물었더니 하위 50%라고 답한 사람은 237명으로 12.4%였다. 이와 달리 상위 50%에 든다고 당당하게 답한 팀장은 1676명으로 무려 87.6%에 달했다. 최소 37.6%에 달하는 팀장은 하위 50% 수준임에도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연말마다 자신에 대한 회사의 공식적인 평가를 받아보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은 왜일까?

사실 이들의 이유가 중요하지는 않다. 왜냐면 평가는 회사의 영역이고 권한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상위 50%를 평가하고 활용하면 그만이다.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믿거나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는 사람은 세스 고딘이 말한 유형의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벌써 다른 곳으로 옮겼거나 창업을 했을 테니까.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싶고 또 그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직장에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목적을 따져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봉급을 받는 대가로 내가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직장에는 오직 나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존재하는가? 그 일이 직장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 나의 존재가 직장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가? 직장인이라면 이런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프라이탁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프라이탁 형제가 천연가죽의 가공법을 연구하며 기존의 명품가방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고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좋은 가방이 왜 꼭 가죽이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목적(방수는 물론이고 구겨져도 괜찮은 실용성)에 맞는 새로운 소재를 끝없이 찾아다녔다. 그 결과 가방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소인 고속도로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성장이나 판매실적이 아니다. 이들은 자원을 재활용해 실질적으로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고객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을 제공해 희소성을 선물한다. 고객들이 프라이탁을 찾는 것을 바로 이 두 가지 가치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머리를 들어 사무실을 둘러보라. 피라미드의 정점을 놓고 달려가는 경쟁자들이 보이는가. 아무리 친한 선후배, 죽고 못 사는 동기라고 해도 결국 한정된 자리를 놓고 겨뤄야 한다. 우리가 몸담은 대부분의 조직이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남보다 일을 조금 더 깔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경쟁력이라면 이것은 언제든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 가능하다. 직장 내 폭넓은 인간관계가 자신의 경쟁력이라면, 즉 사내정치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어떤 가치를 생산하는지 자문해보라.

우리의 경쟁자는 이제 더 이상 옆집의 ‘철수’가 아니다. 30년 동안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머스크’란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바다 건너 신기술을 들고 와서는 우리의 밥벌이를 빼앗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피라미드의 정점이 아닌 사방팔방, 360도로 뻗어가는 것이 결국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아니라 ‘바보야, 문제는 다양성이야’가 현실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프라이탁 스토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들은 정상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남들이 가지 않은 방향으로 뻗어나간 것이다.

남다른 방향을 찾아야 남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당신을 모시고 있을 필요가 없다. 물론 남다른 방향이 지금 몸담은 조직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선택이 이직과 창업이다. 다르다면 떠나라. 그러나 우선 그게 뭔지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다양성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흐름이다. 정상을 향한 무한경쟁은 획일화된 가치와 경쟁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의 부담만 낳는다. 앞으론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조직 또한 그렇게 해야만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생존할 수 있다. 다양한 생각·가치관·철학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피라미드의 정점 향해 달리지 말라

다음으로는 스스로가 다양성의 한 축이 되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에서 남과 다른 방향을 찾는 게 좋다. 1도만 방향을 틀어도 전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감을 명심하자. 핵심은 남과 ‘다름’에 있다. 틈새는 언제나 존재한다. 카툰경영연구소의 최윤규 이사는 자신이 만화를 좋아하는 데에서 영감을 얻어 만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10년 정도 지난 지금은 ‘1page 카툰’ 전문가가 되었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피터 드러커 같은 세계적인 학자나 성현들의 책을 ‘1page 카툰’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것이 설사 지금의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다양성의 한 축을 계속 개발하고 가꾸어나가는 게 좋다. 군 복무 시절, 나는 대학 교수나 전문가가 만들어낸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회의 시간에 간부에게 소개하고 병사에게도 알려주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직의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확신한다. 지금 내가 주업으로 삼고 있는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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